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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과제 4가지
웹툰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과제 4가지
[문화예술노동연대 기획 연재] 제작사가 웹툰작가와 맺는 기상천외 수익분배
두번 꽃놀이패 쥐는 회사… 작가는 본인작품 원 수익·계약조건도 몰라

지난 3월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2021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 발표’를 통해 문화예술노동자 전체 요구 및 각 문화예술 현장의 요구를 드러냈습니다. 그 중 영화, 음악, 방송작가, 게임, 웹툰, 공연, 예술강사 들의 노동 현실과 구체적 요구를 연속기고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편집자 주

그림 잘 그리기로 유명한 A라는 웹툰 작가가 있다. 그는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을 모 제작사와 계약하며 MG 계약을 체결하였다. MG, 즉 ‘미니멈 개런티’(minimum guarantee)란 원래 뜻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원고 제작 대가로 다달이 지급되는 원고료 형태를 띠지만 계약서상엔 미래에 발생할 저작권 수익을 일부 선지급 받는 것으로 정의되는, 한국 웹툰계 특유의 계약 형태다.

A작가는 회차당 100만원을 받기로 했고 한 달에 400만원을 받으며 작품을 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대히트를 치지는 못했으나 꽤나 인기를 끌어 월 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두었다. 상식으로는 이득을 본 것이다. 그러나 A작가는 기존에 지급된 MG를 채우지 못해서 회사에 일종의 빚을 지게 됐고, 스스로 ‘MG도 못 채우는 무능한 작가’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게 됐다. 사실 A 작가 작품은 월 500만원을 번 것이 아니다. A작가 작품을 제작한 제작사는 유명한 대형 플랫폼과 계약해 작품을 배포했는데, 거기서 발생한 수익은 월 평균 1000만원이었다.

그런데 플랫폼과 제작사 간에 5대5 수익배분 계약이 체결돼 있었던 것이다. 플랫폼이 먼저 500만원을 가져가고 제작사에 500만원이 온 것이다. A작가는 이미 받은 400만원보다 수익 100만원이 더 올랐으니 5대5 수익배분 계약에 의해 50만원 정도는 받아야 정상이다. 웹툰계에서 일하지 않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콘진원 지원 급여로 한번, 작가에 2배 수익요구


그러나 여기는 웹툰계다. 복잡해서 따라오기 힘드시겠지만 잘 따라와 주시기 바란다. A의 계약은 수익을 5대5로 분배하게 하도록 했지 않은가? 이미 월 400만원의 MG가 지급됐으니 회사도 400만원을 벌어야 ‘MG를 채운’ 셈이 되는 것이다. 즉 월 800만원을 벌어야 했는데 월 500만원 밖에 벌지 못한 A작가는 1년의 연재가 끝나자 회사에 3600만원의 빚을 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더 어이없는 부분이 있다. 사실 회사가 미리 지급해 준 MG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사업에 A작가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따낸 지원금이었다. 즉 회사는 만약 A작가가 한 푼도 벌어들이지 못했다 해도 손해 본 것이 없다.

이쯤 되면 “빚이라면 그걸 현금으로 갚아야 한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보통은 이후의 작품 판매, 해외 판권, 2차 저작권 등으로 끝까지 ‘채워 넣어야’ 한다. 보통은 이러한 ‘노예 상태’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른다. 그러나 A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회사 영업 방침 등이 맞지 않아 해당 작품의 ‘시즌2’는 다른 회사와 계약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의사를 밝히자 회사는 이미 지급된 MG 1년치, 즉 3600만원을 반환하라고 했다.

아니, 국가에서, 콘텐츠진흥원에서 받아서 준 돈이 아니던가? 그럼 회사는 앉아서 3600만원을 공짜로 벌겠다는 것인가? A는 회사에게 고소를 당했다. 이런 상식 외의 처사에 A작가는 콘텐츠진흥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자기들은 지급이 이뤄지고 서류상 숫자만 맞으면 될 뿐 그 이후는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계약서대로 하면 회사 말이 맞다고 한다. 우리 상식과는 억만 광년 거리지만 법대로라면 회사 입장이 정당하단다. 승소 확률이 희박해 A는 결국 반액가량을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창작한 작품은 각종 불법웹툰 사이트에서 카피돼 돌아다니고 있다. A 작가는 경찰서에 찾아가 불법웹툰 사이트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잡기 힘들텐데…”라고 말할 뿐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A 작가는 기진맥진했다. 적어도 차기작에 대해서는 차분히 시간을 들이며 좋은 회사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근로자가 아니기에’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니 구직 급여를 받지 못했다. 생활고에 쫓기며 간신히 버티는 처지가 되었다.

“위 사연은 여러 작가들의 사례를 조합해 만든 가상 이야기입니다”라고 무척이나 말하고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작가 이름을 익명 처리하고 숫자만 조금 바꾸었을 뿐. 게다가 이것은 다만 한 사람의 특이 케이스가 아니다. 디테일이 살짝 다를 뿐 이런 종류 사연을 가지지 않은 작가들은 극소수다. 위 사례 A는 실력이 없거나 유명하지 않은 작가가 아니다. 충분히 히트를 치고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견 작가다. A도 이런 꼴을 당하는데 신인이거나 데뷔하지 못한 작가 지망생들, 배경이나 채색 등 업무에 종사하는 협업 작가들은 어떤 지경일지 상상이 가는가.

본인 작품인데 원 수익과 계약 조건 고지 못받아


웹툰 노동자들 고통은 4가지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켜 있기에 발생한다.

우선 계약서 문제가 있다. 이는 또다시 웹툰시장에 적합한 표준계약서 부재 문제와 국가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가 부당계약을 맺는데도 큰 문제 없이 통과되는 현실 속에서 표준계약서 준수 의무 문제로 나뉜다.

꼬리를 물고 두 번째로 웹툰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의 문제가 나타난다. 저작권계약과 용역계약을 뒤섞어서 처리한 뒤 이는 저작권 수익에 대한 계약일 뿐이므로 예술인고용보험을 들어 주지 않아도 된다는 기상천외한 모 블랙 업체 주장을 보면 뚜렷하다.

예술인고용보험이 도입됐으나 많은 업체들은 ‘저작권자니까 노동자가 아니다’, ‘배경, 채색 등 어시스턴트를 고용하고 있으니 고용주니까 노동자가 아니다’, ‘그리고 배경 작가와 채색 작가는 대표 작가에게 고용돼 있는 것이니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차일피일 의무를 미루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저작권자인데 왜 노동자가 되려고 하느냐?” 같은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신아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이 2020년 12월21일 서울시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플랫폼종사자특별법 강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신아 문화예술노동연대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이 2020년 12월21일 서울시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정부의 플랫폼종사자특별법 강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 번째로 저작권 문제를 보자. 정말로 웹툰작가는 저작권을 보호받고 있는가? 앞서 사례로 언급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이고 기상천외한 계약 형태인 ‘MG’ 수익분배 방식만 보아도 그렇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또 보통 작품은 제작사와 플랫폼 간 계약을 통해 배포되는데, 작가 본인은 자신이 계약을 맺은 제작사와의 계약 내용만 알 수 있지 제작사가 제3자와 계약을 어떻게 맺었는지는 알 수 없다. 본인 작품인데 본인의 원 수익이 얼마인지, 과연 어떤 조건으로 계약이 됐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법웹툰 사이트라는 외부의 적이자 마지막 네 번째 문제에도 작가들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작가가 본인의 원래 수익을 알 수 없다 보니 불법웹툰 사이트가 조직적으로 작품을 도둑질하다가 잡힌다 해도 피해액을 산출할 수 없다. ‘밤토끼’라는 희대의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잡혔을 때 한국 최초로 저작권자들이 단체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피해액 근거를 대지 못해 재판부 재량으로 평균 300만원 정도만 인정 받은 바 있다.

회사에 투명한 정보공개 의무가 있어 나의 원래 수익이 얼마인지, 내 작품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알고, 정당하고 공정한 분배를 받는 온당한 계약서를 체결하고, 사회보장제도의 기초적 보호를 받으며, 내 작품을 도둑질 당하지 않는 것. 웹툰작가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자본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듯 이렇게 말한다. “웹툰작가는 노동자가 아니야!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은 너희 개인의 탓인 것이다.” 덧붙여 달콤하게 속삭인다. “예술가잖아, 너희는. 왜 구질구질하게 노동자를 자처해?”

왜 웹툰작가는 스스로 노동자라고 하는가. 우리가 예술노동자로서, 웹툰노동자로서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우리를 짓누르는 저 4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유롭게,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웹툰을, 창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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