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은혜 KT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은 30일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최근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회장님 물러나시냐’라는 것이었는데 이사회가 열린 건 사실이지만 거취 관련 언급은 없었고 예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몸이 안 좋아서 정상경영이 어렵다느니 병원에 입원했다느니 루머가 나도는 등 당혹스러울 정도로 사실과 다른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KTOIC와 KT이노에듀 등 배임 의혹이 첫 번째고 검찰 수사를 대비해 법조계 인사를 대거 채용해 전진 배치했다는 의혹이 두 번째고 측근 인사를 사외 이사로 임명해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의혹이 세 번째다. 김 실장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소문과 기사에 간극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일간지에서도 근거 없는 소문에 근거한 기사가 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 실장은 “KT가 왜 KTOIC나 KT이노에듀를 인수하려 했는지 그 의도를 봐주기 바란다”면서 “KT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가상재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교육이고 해외 유명 콘텐츠 확보가 시급했는데, 시기도 맞았고, 투자 금액도 저렴해서 막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KT가 OIC설립에 참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유종하 전 장관 지분매입과 관련해 우리 회사가 관여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과 유씨는 8촌 지간이다. 이 회장은 유씨가 설립한 OIC랭귀지비주얼(KTOIC의 전신)이라는 회사에 57억원을 출자해 유씨에게 8억원의 부당 이득을 안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KT가 직접 유씨의 지분을 매입한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친인척 관계가 아니었더라도 이 정도 금액을 출자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유씨는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KT에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이 회장은 유씨가 운영하는 사이버MBA(KT이노에듀의 전신)의 지분도 터무니 없이 비싸게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실장은 “유 전 장관은 보유주식 매각에 동의한 32명 주주 가운데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구주를 4655원, 신주는 4000원에 매입했는데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주당 2만3400~2만6400원으로 평가돼 다섯 배 이상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KT 이석채 회장.
 
김 실장은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면 해당 기업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노에듀 같은 경우는 인수 전 매출액이 2011년 128억, 계열 편입된 2012년 매출 167억원, 전년 대비 30%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KTOIC의 기업가치 평가도 삼일 회계 법인이 주당 1600원 정도 책정 했는데, KT가 1000원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면서 “지금도 OIC는 베트남에 진출했고 여러 나라로부터 수출 제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몰 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실장은 “제기된 의혹 모두 이 회장의 임기 이전인 2008년 입찰 참여가 결정됐고 연대책임 조항도 취임 전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몰 사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 데도 못 나온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첫째, 입찰 때 제출한 계약 이행 보증금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둘째, 공사 계약에서 책임 사유 없는 상황에서 빠져 나오면 추후 관급공사 수주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병삼 상무는 “스마트몰 사업에서 빠져나올 경우 보증금 140억원과 별도로 계속 지급해야 하는 지급인 보증금이 200여억원이었는데 빠져 나간다 해서 이런 부분이 면제된다는 자신도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마다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340여억원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설명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오히려 2011년 60억원을 추가 출자한 사실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 처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안 처장은 “최초 5억원만 투자했던 시점에서 이미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는 데도 빠져나오지 않았다”면서 “함께 참여했던 포스데이터는 그 시점에서 5억원을 받고 빠져나왔다”고 반박했다. 안 처장은 “이 회장은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발뺌을 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사인한 계약서에 보면 얼마든지 손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안 처장은 “이 회장이 스마트몰 사업과 관련해서 불리한 계약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회장 취임 전의 일이라고 일관되게 거짓 해명하는 걸 보면 자신들의 배임 혐의에 대한 상당한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지시와 주도로 그런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배임죄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취임 전의 일로 몰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KT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서 법조 인력을 전진 배치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자리를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전임자 퇴임에 따른 충원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남상봉 전무와 임성태 팀장 등도 모두 공석을 채우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내부 감사를 강화했고 사회적인 추세도 준법경영·윤리경영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기대수준도 높아졌져 법무 검토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법 영장전담판사 출신의 박병삼 상무의 영입 배경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박 상무는 “판사 시절 KT 관련 사건을 단 한 도 취급하지 않았다”면서 “사직서를 내고 KT 취업 위해서 서류를 내니, 한 달 동안 심사해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이 회장과 친분은 밥 한끼 사준다 해서 먹은 것 이외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 상무는 “(연차상) 지방 법원 부장으로 가야 하는 시기인데, 아내가 사춘기 방황하는 아들을 두고 옮길 수 없다해 사직을 권유했고 사직을 하면 변호사를 해야 하는데 원래 영장은 법원에서 사표 안 낼 것 같은 사람 시키는 것이 관례라, 변호사로 개업해서 법정에 출입하게 되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면서 “사표는 내야 되고 변호사는 하기 싫고 해서, 삼성과 SK텔레콤, KT 가운데 지인에게 혹시 자리 있느냐 물어봤는데 있다 해서 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청와대에서 이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우리가 당사자 인데 들은 적 없다”고 밝혔다. 건강에 이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역에도 많이 다니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봉이 40억원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이사 보수한도와 헷갈리는 것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본다”면서도 “39억원은 3명의 등기이사에게 지급했던 금액”이라면서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김 실장은 “사내에서만 회장 선임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 것 아니냐는 루머는 정관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려면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는 일은 없다, 왜 유독 KT만 소문이 많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무한 경쟁 상황,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소모적인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임원으로써 미안하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 기자 간담회까지 열어 해명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기자들도 “자료를 뿌려서 알려도 될 텐데 굳이 두 차례에 걸쳐 기자간담회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김 실장은 “커뮤니케이션실 직원들이 비즈니스 자체보다는 거버넌스와 회장님 거취 문제에 대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사실과 다른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대로라면 생산적인 업무 할 수 없다고 판단돼 부득불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KT의 거듭된 해명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의혹은 풀리지 않은 상태다. 배임 의혹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특히 스마트몰 사업의 경우 이 회장이 사인한 계약서가 공개된 상태라 자신의 취임 전 일이라고 발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후임 낙하산을 내려 보내지는 않겠지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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