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신문사는 매일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올해 33건의 주의 제재를 받았는데, 광고성 기사로 인한 제재가 주를 이뤘다. 한국경제, 조선일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수십 건의 제재를 받았지만 주의 이상의 중징계는 내려지지 않았다. 신문윤리위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올해 결정한 제재 내역을 집계했다. 신문윤리위는 한국의 대표적 신문사 자율심의기구로 매년 7억50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이 투입된다. 제재는 가장 약한 수위인 주의부터 시작되며, 경중에 따라 경고·공개경고·정정·사과·관련자에 대한 윤리위원회 경고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사진=한국신문윤리위원회.
▲사진=한국신문윤리위원회.

올해 신문윤리위가 신문사에 내린 제재(지면 기준)는 445건이다. 이중 ‘주의’는 442건에 달했다. 언론사가 자율심의를 따르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자율규제기구는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신문윤리위의 경우 신문사에 ‘주의’ 제재를 반복적으로 내리는 것에 그쳤다.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신문사는 매일경제였다. 매일경제는 올해 33건의 주의 제재를 받았는데, 주로 광고성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됐다. ‘보도자료 검증’ 준칙 위반이 21건, ‘사회·경제 세력으로부터의 독립’ 준칙 위반이 11건이었다. 또 매일경제는 ‘제목의 원칙’ 위반 제재를 4건 받았는데, 이는 신문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주의 제재를 30건 이상 받은 신문사는 한국경제(32건), 조선일보(31건), 동아일보(30건) 등이다. 중앙일보가 2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신문사 역시 기사형 광고 때문에 주의 제재를 받았다. 한국경제는 전체 제재 중 59.3%, 조선일보는 51.6%가 보도자료 검증 준칙 위반이었다. 이외에 조선일보는 ‘표절 금지’ 준칙 위반으로 주의 제재를 9건 받았다. 다른 언론사의 단독 인터뷰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인용한 경우다.

▲신문윤리위원회 2023년 주요 신문사 제재 내역. 자료=신문윤리위, 디자인=윤수현 기자.
▲신문윤리위원회 2023년 주요 신문사 제재 내역. 자료=신문윤리위, 디자인=윤수현 기자.

이어 주의 제재 건수는 △문화일보 19건 △서울신문 17건 △헤럴드경제·한국일보·서울경제 15건 △이데일리 11건 △파이낸셜뉴스 10건 등이다. 문화일보의 경우 8건이 보도자료 검증 준칙 위반이었으며, 공정보도·표절 금지·사회적 약자 보호 등 다양한 준칙을 고루 지키지 않았다. 서울신문 제재 58.8%는 기사형 광고 때문이었다. 반면 경향신문·한겨레의 주의 제재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머니투데이(4건), 세계일보·국민일보(각각 8건) 등도 타 일간지보다 적은 제재를 받았다.

신문사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규정은 ‘보도자료 검증’으로, 전체 제재 중 34.6%(154건)에 달했다. 신문사들이 기사형 광고를 빈번하게 게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표절 금지’ 위반 제재가 58건, ‘통신기사 출처 명시’ 위반 제재가 55건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 규정 위반 제재는 26건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겨레 등이 1~2번 위반했는데 예산 관련 기사를 쓰면 제목에 ‘눈먼 돈’이라는 표현을 쓴 경우다. ‘눈먼 돈’은 차별적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차별과 편견 금지’ 규정 위반 제재는 10건이었다. 조선일보·한국일보·서울신문·매일신문 등 주요 일간지가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소개하면서 ‘푸른 눈’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신문윤리위는 “인종적 차이로 서로 구분짓는 그 어떠한 표현에 대해서도 관례라는 이유로 쉽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징계 없이 주의 제재만 내리는 신문윤리위

신문윤리위 운영규정을 보면 제재 종류만 언급돼 있고 ‘신문사가 규정을 반복 위반할 경우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내용은 없다. 이에 따라 주의 제제만 나올 뿐, 신문사에 압박이 될 수 있는 경고 이상의 제재는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이용원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는 지난해 신문윤리위가 발행한 심의결정집에서 “내부 관계자들이나 알고 넘어가는 ‘주의’ ‘경고’ 정도로는 아무리 누적돼 봐야 서약사로서 아플 것이 별로 없었다. 등급 상향을 적극적으로 예고함으로써 같은 사안으로 징계가 반복되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과징금 조항도 유명무실하다. 신문윤리위에는 신문사가 1년 동안 경고를 3회 이상 받을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있지만, 부과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다. 또 과징금 부과 규정이 임의규정으로 되어있어 신문윤리위가 과징금을 내리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실제 신문윤리위는 2021년과 지난해 과징금 대상 언론사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신문. 사진=gettyimagesbank
▲ 신문. 사진=gettyimagesbank

지역신문, 통신사 기사·사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인용

지역신문의 경우 ‘통신기사 출처 명시’ 규정 위반 제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지역신문들이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등 통신사들의 사진·기사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인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올해 통신기사 출처 명시 위반 제재 55건 중 중앙일간지가 받은 제재는 1건(동아일보)에 불과했다.

호남일보가 대표적이다. 호남일보는 올해 주의 8건, 경고 2건을 받았는데 모두 ‘통신기사 출처 명시’ 위반 때문이었다. 대구광역일보(6건), 광주타임즈(4건), 경인매일(2건), 대구신문(2건), 수도신문(2건) 등도 ‘통신기사 출처 명시’ 위반으로 주의 제재를 받았다. 통신사 기사·사진 무단전제가 지역신문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