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의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미래 비례명단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탈당 가능성과 사퇴 언급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고, 이철규 의원은 자신이 제시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함께 못 간다는 취지의 말을 윤재옥 원내대표를 통해 한동훈 위원장에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과 관련해 TV조선은 지난 19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9’ <[단독] 비례명단 놓고 충돌…“탈당” 언급도>에서 그 상황을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 의원이 19일 국민의미래 비례후보 명단 발표 직전 한 위원장에게 명단 일부의 수정을 요구하며 “고치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이미 확정된 명단은 고칠 수 없다”, “내가 관두겠다”고 비대위원장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던 걸로 전해졌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앞서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미래 비례명단과 관련해 사무처 당직자, 호남출신 인사 등의 배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보도가 나온 뒤 한동훈 위원장 측은 비례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위원장은 20일 경기 안양 현장 선대위 후 기자들의 질문에 “비례 정하는 절차는 시스템 공천에 따라 정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정 갈등 2라운드’라는 평가를 두고 한 위원장은 “총선을 20일 남겨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공동체”라며 “그렇게 해야 폭주하는 이재명 사당과 통진당 종북세력이 이 나라 주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TV조선이 지난 19일 뉴스9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 이철규 의원이 비례명단을 놓고 각각 사퇴하겠다, 탈당하겠다면서 충돌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TV조선이 지난 19일 뉴스9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 이철규 의원이 비례명단을 놓고 각각 사퇴하겠다, 탈당하겠다면서 충돌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좀더 노골적인 해석도 나왔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2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철규 의원의 장문의 페이스북 내용은 번역이 필요하다”며 “번역하자면 ‘왜 내가 심으려는 사람이 비례대표 명단에 없냐’ 그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비례대표 공천은 그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공관위가 결정한 후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의 의견 제시를 두고 월권 아니냐, 왜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하느냐고 하는 지적에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게 월권이면) 한동훈 위원장도 장동혁 사무총장도 모두가 다 월권이고,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당을 위해 헌신해온 호남 지역 인사와 노동계, 장애인, 종교계 등에 대해 배려해달라는 의견 개진한 바 있고, 이 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의견이 맞지 않은 것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으로 비례대표 선정에 참여하거나 또한 사적 인연을 가지고 요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비례 명단 발표 전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한 위원장과 같이 못한다고 언급한 사실은 시인했다. 이철규 의원은 발표 전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 등 책임자에게 전화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길래 사무처 당직자에게 확인한 결과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들이 한 명도 후보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래서 부득이 윤재옥 원내대표, 전화해 호남권 인사의 배제와 당 사무처 당직자의 배제라는 잘못된 비례 공천을 바로 잡아달라고 건의해주기를 요청하면서 ‘이렇게 협의 없이 극단적으로 밀실에서 이루어지면 그걸 어떻게 함께 하겠느냐,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도 맞는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이것은 바로 잡아 주기를 바라는 충정이었다. 이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그런데도 이걸 ‘사천’이라 하고 사천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제가 몽니를 부린다는 식으로 (언론에) 사실을 왜곡시켰다”며 “또한 고성과 삿대질이 오고 갔다는 식의 터무니 없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을 향해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가슴과 진정성,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왜곡된 보도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미래 비례 명단 갈등 언론보도 내용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의미래 비례 명단 갈등 언론보도 내용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과 오로지 짧은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전부이며 그 통화도 지극히 사무적이고 의견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위원장과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질의에 이 의원은 “당 사무처와 당직자들이 당선권 내 배려되지 못한 부분을 좀 배려해 달라, 호남권 인사 좀 배려해 달라 이 두 가지”라며 “당 지지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분들이 들어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달했다”고 답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요구한 구체적 인사에 대해 이 의원은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과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 유튜브 ‘내시십분’ 진행자인 개그맨 출신 김영민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윤한 갈등이라는 해석을 두고 이 의원은 “누구도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지 못하고, 누구든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는데, 그걸 갈등이라고 침소봉대하고 마치 당과 용산의 대리전인양 이렇게 폄훼하고 왜곡시키는 것은 절대로 저는 공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배후로 지목된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공천관리위원)은 이철규 의원의 기자회견을 두고 “공천 과정에는 외부 인사를 포함한 공관위원, 사무처 당직자들이 함께 참여했고, 국민들께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셨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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