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영화된 KT의 경영은 ‘고배당 감량 경영’으로 요약된다. KT는 투자자를 위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정해놓고, 명예퇴직과 분사를 통해 노동자를 구조조정했다. 6만 명이던 노동자는 반으로 줄었다. 2000년대 중반에 기획하고 시행된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 일명 C-Player프로그램은 이런 맥락에서 등장했다.

지난 22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만난 권혜원 경영학과 교수는 “KT의 고배당 감량 경영과 CP프로그램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면서 “주주가치만 극대화하는 경영, 노동권과 인권을 탄압하는 CP프로그램의 문제점이 크게 제기되면 KT는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인사관리 전공으로 2009년 민영화 전후 KT의 노동력 및 정원 관리 시스템을 분석했고, 지난해 9월 민영화 이후 KT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KT는 당기순이익의 94.5%를 배당으로 내놓았다. KT는 매년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가 넘어가는 순이익을 남기고 있지만 순이익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주주를 위해 내놓았다. 이 회장은 50%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민영화 이후 매출액 대비 인건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급감했다.

본사 인원은 반토막이 됐지만 몸집은 크게 늘었다. 2002년 9개뿐이던 계열사는 2012년 말 기준 50개로 늘었다. 이석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8개 회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2010년 12개를 계열사로 편입하고 5개를 제외했다. 2011년에는 18곳을 편입하고 2곳을 제외했고, 지난해 9곳을 편입했고 4곳을 제외했다.

KT는 금호렌터카를 인수해 렌탈업에 뛰어들었다. 지하철 및 극장 광고사업을 추진하는 법인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BC카드를 인수해 금융업을 확장했다. KT뮤직 등을 세워 플랫폼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에 나섰다. 특히 KT는 계열편입돼 있던 콘텐츠 회사의 지분을 정리한 뒤 이석채 회장과 8촌 관계이자 2007년 이명박 대선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한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의 회사 두 곳(KT OIC, 사이버MBA)을 잇따라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KT
 
이를 두고 권혜원 교수는 “KT가 장기적 전망 없이 돈이 되는 사업을 이것저것 해보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문어발식 사업 확장, 비관련 사업 다각화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익구조 악화를 비관련 다각화로 뚫어보겠다는 건데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압적 인사관리는 이 같은 경영을 뒷받침한다. 현대경영학에서 인사관리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든 회사에 C-Player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시각과 접근법은 △직접적 통제 대상으로 보는 테일러리스트 방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방식으로 나뉜다”는 것이 권혜원 교수의 설명이다.

권혜원 교수는 한국의 제니퍼소프트와 미국의 SAS의 경영을 소개했다. “SAS는 청소노동자부터 헬스트레이너까지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다. 병가도 무제한으로 사용한다. 비상장을 고집하고 있는데 상장되면 주주들 압력에 고유의 가치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꼽으면 항상 상위권에 있다. 한국 IT기업 제니퍼소프트는 SAS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두 회사의 재무성과는 어떤 곳보다 탄탄하다. 직원들의 몰입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다.”

반면 KT는 테일러식 방식의 극단적인 사례다. 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CP프로그램 문건을 보면 퇴출대상자를 사회적으로 고립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상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고, 이게 우울증까지 갔다. 의도적이고 고의적으로 ‘무언의 공모’를 진행했다. 인권을 침해했다. 민주동지회가 명단에 있다. 노동조합의 권리와 노동권을 침해했다.”

KT의 한 지사에서는 114 노동자를 CP로 지정하고 혼자 전봇대에 올라 개통작업을 하도록 지시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몇 차례 경고를 하고, 징계를 한 뒤 스스로 퇴직하게끔 유도했다. 언론에 공개된 CP프로그램 문건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직원들에게 114 노동자가 소외감을 느끼게 하라고 주문했다.
권혜원 교수는 “전신주 사례를 보면 정신적 학대 수준의 인권탄압”이라며 “조직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직원들 사기는 저하하고, 동기부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T가 봉사활동, 사회 환원 등을 강조하는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권혜원 교수는 IMF 이후 왜곡된 한국의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KT를 지목했다. 그는 “KT는 정규직을 정리해고하고 기술직이나 유지보수업무에서 생긴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면서 “민영화 이후 십 년 동안 급속도로 집중적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KT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다른 곳보다 강했고, (CP프로그램은)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KT의 인사관리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비용절감 논리이고, 장기적으로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충격요법인데 장기지속 가능의 사례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글로벌 표준과 ‘ISO 26000’ 등 경영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중시하고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해야 장기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KT의 CP프로그램을 ‘학대해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기업 전반에 작동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혜원 교수는 “KT가 GE 스타일을 따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GE는 전형적인 구조조정형 CEO를 데려다 주주가치를 극대화했다. 최근 경영학과 미국에서는 GE 교본을 찢어버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동덕여자대학교 권혜원 경영학과 교수
 
“밖에서 보기에는 이석채 회장이 경영을 잘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언젠가 문제가 터질 것으로 본다.” 권혜원 교수는 “글로벌기업으로서 KT는 오너리스크도 있지만 인사관리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획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경영, 굉장히 비윤리적인 인사관리는 KT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혜원 교수는 “KT의 비윤리경영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국제적인 시민단체와 인권단체의 표적이 될 경우, KT는 치명적인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이고 성과 위주의 경영의 폐단을 이제는 인식하고, 윤리경영을 경쟁력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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