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제목과 부제목에 ‘푸른 눈’ 표현을 쓴 언론사들이 제재받았다.

▲지난 10월23일 문화일보 3면.
▲지난 10월23일 문화일보 3면.

지난 1일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놓은 소식지를 보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 언론사 10개가 신문윤리실천요강 ‘차별과 편견 금지’ 등 조항을 위반해 ‘주의’ 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3일 문화일보는 3면에 <‘개혁 매스’ 잡은 푸른눈 의사>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8면 <‘푸른 눈의 한국인’ 인요한, 與 혁신 전권 쥔다>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10월23일 헤럴드경제 8면.
▲지난 10월23일 헤럴드경제 8면.

언론사들은 다음 날인 24일에도 ‘푸른 눈의 한국인’, ‘푸른 눈 의사’, ‘푸른 눈의 혁신위원장’ 등의 표현을 제목에 보도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4대째 교육·의료활동 펼쳐> (국민일보)
<푸른 눈 의사, 與에 ‘개혁 메스’> (매일경제)
<[만파식적] ‘푸른눈’ 혁신위원장> (서울경제)
<“아내 빼고 다 바꿔”… 與수술 칼 잡는다[뉴스 분석]/ ‘특별귀화 1호’ 푸른 눈의 의사>(서울신문)
<인요한 “與,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세계일보)
<“국힘, 마누라·아이 빼고 다 바꿔야” 與 혁신 전권 잡은 푸른 눈 한국인> (이데일리)
<푸른 눈의 혁신위원장…與, 인요한 교수 임명> (조선일보)
<집권여당 대수술 집도할 ‘푸른 눈의 한국인’> (한국일보)

신문윤리위는 해당 기사들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차별과 편견 금지’ 조항과 신문윤리강령 ‘언론의 책임’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차별과 편견 금지’ 조항을 보면 지역, 계층 성별, 인종, 종교 간 갈등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되며, 이에 근거해 개인이나 단체를 차별해서도 안 된다. 신문윤리강령 ‘언론의 책임’ 조항을 보면 언론은 다양한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신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 10월22일 오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접견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10월22일 오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접견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신문윤리위는 “서구인 혈통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인요한 교수를 백인종의 인류학적 특징 중의 하나인 ‘푸른 눈’으로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지만 이와 같은 묘사는 자칫 인종주의적인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고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도가 선했다고 해도 색깔로 차이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비하적인 표현이 아니라 선한 의도였다 할지라도 굳이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에게까지 인종적 색깔로 차이를 강조하고 우리와 구분지어서 배제하는 방식의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같은 표현은 인요한 교수가 이방인으로서 한국의 정치 풍토 속에서 어떻게 동화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 담겨있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향후 그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거나 희화화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이 장애인에 대해 표현의 자유보다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는 것만큼 인종적 차이로 서로 구분 짓는 그 어떠한 표현에 대해서도 관례라는 이유로 쉽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신문윤리위는 “이런 이유로 그동안 ‘살색’이라는 표현과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으로 부르는 언어 관행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인을 묘사할 때도 흑인 등 유색 인종에 대한 표현에 주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차별적 요소가 내포된 ‘푸른 눈’이라는 표현 역시 가급적 삼가야 마땅하다”며 “이런 인식에 비춰 볼 때 ‘금발’, ‘검은 머리’ 등의 표현 역시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신문윤리위는 언론사들이 설립한 언론 자율규제 기구로 신문윤리강령을 바탕으로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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