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진=이준석 대표실 제공.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진=이준석 대표실 제공.

22대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공약을 가장 먼저, 제1호 공약으로 꺼낸 정당은 개혁신당이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대한 방송 경력 10년 이상 의무화와 구성원 임명동의제 등 공약에, 흔히 진보적이라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환영을, 보수 성향이라는 노동조합 등은 비판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들이 언론노조를 적대시하고 정권 비판적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이라 규정해 온 점에 비춰, 구성원 참여를 더 강화하는 공약을 보수 성향의 개혁신당이 밝혔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다만 방송·통신 규제기구의 정권 종속성 문제가 있어 사장 임명동의제만으로는 공영방송 정치 독립 문제를 풀 수 없다. 수신료를 조세로, KBS 외부 출연자를 내부 인력으로 대체한다는 공약 등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자율성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제1야당(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현실, 개혁신당 지지세가 미약한 한계 등의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개혁신당이 던진 화두는 유효하다. 지난 22일 이준석 대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전한다.

-1호 공약으로 언론 공약, 그중에서도 공영방송 공약을 택한 이유는.

“우리 정치가 나빠지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치권의 약탈 대상이 되고 결국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게 되니 공론장이 박살났다. 각 지지층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안 매체에만 열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극심해진 정치양극화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필사적인 약탈의 대상이다. 양당 모두 정권을 잡고 안 잡고에 따라 언론정책의 기조가 달라지고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한다. 이 소모적인 복마전을 시급히 끝내야 한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만났다던데, 만난 배경이나 성과가 궁금하다. 윤 위원장 외에 자문 구한 언론계 인사가 있나.

“사적으로 만나 위원장님의 고견을 들은 것이기 때문에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언제나 언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애쓰고 있고 앞으로도 애쓸 예정이다.”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행위에 있어서의 언론과의 소통 중요성을 밝혔다. 현재 언론과 정치권 관계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나.

“국민의힘은 언론을 장악의 대상으로 보고, 민주당은 언론을 적대화 한다. 양당 모두 각자의 피해서사가 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멀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부터 가까이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까지, KBS와 MBC가 소위 ‘노영방송’이 되어 민주당 친화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다른 사례를 바탕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아마 가장 큰 잔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양당의 대안은 비슷하다. 몽둥이로 때리거나 절교하거나이다.

언론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정치권 입장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해서이다. 쉽게 말해 유착하고 싶은 마음을 떨쳐내고 공정한 언론정책의 기준을 고수하면 언론시장 내부의 공정한 경쟁도 장려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불한당 몽둥이 때리듯 하는 방식은 비문명이고 다분히 감정적이다.”

-언론(언론인)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언급했다. 언론 불신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나.

“언론이 크게 불신 받으면 담론장이 사라진다. 토론이 없어진다. 국민이 반으로 갈라져 서로 다른 진실의 세계를 살아간다. 이미 그렇게 되었다. 한 가지 간명한 사실을 갖고도 각자가 선호하는 유튜브의 해석을 더 신뢰한다. 언론 스스로 뼈아프게 돌아봐야할 문제이다. MB정부 시절 KBS, MBC가 파업을 할 때 얼마나 많은 국민들, 청년들이 지지를 보내고 함께 했었는지 기억하실 것이다. 당시 저도 ‘이태원프리덤’을 차용한 MBC프리덤 영상을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현재는 어떤가.

모든 언론이 바르고 단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론을 추구하는 ‘고지식한’ 언론은 필요하다. 소란스러운 민주주의를 담아낼 공론장을 누군가는, 어떤 언론은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그 담론의 광장을 마련할 국민께 신뢰받는 언론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공영방송 재원 관련해 수신료를 폐지하되 조세 지원을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오히려 수신료보다도 더 정권에 종속되는 재원 구조가 될 수 있지 않나.

“제가 그리는 공영방송의 미래는 현재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KBS는 여타 방송사와 다르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들이 있다. 재난주관 방송사로서의 업무를 NHK와 같은 수준으로 정확하게 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국을 유지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여타 언론의 편중성도 보완해야 한다. 단순하게 상업적으로만 봐서 제작 가능성이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하는 역할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하드라마에 억지로 PPL을 넣지 않고도 제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공영방송의 공적 역할이 주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재원의 출처와 무관하게 정치편향의 여지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2017년 E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두 외주제작 PD가 해외에서 사망한 일이 있었다. 공영방송이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하지 못해 독립 PD들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는 저임금 하청노동자로 전락해 버린 현실이다. 보도공정성을 빌미로 공영방송사의 재원을 옥죄며 그 비용 절감의 부담을 전가해 방송노동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어떠한 대안도 없이 그저 방송 때려잡기만 하다가 거부권만 덜렁 행사한 것이다. 엄밀히는 양당 모두 집권당이 되면 분풀이를 반복하고 있는 꼴이다. 이번 방송법 논쟁을 보면 어느 당도 공영방송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핵심은 거부권이 아니라 양쪽 모두 이념적이고 불충분한 대안을 내놓고 싸웠다는 점이다.”

-공영방송의 대표성을 개선하려면 사장 등 선임절차에 다양한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 연장선상에서 KBS, MBC 등에서 이뤄져온 시민평가제도는 어떻게 보나.

“개혁신당은 22대 총선 이후 즉시 공영방송, 즉 KBS, MBC, EBS의 사장을 선임할 때, 사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도록 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공영방송 사장에게 10년 이상의 방송 경력을 강제하도록 하여 직무 경험이 전무한 낙하산 사장의 임명을 원천 봉쇄하겠다. 사장 선임에 대한 거부권은 오로지 보도 부문의 논조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는 대통령의 것도 아니고, 여야 정당의 것도 아닌, 각 방송사의 미래와 본인의 미래가 직접 맞닿아 있는 방송 노동자들의 것이어야 정당성이 있다.”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를 너무 쉽게 해임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영방송 독립성을 위해 사장, 이사진 임기를 보장하거나 해임 처분에 대한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후임자 인선 등에 제한을 두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원칙적으로 임기는 보장되어야 하나 사장과 이사진의 임기 보장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공약에 ‘외부 진행자를 내부 인력으로 대체하도록 한다’는 대목이 있다. 제작 자율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지 않나. (이 대표는 지난 1월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KBS가 조세 지원을 받게 되면 보도 편향성 논란의 핵심이었던 외부 진행자들을 능력 있고 장래성 있는 내부 인력으로 전원 대체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KBS가 여타 민영방송사와 시청률, 청취율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외부 진행자에 의존했다는 비판이 있다.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더라도 그 선임과정과 처우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늘 이어져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보도편향성 논란으로 이어져 매번 정쟁이 되어왔다. 방송 출연자에 대해 규제를 둘 필요는 없지만 공영방송이 국민의 직접 혈세를 받는 곳이 된다면 공적 책임의 영역 안에 있는 내부 진행자가 중심이 되도록 장려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많은 문제가 KBS가 공룡이 되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국가주도 방송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는 것에 더해 모든 분야, 모든 영역을 민영 방송사처럼 다루는 공룡이 되었다. 저는 KBS가 그 모든 역할을 그동안 매우 성공적으로 이행해왔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쟁의 소용돌이도 직면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이제 이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업자에 부과된 불합리한 규제 및 OTT와 방송사의 광고, 편성, 심의규제 불일치 해소 또한 공약으로 뒀다.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문제라고 보나.

“단적으로 광고 규제의 경우 방송에서는 시청 몰입 방해 등의 이유로 엄격하게 규제되지만 동일 콘텐츠를 OTT에서 시청하면 규제에서 논외이다. 방송사 콘텐츠를 유튜브와 포털사이트에 5분 이내의 영상으로 올릴 때에도 간접광고나 협찬이 포함되면 이를 명시해야 하지만 OTT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의규제는 국민들께 더 체감되는 문제이다.

방심위 규제에서 자유로운 OTT에서는 극적 맥락에 어울리는 표현들이 자유롭게 허용되는데 반해, 리모콘 몇 번 눌러 TV로 채널을 돌리면 그보다 한참 순한 표현들도 가차없이 ‘삐-처리’된다. 뻔히 담배를 피우는 것이 확실하고, 손가락 욕을 하는 것이 분명한데 뿌옇게 처리되고, 하물며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정부 부처가 아이돌 가수의 복장을 규제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이건 명백한 퇴행이다. 현재 K문화의 전세계 제패를 선도하는 세대는 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70년대생들이다. 억눌려왔던 문화의 빗장이 제거되고 문화적 자유가 만개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결국 그 시대 자유주의의 확산이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저력과 만나 전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마당에 대한민국이 문화 검열을 방치하고 나아가 앞장서는 국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소위 ‘가짜뉴스’ 규제론 어떻게 생각하나. 유튜브 등 사각지대에 대한 허위조작정보 규제 필요성도 정치권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사안이다.

“이 주제에 관한 섣부른 정답을 경계하는 편이다. 기술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가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각자의 입맛에 따라 가짜를 규정해버리는 시대에 ‘가짜뉴스’란 말은 서로를 향한 공허한 비판의 언어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이전과는 다른 정보의 유통구조가 생긴 만큼 달라진 환경에는 달라진 제도, 그리고 정보를 대하는 달라진 사회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 마당에 당장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자유를 기치로 내거는 보수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 존재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다. 방심위를 해체하고 자율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 정치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심위의 역할이 상당부분 축소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특히 자유를 입으로라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정부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안타깝게도 4년전 방심위 폐지를 외쳤던 국민의힘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방심위를 통한 ‘가짜뉴스 때려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주의 정당을 기치로 내건 개혁신당은 방심위와 방통위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황금방패를 연상시키는 https 차단과 같은 검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방심위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정책이다. 심의 과정도 차단 사유도 공개되지 않는 이상한 규제를 계속하는 것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는다.”

-현 김홍일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심위원장 퇴진 요구에 대한 입장은.

“두 분 모두 전문성이나 처신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빠른 퇴진이 마땅하나 노정된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은 아닐 것이다. 애초에 국민적 비판을 듣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을 장악하면 국민 여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망상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사진=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실 제공.

-이 대표는 상대적으로 언론 친화적인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개혁신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방송 등 언론 접촉을 권장하나. 기존 정당과 차별화되는 공보 원칙 등 의사가 있나.

“이 점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특정 정당의 출연자 섭외에 어려움을 겪을 때, 언론사의 성향과 영향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방송에 출연해 온 것이 저와 개혁신당 구성원들이다. 회피는 정답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언론은 국민을 대신하는 창구인 만큼 기존 기득권 정당들처럼 장악하려들거나 적대시 하는 것은 국민을 대하는 정치집단의 문제적 태도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방송 출연하면서 만났을 언론인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기도 하다. 언론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나, 정치권에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누구보다 방송 출연을 많이하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저에게는 매일같이 만나는 분들의 문제이다. 때로는 노동자들을 무작정 정규직화하는 것이 만고의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드는 일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제가 매번 느끼는 문제의식은 방송 작가들의 뛰어난 역량과 헌신에 비해 그 보상이 적정하게 형성되어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고민이다. 이 지점에서 방송국이라는 대형 주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공영방송 외의 방송, 또는 신문 등 다른 형태의 언론 매체에 관한 정책도 고민하고 있나. 언론 관련 추가 공약이 나올지?

“언론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이고 사회문화적 검열은 이를 옥죄는 가장 강력한 족쇄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정책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수당이 되지 않으면 공약을 실현하기 어렵다. 현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방송법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넘지 못했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것은 주권자의 여론이다. 특정 정책에 대해 국민 여론이 60대40 찬반 구도로만 나와도 의석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60%가 넘는 강력한 국민 여론을 버텨낼 원내 정당 없다. 방송법의 한계는 그 강고한 다수의 국민여론을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신당은 의석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선명한 국민여론을 만들어 변화를 추동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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