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3일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5G 요금제 최저구간을 3만 원대까지 낮추겠다고 했는데, 가격뿐 아니라 제공 데이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KT가 지난달 내놓은 3만 원대 5G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4GB지만 소비자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8GB에 달한다.

▲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과기정통부는 13일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계통신비 완화 대책을 공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해 민생경제 안정에 기여하며, 통신시장의 과점체계를 개선해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며 “5G 요금제의 최저구간을 3만 원대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1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에서 통신사들이 올해 1분기 내 3만 원대 5G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KT는 지난달 월 3만7000원에 데이터 4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4GB를 모두 사용할 경우 데이터 속도가 느려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3만 원대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해온 만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3만 원대 요금제는 KT와 대동소이할 가능성이 있다. 

3만 원대 요금제가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면 더 많은 공시지원금을 주는 시장 구조상 3만 원대 요금제가 큰 효용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미디어오늘에 “비싼 요금제를 쓰면 공시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3만 원대 요금제에 책정된 지원금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따져보면 가계통신비가 그렇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3만 원대 요금제 가입시 주어지는 5G 데이터는 평균 데이터 사용량과 비교해 부족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가입자가 한 달 동안 사용하는 데이터는 평균 28GB다. 김 팀장은 “평균적으로 28GB를 사용하는데, 4GB 요금제가 도움이 되겠는가”라면서 “저가 요금제를 내놓는 게 전부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효용성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에 “정부가 통신비 관련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 행태를 반영하지 않는 요금제는 큰 의미가 없다. 5G 가입자의 데이터 이용 행태에 맞는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 역시 미디어오늘에 “통신비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지, 요금 구간만 줄이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정부가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단통법 폐지를 통해 사업자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보격차에 따른 이용자 차별 해소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남은정 팀장은 “단통법 폐지는 필요한 조치로 보이는데,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한다”며 “형평성 문제는 시장에서 불가피하다. 통신사들이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야지, 차별이라며 전체 비용을 올리는 건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단통법 폐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두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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