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조선일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거론하며 ‘총선 후 특검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검 여론이 높아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서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두 특검 법안에 지난 5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파장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고, 특별감찰관도 여야 합의로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다수 주요 일간지 ‘근본적 대책’ 촉구

지난 6일 토요일자 신문을 발행하는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 다수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며 대통령실이 제시한 방안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선일보를 제외한 보수신문들은 거부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달 27일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서울의소리 화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으로 ‘특검 민심’ 돌릴 수 있겠나>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을 비판하면서도 “가족을 향한 특검 수사에 대해 사상 처음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됐고, 야당은 이를 ‘대통령 권한의 사적 남용’이라며 비판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제2부속실 설치에 관해 “특검을 요구하는 민심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흐지부지 넘긴다면 대통령실을 향한 국민들의 의구심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반대 여론 무릅쓴 거부권, 민심 수습책 나와야> 사설에서 민주당의 법안이 총선용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법안의 타당성을 따지기 앞서 김 여사와 기존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를 대안으로 언급하면서도 “여기서 그쳐선 안된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민의 우려를 달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 6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6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 6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 6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세계일보 역시 사설에서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정도로 넘어갈 순 없는 노릇”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 행사의 이유가 뭔지 진솔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옳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김 여사가 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고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일어났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국민 뜻 반하는 특검 거부... 납득할 대안도 제시해야> 사설에서 “야당 비판만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는 없다”며 “민심에 반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가족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데 이르렀다”며 “‘방탄 국정’을 노골화한 윤 대통령은 앞으로 법치와 공정, 상식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 ‘총선용 특검’ 비판하며 “총선 후 특검” 제시

조선일보는 대통령보다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총선 후 특검 추진’을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특별감찰관 임명, 총선 후 특검 추진을> 사설을 통해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인 총선 정략”이라며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김 여사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힌다면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일 <김건희 특검 총선 이후 실시가 국민 과반 여론>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총선 여론 몰이에 초점을 맞춰 국회에서 통과시킨 특검법은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며 “총선 이후 특검 실시를 약속한다면 민주당의 특검이 선거 정략임을 짐작하고 있는 국민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20일에도 <‘총선 후 김건희 특검’ 급부상> 기사를 통해 ‘총선 후 특검’을 강조했다.

▲ 6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6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총선 후 특검’ 카드를 ‘절충안’으로 내세워 특검 여론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책을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제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 후 특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습을 하게 만드는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여권에선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조건부 수용론’을 내세웠다가 철회했다. 대통령실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탓을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신문들과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과 특검 법안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조선일보는 이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까지 언급하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숨길 일이 많았던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핑계를 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특별감찰관에 대한 해설을 담은 기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공석으로 뒀다”며 “특별감찰관의 존재를 문 대통령이 껄끄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했다. 소제목에서도 “제2부속실, 김정숙 여사 옷값 인도 방문 등 논란 중심에 서기도” “문은 임기 내내 공석으로 둬 논란” 등 문재인 정부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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