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산본부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아무개씨(44)가 지난 5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근 6개월 동안 8명의 KT 전·현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들어 KT 내 죽음이 급증하고 있어 이석채 회장의 노무관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고 김아무개씨는 부산고객본부 단말기유통TFT에 소속돼 대리점 및 유통점과 관계를 맺는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5일 고향이자 부인이 있는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유서에 ‘경제적 상황’을 비관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KT노동인권센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KT 전현직 노동자 21명이 사망했다. 이중 8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파주지사 김아무개씨(50)는 지난 2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화지사 이아무개씨(52)는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월 서울 구로지사 박아무개 씨(50)는 세 차례 전환배치를 거부하다가 전환배치된지 1개월 만에 명을 달리했다.

노동조합 전남본부에서 조직국장을 지낸 서광주지사 김아무개씨는 지난 6월 전남 진도의 한 여관에서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광양지사 김성현씨는 회사의 노동탄압 문제를 유서에 적고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발견된 김아무개씨까지 현직 직원은 6명이다. 이밖에도 2009년 12월 말 특별명예퇴직한 전직 직원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위원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직원들의 자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건 직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영업압박 등 여러모로 힘들어 한다. KT의 인권과 노동권 탄압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센터에 따르면 KT의 사망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06년 19명에서 26명→36명→34명→41명→56명으로 늘었고, 2013년 7월 현재 21명이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자살자는 0명→2명→2명→3명→3명→6명→3명→8명(2013년 7월 현재)으로 크게 늘었다.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뒤 195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23명이 자살했다.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 달에 한 명꼴로 자살을 하는데 회사는 ‘빚 때문’이라고만 한다”며 “대한민국 노동자 중에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제발 경영진이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한다. 침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70년생으로 아직 젊은데 자살을 택한 데는 말 못할 사연이 있었을 것”라며 “KT가 좋은 직장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KT는 개인적인 사유라며 회사가 언급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KT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김아무개씨는) 개인적인 채무관계라 회사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박창규 과장은 이어 “사회 전반적으로 자살을 하는 데 (경제적 부분과 관련한) 그런 부분이 있다”며 “KT는 사회적 평균에 비해 자살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KT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채 회장이 프리젠테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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