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에 김장겸 전 MBC 사장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안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탄압 부당노동행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통령 특별사면 후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을 부여해서다. 이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당이 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대식과 공천자 대회 도중에 나와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의 경우 언론계 반발이 많았고 부당노동행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사면복권돼서 비례공천 받게 된 것은 국민눈높이에도 안 맞고 언론자유에도 반하는 정책방향 아니냐는 반발은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김 비대위원은 “당의 결정”이라면서도 “저도 충분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언론노조 등에서”라고 답했다. ‘아쉽다는 뜻이냐’는 재차 질의에 김 비대위원은 “노코멘트”라고 했다.

김장겸 전 사장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14번을 받아 당선권에 들었다는 평가다. 김 전 사장은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설특별사면을 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김 전 사장의 비례대표 안정권 순번에 언론계의 거센반발에 이어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노조 탄압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은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더니, 당선권인 14번에 배치되었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죄자를 특별사면으로 풀어주고 국회의원까지 시켜주는 ‘무법 공천’”이라며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떠올려 보라. 유죄가 확정됐지만 특별사면을 받은 김태우 전 구청장을 보궐선거에서 후보로 내면서 지역구 여론이 악화하고 선거는 물론 수도권 위기론이 거세게 일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특별사면한 김장겸 전 MBC사장을 공천한다면 이번에는 ‘수도권 위기론’이 아닌 ‘전국 위기론’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를 얼마나 낮게 보는지 반성하고 그의 공천을 당장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 자체에 대해서도 과거 징계 전력자가 상위순번에 포함돼 있고, 호남출신 인사가 거의 없으며, 김예지 의원의 경우 비례의원을 연임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례 17번을 배정받은 이시우 전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서기관은 골프접대 의혹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징계)된 전력이 있다. 과거 폭력 전과와 공금횡령 등의 혐의가 문제되어 서류 접수마저 거부되어 비례후보에서 탈락했다던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면접도 없이 10번에 배치됐다고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비판했다.

‘한동훈 비대위’의 비대위원인 한지아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김예지 의원은 당선권인 11번과 15번을 배정받은 점도 지적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중앙선대위 발대식 등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례공천 잡음에 대한 질문에 다변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중앙선대위 발대식 등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례공천 잡음에 대한 질문에 다변하고 있다. 사진=MBN 영상 갈무리

특히 친윤으로 평가받는 이철규 국민의힘 공관위 위원(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되고,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출신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 일을 감당해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호남이라는 험지에서 보수의 기치를 들고 헌신해 온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배제와 후순위 배치도 실망의 크기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건물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천 프레임을 갖다가 씌우는데 지역구 254명과 비례대표 명단 중 단 한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 없다”며 “(본인이)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비례대표 공천은 자리가 한정돼있고, 자원은 굉장히많기 때문에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새로운 문제제기 있으면 추가로 살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이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미래가 김장겸 전 MBC 사장에게 비례순번 당선권인 14번을 부여한 것을 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아니라 전국위기론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이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미래가 김장겸 전 MBC 사장에게 비례순번 당선권인 14번을 부여한 것을 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아니라 전국위기론 맞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공관위원을 맡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특정인 검증문제나 호남인사 배려문제는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보고, 달리 고려할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예지 의원 비례 연임 문제를 두고 “김 의원을 다시 공천하는 부분에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용혜인 의원처럼 셀프공천도 아니고, 비례 1번에 장애인 배려했고, 다른 장애인 추천할 몫을 김의원으로 추천한 것도 아니다”라며 “김 의원의 여러 의정활동 등을 보면서 한번 더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시 공천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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