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방송은 ‘흑염소’ 관련 협찬주에게 협찬을 받아 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TV조선 ‘굿모닝정보세상’) “본 방송은 ‘콘드로이친’ 관련 협찬주에게 협찬을 받아 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TV조선 ‘위기탈출 생존왕’)

방송사들의 교양프로그램에서 건강기능식품(유산균, 단백질, 콘드로이친, 글루타치온, 흑염소, 콜라겐, 시서스, 보스웰리아, 폴리코사놀, 카무트 등)의 효능을 설명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연계편성’을 지난 5월 가장 많이 한 방송사가 TV조선으로 확인됐다. TV조선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방송사 중 가장 많은 연계편성을 해왔고 횟수(139회→155회→160회)도 지속해서 늘렸다. 방통위가 규제에 나서지 않으면서 일부 방송사들의 연계편성은 오히려 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TV조선 사옥. ⓒ미디어오늘.
▲서울 중구에 위치한 TV조선 사옥. ⓒ미디어오늘.

연계편성이란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방송사들의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인접한 시간(프로그램 시작부터 종료 후 1시간 이내까지)에 홈쇼핑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로부터 받은 ‘2023년도 지상파·종합편성채널-홈쇼핑 간 연계편성 현황점검 결과보고’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6개(MBC·KBS1·KBS2·SBS·OBS·EBS) 채널과 종편 4개(TV조선·MBN·JTBC·채널A) 채널 등이 TV홈쇼핑 7개(NS홈쇼핑·롯데홈쇼핑·CJ온스타일·홈앤쇼핑·GS SHOP·현대홈쇼핑·공영홈쇼핑) 채널과 건강기능식품 판매 연계편성을 얼마나 했는지 조사했다. 모니터링은 5월 한 달간 이뤄졌다.

그 결과 지상파 3개 채널(MBC·SBS·OBS)과 종편 4개 채널(TV조선·MBN·JTBC·채널A)의 47개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470회 방송한 내용이 홈쇼핑 17개 채널(7개의 TV홈쇼핑에 10개 데이터홈쇼핑 포함)에서 총 838회 연계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51개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754회 연계편성 된 것과 비교하면 올해 프로그램 수 대비 연계편성 횟수는 증가한 것.

▲ 2023년 5월 방송사별 홈쇼핑 연계편성 횟수. 방송통신위원회, 이정문 의원실 자료 재가공.
▲ 2023년 5월 방송사별 홈쇼핑 연계편성 횟수. 방송통신위원회, 이정문 의원실 자료 재가공.
▲ 최근 3년 간 홈쇼핑 연계편성 현황.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정문 의원실
▲ 최근 3년 간 홈쇼핑 연계편성 현황.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정문 의원실

TV조선이 17개 프로그램에 총 160회(본방 86회·재방 74회)로 가장 많은 연계편성을 했다. 뒤이어 JTBC가 12개 프로그램 총 104회(본방 50회·재방 54회), MBN이 8개 프로그램 총 89회(본방 37회·재방 52회), 채널A가 6개 프로그램 총 52회(본방 16회·재방 36회), MBC가 2개 프로그램 총 45회(본방 20회·재방 25회), SBS가 1개 프로그램 총 19회(본방 17회·재방 2회), OBS가 1개 프로그램 총1회(본방 1회·재방 0회)를 기록했다. TV조선은 2021년과 2022년 조사 때도 연계편성 횟수가 가장 많았다.

반면 KBS1·KBS2·EBS 등 3개 채널은 연계편성을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이 채널들은 지속적으로 연계편성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방통위가 방송사들과 홈쇼핑 채널을 모니터링한 것과 비교해 건강정보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연계편성 횟수를 늘린 방송사(OBS 제외)는 TV조선(155회→160회)과 JTBC(81회→104회)뿐이다. TV조선과 JTBC는 2021년 대비 지난해에도 연계편성 횟수를 늘렸다.

‘TV조선이 3년 연속 연계편성을 늘린 것’에 대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미디어오늘에 “시청자를 기망하는 행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계편성 횟수를 늘린 것은 TV조선이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우쳐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반면 KBS1·KBS2·EBS 등은 지속적으로 연계편성이 ‘0건’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KBS 관계자는 “연계편성은 ‘수신료를 받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는 조직문화가 있다”고 했다. 이정문 의원은 “그동안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으나 수신료 분리징수로 상업성이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연계편성은 음성적 협찬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협찬 관련 규제가 느슨한 점을 이용해 건강제품 업체가 방송사와 협찬계약을 맺고 방영 시간에 맞춰 홈쇼핑에 상품 판매 시간을 확보해 내보낸다. 재방송 편성까지 동시에 계약하거나 추후 재계약을 통해 재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건강정보프로그램이 협찬을 위해 기획되고 편성되는 셈이다.  

방통위가 2020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협찬의 경우 3회 이상 고지’ 의무를 강제하면서 협찬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 2020년 방통위는 협찬 제도 개선을 위해  △협찬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협찬과 협찬고지의 허용 범위 및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협찬 고지를 명시하고 △방송사에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부여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정문 의원은 “상업적 역할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청자 권익을 훼손한 사업자에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계 판매 상품은 총 51개였다. 가장 많이 연계 판매된 상품은 유산균(159회)이었다. 단백질(153회), 콘드로이친(72회), 글루타치온(61회), 흑염소(40회), 콜라겐(32회), 시서스(29회), 보스웰리아(23회), 폴리코사놀(21회), 카무트(19회), 모로실(17회), 대마종자유, 비타민(13회), 포스파티딜세린·엘라스틴·락토페린·아르기닌(11회), 링곤베리(10회), 천심련·SAC·아누카사과(9회), 구기자·당뇨영양식(8회), NAG·여주(7회), 로즈힙(6회), 맥주효모·파바빈·우슬(5회), 고투카원·로열젤리·가자(4회), 수국·맥문동·초록입홍합·오메가3·바나나잎·생식·침향·카르니틴·새싹보리·감로꿀·그린세라·베르가못·코엔자임Q10·매스틱·아틱오트·로즈마리·MSM·구아검·포르테오글리칸(3회 이하)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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