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세트 올라갑니다(판매됩니다). 전체 매진 예상됩니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입니다. 오늘 다 나가면 내년에 사야 해요”

TV 채널을 이리저리 옮길 때마다 들리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유혹의 멘트, 믿을 수 있을까. 2022~2023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홈쇼핑에 내린 법정제재는 총 43건이다. 대부분 방송 중 허위발언을 한 경우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심의내역을 바탕으로 홈쇼핑이 시청자들에게 한 거짓말을 5가지로 정리해 소개한다.

▲ 그래픽=안혜나 기자
▲ 그래픽=안혜나 기자

① “오늘 마지막 방송입니다” 믿으면 안 됩니다

“오늘 마지막 생방송입니다” 구매를 망설이는 시청자를 유혹하는 쇼호스트의 멘트, 홈쇼핑의 대표적 거짓말이다. 시청자가 이 말을 듣게 된다면 구매를 선택하기보다, 정말 마지막 방송일지 의심해봐야 한다.

롯데홈쇼핑은 2021년 10월 건강식품을 판매하면서 ‘마지막 방송’을 수차례 강조했다. ‘원료 수급 비상’이라는 자막과 패널이 노출됐고, “원료 수급 문제로 오늘 이 상품, 마지막 생방송을 외친다”고 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한 달 뒤 같은 제품을 재판매했다. 특히 재판매 방송에서 수급이 어렵다는 원료의 함량까지 높였다. 롯데홈쇼핑은 2022년 4월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홈앤쇼핑 역시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 홈앤쇼핑은 2022년 1월 시계를 판매하면서 “영원히 마지막 생방송이다”, “오늘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홈앤쇼핑은 생방송 이후 두 달간 3차례 재방송을 실시했다. 방심위는 홈앤쇼핑 방송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2022년 6월 주의를 결정했다.

② 홈쇼핑 한정 사은품? 다시 확인해보세요

홈쇼핑 생방송에서만 준다는 사은품, 확인해봐야 한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사은품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쇼호스트가 소개하는 사은품 가격이 과장됐을 수도 있다.

2022년 11월8일, 홈앤쇼핑은 패션잡화 판매 방송 중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진주 목걸이를 두고 “경험상, 이것만 100만 원 언저리로 나와야 한다. 진주가 절대 저렴한 주얼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39만9000원 주얼리를 사는데 100만 원 상당의 진주 목걸이를 준다니. 하지만 100만 원 상당의 제품이 아니었다.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어서 가격을 특정하기도 어려우며, 유사 상품은 타 홈쇼핑사에서 14만 원에 팔렸다. 방심위는 지난해 4월 홈앤쇼핑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홈앤쇼핑은 2022년 9월 김치냉장고를 판매하면서 방송이 종료되면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냉동고를 받을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방송과 같은 조건의 상품이 팔리고 있었다. 홈앤쇼핑은 지난해 2월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한국의 홈쇼핑, T커머스 기업 CI.
▲한국의 홈쇼핑, T커머스 기업 CI.

③ “매진 임박” 말 듣고 고민하면 안 됩니다

“6300분 올라갑니다, 6400분, 6500분 올라갑니다” 구매를 망설이는 시청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쇼호스트의 외침. 쉽사리 믿으면 안 된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3월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자막과 발언을 통해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고지했다. 그러면서 “6500분 올라간다. (매진 시) 6개월간 아예 진짜로 아예 방송이 불가능하다라는 걸 알려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상품 판매량은 5185세트였다. 방심위는 지난해 8월 CJ온스타일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4월 다른 회사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문제를 반복했다. CJ온스타일은 “전체매진 예상됩니다. 8개월 만에 물량 맞춰 오는거 정말 어려운 얘기다”, “3100, 3500, 4000세트 올라간다. 1번부터 매진될 것 같다”며 구매를 유도했다. 하지만 이 제품의 판매량은 2187세트에 불과했다. CJ온스타일 측은 모바일 앱, 웹에서 방송제품과 동일한 브랜드 상품이 팔리면 판매수량에 합산되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고, 지난해 11월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④ 홈쇼핑 상품설명, 잘 따져봐야 합니다

홈쇼핑의 상품설명만 믿고 물건을 구매하면 안 된다. 단순한 과장 설명을 넘어, 거짓말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쇼핑은 2021년 6월 샴푸를 판매하면서 “라벤더 로즈마리 샴푸가 세계 1등 상품이다. 세계에서 부동의 1위”라고 했다. 해당 샴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오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라벤더 로즈마리 상품은 해당 브랜드에서 판매가 가장 많이 됐을 뿐, ‘세계 1등’과는 무관했다. 신세계쇼핑은 쇼호스트가 상품에 대한 애착이 많아 감정적인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정제재 주의를 피할 수 없었다.

NS홈쇼핑은 2022년 8월 햅쌀을 판매하면서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시설에서 생산된 쌀”이라고 했다. GAP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안전성을 확보한 농산물에 주는 인증이다. 하지만 이 제품, GAP 인증을 받지 않았다. GAP 인증을 받은 관리시설에서 쌀이 가공된 건 맞지만, 쌀 자체는 GAP 인증을 받지 못했다. 방심위는 지난해 1월 NS홈쇼핑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⑤ 프랑스 수입품? 믿지 마세요

프랑스·스위스 등 해외 수입품이라는 상품 설명도 따져봐야 한다. SK스토아는 2022년 10월 흙침대를 판매하면서 “프랑스에서 왔다. 원단을 그대로 프랑스에서 수입해서 온다”, “묘하게 유럽 색깔이 있다. 원단은 프랑스에서 짜야지 이 색깔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아닌 중국에서 수입된 제품이었다. 원단 원재료 중 일부만 프랑스에서 제조됐을 뿐, 원단 자체는 중국상품이었다. 방심위는 지난해 3월 SK스토아에 주의 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인 경고를 결정했다.

롯데홈쇼핑은 2022년 11월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자막으로 “세계 최고 수준 제네바공과대학과 긴밀한 협업, 성분개발만 15년”,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제네바대학교의 천재들이 만든 성분”이라고 안내했다. 쇼호스트는 한술 더 떠 “천재들이 만들었으니까. 노벨상이 10개나 나온 연구실에서 나온 거니까”라고 했다. 화장품의 원료사는 제네바대학과 협업을 했지만, 화장품 제조사는 제네바 대학교와 협업한 바 없었다. 결국 롯데홈쇼핑은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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