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보도로 법정제재 ‘과징금’을 부과받은 MBC가 오는 1일 과징금 재심 여부를 논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회를 앞두고 ‘민원신청 사주’ 의혹을 근거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MBC뿐 아니라 KBS, JTBC, YTN도 지난해 11월 과징금 부과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의 기피 신청에 대한 의결은 상임위원 2인(류희림·황성욱)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14조에 따르면 ‘위원이 해당 사안의 대상이 된 처분 또는 부작위에 관여한 경우’ 위원은 심의 및 의결에서 제척돼야 한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MBC 기피 여부를 류희림 위원장이 참여해 의결할 수 없는 것이다. 황성욱 위원이 홀로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기피를 결정하든, 위원장이 참여해 결정하든, 야권 추천 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의결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MBC는 오는 1일 열리는 제4차 상임위원회를 앞두고 류희림 위원장에 대한 심의 기피를 지난 29일 신청했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2월1일 상임위원회에서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방송사(KBS, MBC, JTBC, YTN)들에 대한 재심 여부를 논의한다. 이날 의결 결과에 따라 방송사들에 대한 심의를 전체회의에서 다시 할지 혹은 과징금 부과를 확정할지가 결정된다.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MBC 기피신청서에 따르면 MBC는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동원된 이른바 ‘청부 민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해당 안건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제재 결정 이후 제기됐다”며 “해당 ‘청부 민원’ 건은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가 접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현재 본격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MBC는 “대상자인 류희림 위원장이 본건 재심에 참여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임직원 행동강령 등에 대한 류 위원장의 위반 여부가 명확하게 소명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는 “최근 본사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는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타사 대비해 징계가 과도하며, 징계 건수도 증가했다”며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 심의, 편파 심의 논란이 심각해졌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안건(재심)에 대한 류희림 위원장의 공정한 심의(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위원에게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고, 위원회는 의결로 이를 결정한다’고 명시된다.

이광복 부위원장 해촉 이후 보궐위원이 임명되지 않아 현재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여권 추천 2인(류희림·황성욱)뿐이다. MBC의 기피 신청과 방송사들의 재심 요구가 모두 기각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31일 성명을 내고 “현재 상임위원회는 ‘과징금’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류희림 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 2인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기피 및 재심 신청에 두 상임위원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당시 MBC는 국민의힘 추천 김우석 위원에 대해서도 기피를 신청했다. MBC는 김 위원이 MBC에 대해 보이고 있는 편향적 시각과 국민의힘과의 이해관계 및 뉴스타파 인용보도 안건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MBC 관련 안건을 공정하게 심의하기 어렵고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재적위원 7인 중 1명만 찬성해 기각이 결정됐다.

당시엔 김우석 위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기피 여부에 대한 의결이 이뤄졌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자신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 관련한 진상규명 요구 안건에 대해서도 본인이 참여해 ‘비공개’ 표결한 바 있다. 안건 당사자가 직접 표결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에도 류희림 위원장이 MBC의 기피 여부를 직접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기피 신청 등 사례가 자주 생기는 일이 아니다”며 “전례를 들어 명확하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야 6대1 구조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심의 보이콧을 진행하고 있는 윤성옥 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취지상 (방통심의위가) 합의제 기구니까 여권 추천 인사만으로 결정을 하는 건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 더군다나 당사자가 자신의 기피 신청에 대해 의결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이라며 “당사자가 나와서 상임위원 혼자서 기피 신청을 의결하는 것도 당연히 맞지 않다. 원래는 정상적인 위원 구성이 확보되고 나서 결정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1월13일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MBC ‘뉴스데스크’, ‘PD수첩’에 각각 과징금 4500만 원, 1500만 원 부과를 확정했다. KBS ‘뉴스9’엔 과징금 3000만 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엔 2000만 원, JTBC ‘뉴스룸’엔 1000만 원이 결정됐다. 뉴스타파 인터뷰가 보도되기도 전인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수사 관련 보도를 한 JTBC ‘뉴스룸’에 대해서도 2000만 원의 과징금 제재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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