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석채 회장 퇴진설이 나오고 있다. MBC와 청와대를 거쳐 KT 전무로 온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지난 5월 이 회장에 대한 배임 혐의 등을 적극 반박하며 “퇴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으나, 최근 퇴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 KT 회장 자리는 청와대가 결정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따라가지 못했고, 이번 중국 방문 일정 중 만찬에 초대받지 못했다. 퇴진설의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뜬소문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내용도 많다.

내부 인사를 정리하고 친박 정치인을 영입하는 KT 내부 분위기도 퇴진설에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MB 때 들어온 경력들은 물론 높은 자리로 영전한 사람들은 짐을 싸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와대 대포폰’ 사건 당사자인 서유열 KT 커스토머부문 사장은 7월 1일자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KT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서유열 사장에 대해서는) 7월 초 미국으로 교육발령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MB 인사 정리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다”며 부인했다. 서 사장은 12일 미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사덕 김병호 등 ‘친박근혜’ 정치인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자리보전 목적의 보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는 올해 이들에게 거액의 고문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날마다 출퇴근 하는 건 아니고 가끔 조찬이나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많이 받는다”면서도 “딱히 하는 일이 많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KT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출신 변철환씨를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로 영입했다. 경향신문은 ‘김종인 전 경제수석 고문 영입설’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KT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곤 했는데, 이를 막아줄 여권 실력자들을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아들은 2012년 1월 입사해 올해 초 법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KT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통합 KT 출범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채 회장이 프리젠테이션에 나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KT 회장 자리는 정권 차원에서 최고의 ‘전리품’이 돼 왔다. 2009년 취임한 이석채 회장은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난에도 ‘MB맨’을 영입했다. MBC 출신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무로 영입했고, 김규성 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과 이태규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불러들였다. 서종열 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과 윤종화 전 청와대 경제비서실 행정관도 영입했다. ‘MB 낙하산 집합소’라는 비판이 이 회장 취임 직후부터 계속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두고 난리를 쳤는데 친박 핵심인물들이 KT에 간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박 대통령 본인의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T는 민영화한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공기업에서 했던 낙하산 인사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2일 성명을 내 홍사덕, 김병호 전 의원을 영입한 KT 이석채 회장을 비판했다. 경실련은 “과거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은 물론 이를 통해 자신의 연임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보여 대단히 적절치 않다”면서 “또한 이들 두 사람은 통신분야에 대해 그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결국 이들의 영입은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한 로비스트를 영입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퇴진설은 올해 초부터 돌았다. KT가 이 회장과 8촌 관계이자 이명박 정부 선대본부장을 지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하거나 투자한 회사를 연이어 계열사로 편입했고, 지하철 9호선 광고사업에 적자투자를 했다는 언론 보도와 검찰 고발이 진행되면서 퇴진 요구와 퇴진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여기에 KT 관리자들이 직원에게 ‘상시적 정리해고제’에 찬성할 것을 강요했다는 고 김성현씨의 유서 내용이 드러나면서 KT의 인권·노동권 탄압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KT새노조 이해관 위원장은 “이석채 회장은 통신기업 KT를 발전시킬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자신의 연임을 위해 너무 많은 노동자를 희생시켰다”며 이 회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 회장은 KT의 외형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재벌을 흉내냈다”면서 “을을 괴롭히고, 통신비 인하는 거부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저지르는 등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퇴진설과 퇴진 요구에 대해 KT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철기 언론홍보팀장은 ‘부적절한 영입’ 비판에 대해 “회사가 필요해서 영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설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도대체 누가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취재해 달라”고까지 말했다.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만찬 초청 제외’에 대해 “그쪽(청와대)에서 결정해 진행한 것으로 따로 입장을 밝힐만한 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7월 중 상반기를 평가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퇴진설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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