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성역 없는 진상조사라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당에는 ‘양보는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야당을 향해서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에 경고장도 보냈다.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는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은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기다리던 유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어느 순간부터 세월호를 입에 담지 않았던 대통령이, 이제 겨우 세월호를 언급했는데 ‘순수한 유족’이라느니, ‘사고 문제점이 대부분 드러났다’느니 하면서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설화(舌禍)’에 언론은 정색했다. 한겨레는 17일 사설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은 대통령>에서 “실망감에 앞서 착잡함이 밀려오는 것은 그의 놀랍도록 냉담하고 뻔뻔한고 잔인한 태도 때문”이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미안함도 느끼지 않고 있음이 발언 하나하나에서 확연히 묻어나온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세월호특별법 본질 호도하는 건 박 대통령이다>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아예 무산시킬 작정인 것”이라고 비판했고 한국일보는 사설 <대통령의 정면돌파, 진정성 노력 부족했다>에서 “상당기간 세월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박 대통령이 (중략) 돌연 충격요법 카드를 빼든 것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JTBC도 16일 뉴스9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과 야당과 유족들의 반발 소식을 전한 후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박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2014년 9월 16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대통령의 ‘화법’에 대한 비판은 이른바 보수언론에서도 나왔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맞는 말’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굳이 그런 화법으로 전달했어야 했냐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대통령을 한껏 비호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그러나 여러 면에서 문제점도 보여주고 있다”는 최소한의 지적은 했다.

그런데 유독 MBC만이 다르다. MBC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톱뉴스로 내보내면서 유족들의 반발을 전하지 않았다. 또한 박 대통령 발언 리포트 직후 두 번째 보도에서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긴급회의 소식을 전하며 “일정에 없던 여당 지도부와의 긴급 회동을 가졌다”며 “그만큼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는 이 리포트에서 “끝없이 표류하는 정기국회, 공전을 거듭하는 여야 협상, 그사이 91개 민생·경제살리기 법안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경제활성화 조치들이 국회에 묶여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 중 MBC가 반영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딱 이 한 문장 뿐이다. 다른 언론들이 최소한 박 대통령의 화법이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와중에 유독 MBC만은 최소한의 균형성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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