MBC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관련한 소식을 누락하거나 축소보도하자 내부에서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MBC본부)가 28일 낸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는 유가족들의 소식을 누락하는 일이 적지 않았고, 보도해도 단신처리하거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국회 상황을 전하며 한 두 줄 걸치는 형식으로 다뤘다. KBS <뉴스9>이나 SBS <8 뉴스>가 유가족 관련 소식을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다룬 것과 대조적이었다.

MBC는 방한 기간 내내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프란치스코 교황과 관련해서도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된 언행을 하면 뉴스에 등장시키지 않거나 축소해 보도했다. 

누락하기

일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9일 귀국 비행기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달고 있으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리본을 떼고)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SBS <8 뉴스>(왼쪽)과 KBS <뉴스9>
 

KBS는 이날 <“한국은 존엄 지킨 민족”…가톨릭-중국 관계 개선?>에서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며 세월호의 아픔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SBS는 같은 날 메인뉴스 4번째 리포트 <세월호 리본 단 교황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에서 “(교황이)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거부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이 소식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아버지 김영호씨가 오랜 단식 끝에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소식도 MBC 뉴스에서는 ‘보도할 가치가 없는’ 사안이었다. KBS <뉴스9>는 지난 22일 6번째 꼭지 <단식 40일 세월호 유족, 병원 이송…“단식 계속”>에서, SBS <8뉴스>는 같은날 2번째 꼭지 <‘40일 단식’ 유민 아빠 입원…“아이 볼 낯 없다”>에서 전했다. (관련기사

세월호 유가족들이 23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하자 KBS와 SBS는 개별 리포트로 이 소식을 전했지만 MBC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 ⓒMBC본부 민실위보고서
 

단신 처리하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에게 자신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란 이름으로 세례를 준 소식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SBS는 지난 17일 <8뉴스> 2번째 순서로 <오늘도 챙긴 세월호…교황, 유가족 직접 세례>를 보도했고, KBS도 같은 날 메인뉴스 3번째 순서로 <교황, 세월호 유족에 ‘프란치스코’ 이름으로 세례>를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교황, 세월호 유가족에 세례…한국신자 첫 개인세례 집전>이란 제목으로 단신으로 전했다. MBC 보도만 보면 어떤 상황에서 세례가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 MBC <뉴스데스크>
 

한 줄 걸치기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유가족들의 목소리 역시 MBC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다. 여야 2차 재합의안이 발표되자 SBS는 지난 20일 <8뉴스>에서 유가족 총회 상황을 현장 중계하며 <유가족, 세월호법 재합의안 수용 여부 격론>이란 제목으로 전했다. 같은 날 KBS도 <뉴스9>에서 <세월호 단식 38일째…“수사권·기소권 보장돼야”>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달랐다. MBC는 같은날 <뉴스데스크>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재합의안 거부…처리 무산 위기>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지만 유가족들의 반응은 단 두 줄이었다. MBC는 “다시 합의한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추진안에 유가족과 야당 강경파가 반발하면서 또다시 특별법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MBC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교황의 첫 메시지도 이런 방식으로 전했다. KBS는 <낮은 데로 임한 교황, “세월호 희생자 기억해”>, SBS는 <교황, 눈물 흘리는 세월호 유족에게 “가슴 아프다”> 등 개별 리포트를 작성해 보도했다. 

하지만 MBC는 <교황 한국 도착 “한반도 평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리포트에서 “한 명 한 명,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던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족이라는 소개말을 듣자 이내 표정이 무거워지더니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는 내용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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