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기사가 실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오정치’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전문가들은 ‘정치의 직접 참여가 가능한 SNS라는 무기를 사람들이 손에 쥐면서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만 늘어났다’고 했다”며 “이들을 앞세운 ‘증오정치’를 이용했던 정치인들도 더 이상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 채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도 나왔다”는 분석을 전했다. “한 번 시청한 내용과 비슷한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이 강성 지지층이 자신의 의견만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는 확증 편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것이다.

▲1월4일 주요신문 1면
▲1월4일 주요신문 1면

한겨레는 “피의자 김아무개(67)씨의 범행 동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 자체를 혐오 정치의 산물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양극단의 지지층이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증오를 부추기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탓”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바탕엔 대의 민주주의의 실행자인 여야 정치인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친명 대 비명, 친윤 대 비윤 등 내부 계파별로도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며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해 온 정치인들의 ‘원죄’가 자리잡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 한겨레는 이 대표 피습 관련 1면 기사로 피의자 ‘당적’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특히 한겨레는 <이재명 습격범, 국힘 나와 민주당 입당했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 이어, 3면엔 <이 대표 습격범 조카 “삼촌, 4~5년전 태극기집회 나가” 증언> 제목의 기사에서 피의자의 “정치적 보수색이 뚜렷했다는 친인척의 증언이 나왔다”고 했다.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칼럼(‘관용’이 사라진 정치, ‘테러’가 점령했다)에서 “지난 대통령선거를 흔히 ‘비호감 대선’이라 불렀다. 여야 모두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던 탓이다”며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이후에 그 상처를 씻어내야 했지만, 갈등과 분열에 기댄 상대방 공격은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제 1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병상의 이 대표는 우리 사회에 가득 찬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더는 높아지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며 “부산의 불행한 사건이 한국 정치를 조금은 바람직한 길로 접어들게 한다면, 그건 바로 이 대표의 노력 때문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열고 사과도 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한동훈 약진이 與 성공 안 되는 이유> 칼럼에서 “사람들은 한 위원장도 보지만 그 뒤에 있는 윤 대통령을 보고 있다. 주연에 대한 지지가 낮은 데 조연 인한 위원장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영화가 흥행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의 힘은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신년회견에서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서 받고 싶은 사과를 받고, 듣고 싶은 대책을 들으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30%대 대통령이 총선의 주연으로 끝까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1월4일 조선일보 기사
▲1월4일 조선일보 기사

김순덕 동아일보 고문은 <역사의 동력, 대통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올 수 있다> 칼럼을 통해 “국민 눈에는 대통령 가족도 공적 영역에 포함돼선 안 될 사적 영역에 불과하다. 설령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국민은 권력을 위임한 바 없다”며 “억울하더라도 김 여사는 이미지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달 중 윤 대통령이 가질 예정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멋지게 대신 사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제 2부속실과 특별감찰관을 설치해 김 여사의 조용한 활동을 보좌하겠다고 밝힌다면, 모질지 못한 우리 국민은 김 여사와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사설은 “업무보고 일정은 세세히 밝힌 대통령실이 정작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선 답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매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했다. 한겨레는 “올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는 해이고, 총선이 치러진다. ‘김건희 특검’ 등 국민이 대통령에게 답을 들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민원사주 의혹’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공익제보자 색출 우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신청 사주 의혹을 논의하려던 3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가 여권 심의위원들 ‘보이콧’에 무산됐다. 회의 개최를 요청했던 야권 위원들은 8일 전체회의에 다시 같은 안건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을 제보자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는데, 실제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경향신문이 전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익 신고자보호법 8조나 부패 방지법 제 57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익침해행위나 부패행위를 알게 될 때 신고의무가 있다”며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방심위 결정이 행정처분 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따르면 방심위 직원도 공직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월4일 한겨레 기사
▲1월4일 한겨레 기사

‘공익제보자 죽이기’가 반복된다는 우려도 있다. 문은옥 참여 연대 공익 제보자 지원센터 간사는 경향신문에 “공익제보 사건이 수사 의뢰되고, 정치랑 얽히고, 또 정치권의 이야기를 언론이 쓰기 시작하면 제보자들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패턴은)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을 신고했을 때 두드러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저출생 해법, 근시안적 발상 안돼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일보는 “3일 교육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동은 41만 3056명(지난해 12월 20일 기준)”이라며 “40만명이 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입학하는 학생은 취학 대상의 9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취학생은 30만명대 중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지역별 출생 등록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고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출생률 반전을 위한 여성 고용 안정 중요성을 밝혔다. 경향신문 사설은 “만혼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옛말이고, 여성들이 아예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는 중세 유럽 흑사병 수준의 인구 감소에는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육아휴직급여 확대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가족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출산 인센티브 수준에 그친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과 육아라는 본연의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저출산 완화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저출산 정책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 사회위원회는 정치놀음에 휘말려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실과의 갈등 속에 나 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에서 해임되는 등 홍역을 치르며, 저출산 문제의 키를 잡고 가야 할 위원회는 사실상 공전했다”며 “최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녀 출산에 집값의 영향이 가장 크고, 자녀 수가 늘어날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주택 공급 확대와 유자녀 가구에 대한 추가 청약가점 부과 등 과감한 정책을 제언했다”고 강조했다.

송민섭 세계일보 사회부 선임기자는 칼럼([세계타워] 저출생과 교부금)에서 “단언컨대 저 출생과 교부금은 ‘제로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대표적 저출생 원인으로 지목한 ‘불필요한 과잉 경쟁’은 교육 현장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약 11조원의 저출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수십년에 걸쳐 사회적 합의를 이룬 국가 교육재정을 뒤흔들어보자는 제안은 근시안적인 발상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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