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첫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회의를 시작으로 선거기간 방송되는 모든 선거보도가 선방심의위 심의를 받게 된다. TV조선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등 ‘편파심의’, ‘셀프심의’ 논란에도 여권 주도로 위원 구성이 강행돼 반발이 큰 가운데 선방심의위를 구성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방적인 의결을 지속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선방심의위의 전담 기관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여권 다수로 구성되는 방통심의위 특성상 선방심의위에 대한 편향 논란은 이전부터 반복된 문제다. 하지만 일부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이 임명이 안 된 상태에서 협의 없이 선방심의위가 구성된 적은 없어 ‘무리한 강행’이라는 지적이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지금, 공정한 선거방송 심의를 구성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일방통행 방통심의위, 편파 선방심의위 구성도 논란

▲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선방심의위는 국회 교섭단체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와 방송계·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을 2개로 가정하면 통상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5명(위원장·방송계·학계·언론인단체·시민단체 몫)을 방통심의위 협의를 통해 정한다.

선거방송 ‘편파심의’ 논란은 방통심의위원 구성에서 시작된다. 이번 선방심의위는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대통령 추천)과 황성욱 방통심의위원(국민의힘 추천·상임) 2인이 정해 전체회의 안건에 올렸다. 전체회의 구성도 여권 다수라 일방적인 의결 진행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추천 몫을 포함하면 선방심의위원 9명 중 6명이 여권 추천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류희림, 황성욱 위원 외에 야권 추천 상임위원이 선방심의위 구성 협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광복 부위원장 해촉 이후 보궐 인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어 공석인 상태로 진행됐다. 선방심의위 안건이 상정됐을 때도 총 7명의 방통심의위원 중 야권 추천 위원 3인이 안건에 반발하며 퇴장해 여권 위원들만으로 선방심의위 구성이 가결됐다. 야권 위원들의 의견이 전체적으로 묵살되고 있는 것이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특히 방송계 추천 몫을 처음으로 방송 관련 협회가 아닌 방송사인 TV조선에 준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야권 추천 위원 3인은 지난달 TV조선에 선방심의위 추천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내며 “이는 일방적 의결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과거에도 진보적 성향의 학회나 시민단체가 포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결정과정은 학계는 여권이, 시민단체는 야권이 추천권을 행사하는 등 상임위원회의 상호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다수결의 밀어붙이기가 아닌 소수 의견을 최소한 반영하고 합의제 정신에 따라 구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이외에도 방통심의위는 한국언론학회 등이 추천해온 학계 추천 심의위원을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 추천으로, 방송기자연합회 등이 추천해온 언론인단체 추천 위원을 ‘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으로 바꿨다. 시민단체 몫 추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설립된 보수성향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공언련)에 의뢰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지난 9월 개소한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와의 연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윤성옥 위원은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구성된 편파 심의위원회다.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서 안건 접수해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지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권재홍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박애성 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 전문위원(대한변호사협회 추천) △백선기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위원장·방통심의위 추천) △손형기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TV조선 추천) △심재흔 전 KBS PD(더불어민주당 추천) △이미나 전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임정열 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상임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 △최창근 한국방송기자클럽 사무총장(부위원장·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 △최철호 전 KBS N 대표이사(국민의힘 추천)

선방심의위 구성 및 의결 절차 관련 논란이 일자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월14일 입장문을 내고 과거에도 진보성향 학회와 시민단체에 추천권을 줬고, 협회가 없는 종편은 추천 권한이 없어 불공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며, 2인만의 선정은 절차에 따라 전례대로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복됐던 ‘편파·셀프심의’ 논란… TV조선 대변했던 손형기 전 에디터

▲ 류여해 교수가 진행했던 자유한국당 팟캐스트. 페이스북 갈무리
▲ 류여해 교수가 진행했던 자유한국당 팟캐스트. 페이스북 갈무리

선방심의위 정파성 문제는 이전부터 반복됐던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당적만 갖고 있지 않으면 정당과 밀접한 이가 얼마든 선방심의위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제19대 대선 선방심의위 때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가 위촉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만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정당 활동을 했지만 당적이 없어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후 류 교수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20대 총선 선방심의위엔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을 지냈던 정연정 배제대 교수가 위촉된 바 있다. 정연정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국민의당 공천에 역할을 한 직후에 선거방송을 심의한 모양새가 됐다. 2011년 선방심의위 위원장은 황교안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였다.

▲ TV조선 사옥.
▲ TV조선 사옥.

TV조선이 추천한 자사 출신 인사가 TV조선을 심의하는 ‘셀프심의’ 논란도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선방심의위원이 특정 언론사와 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결격사유에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손형기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TV조선 추천)는 과거 방통심의위에서 위원들이 방송 문제를 지적할 때 TV조선 입장을 설명하는 ‘단골’ 의견진술자였다. 다소 적극적인 해명으로 자유한국당 추천 심의위원들마저 분노한 전력이 있다. 2016년 3월 TV조선 뉴스에서 앵커가 심상정 의원에게 “김정은에 애정이 있냐”고 물은 대목이 심의를 받자 손형기 당시 전문위원은 “심상정 대표에 대한 국민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라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셀프심의’ 논란도 전부터 이어졌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인 김상균 위원은 MBC PD출신이며 김영덕 위원은 YTN 상근감사를 지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1월14일 손형기 위원 추천이 논란이 되자 과거 방송협회 등에 추천을 맡겼을 때도 MBC경남, 진주MBC, 대전MBC, KBS전주총국 출신 인사들이 위원을 맡았다고 밝혔다. 

‘제척 기피사유’ 촘촘한 선관위, 선거방송심의 옮기는 게 답일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고.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선방심의위 기능을 방통심의위에서 선관위로 옮기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조승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은 방송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중앙선관위가 선방심의위를 관장하는 것이 공정성 유지에 바람직하다고 봤다. 민주당 개정안에는 추천 기구 목록에서 방송사를 없애고 ‘선거방송심의위의 심의 대상이 아닌 방송 및 미디어 단체의 몫’을 추가했다. TV조선의 선방심의위 추천 몫을 의식한 모습이다.

선관위는 현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통해 선거 관련 인터넷 보도를 심의하고 있다. 위원 구성은 11인 이내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교섭단체 정당 각 1인과 방통심의위, 언론중재위, 학계, 법조계, 인터넷언론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자를 포함해 중앙선관위가 위촉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성 규칙에 제척·기피 사유가 있다. 규정에 따라 중립적인 심의가 가능하도록 위원을 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 20대 대선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구성.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백서 갈무리.
▲ 20대 대선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구성.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백서 갈무리.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원이 심의 관련 언론사를 경영했던 경우와 상시 고용돼 편집·제작·취재·집필·보도의 업무에 종사했던 경우 해당 안건 심의에서 배제된다. 선관위가 선방심의위를 꾸렸다면 손형기 전 에디터는 TV조선 심의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관련해서도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단체는 피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손 전 에디터처럼 언론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이 추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방심의위를 선관위로 옮기는 것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기능별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인터넷 보도), 선거기사심의위원회(신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송) 등을 나눈 의도 자체엔 문제가 없고, 방통심의위의 일방적인 의결 강행이 없었다면 위원 간 협의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 방송을 심의해 온 방통심의위 사무처의 전문성과 선관위 업무의 과중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명 결원으로 7인 체제로 운영되는 방통심의위는 현재 여권 다수로 구성돼 야권 추천 위원들의 잦은 퇴장 속에 의결이 강행되고 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인원 미달 상황에선 의결을 전체합의로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다수결로 의결이 강행된다. 선방심의위원을 지냈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통화에서 “누가 위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강행할 수 있는 방통심의위 의결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선방심의위에서도) 야권 몫을 보장해줬다. 지금은 야권 추천 위원이 없으니까 그것도 보장을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선관위는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된다. 선방심의위처럼 쏠림 현상이 심하게 위원이 구성되진 않는다”면서도 “(선방심의위를) 선관위로 옮길 순 있겠지만 선관위 사무국 업무가 과중해질 우려가 있다. 선거기간 동안 방송 채널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방심위가 갖춰왔다. 선관위가 막대한 자원을 다시 투자해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심의위 의결 구조가 일차적 문제고 제척 사유를 명확하게 하는 등 위원 구성을 좀 더 공정하게 바꾸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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