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검증을 받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게 들통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장 후보로 지명된터라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서 ‘거짓말한 총장 후보자는 사퇴하라’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녹취록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수수 의혹을 받자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청문회 내내 자신은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뉴스타파는 인사청문회 자정 무렵 윤 대통령이 7년 전 기자와 통화에서 “소개를 시켜줬다”고 말한 녹취록을 보도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소개 발언은 한 건 맞지만 선임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무원이 직무상 관련 있는 사건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 알선해선 안된다는 법률 위반에 해당될 수 있어 검찰총장 자격 논란에 불을 붙였다.

▲ 2019년 7월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 2019년 7월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018년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그리고 역술가가 동석한 회동 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추적해 꾸준히 보도를 내놓은 것도 뉴스타파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거짓말 논란으로 검찰총장 낙마 위기로까지 몰렸고, 검증 잣대를 계속 들이대는 뉴스타파 보도가 달가웠을리 없다. 그리고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최고권력자가 공적 보도에 대한 사적 감정의 보복을 한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다만 매체 대표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 그 혐의가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것은 어떤 근거를 제시해도 상식적이지 않다. 논란이 된 김만배 녹취록 보도에 있어 조작 및 공모의 행위는 직접 드러나지 않았다. 이번 압수수색은 정권 비판적 보도에 매체 대표까지 다칠 수 있다고 언론계 전체를 향해 협박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비상식적인 것은 언론의 모습이다. 뉴스타파는 김 대표의 압수수색 영장을 공개했다. 기자들이 검찰발 보도에 머물지 않고 최소한 검찰의 ‘허술한’ 영장 내용만이라도 보도해달라는 취지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9월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고형곤 4차장검사는 기자들과 티타임 시간에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대통령 처벌 의사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초유의 대선개입이지, 대통령 명예훼손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처벌의사를 물어보는 건 혐의 적용의 법적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차장검사의 논란성 답변에도 우리 언론은 조용하다. 두가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정권 비판적인 보도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며 폭주하는 정권에 ‘순응’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니면 검찰의 주장만을 편향되게 전달한다는 유착 의혹이다.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은 더 있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선물을 받은 영상이 공개되고 난 후 문제가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률위반 문제에 있어 검찰에 입장을 캐묻거나 직무유기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은 극소수다.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 유튜브 채널 스픽스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금품 수수 몰래카메라 영상. 사진=스픽스 화면 갈무리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잘못된 행위가 드러났고 법적 처벌 얘기가 나오지만 보도 한줄 찾기 어렵다. 익명의 관계자가 명품 선물을 반환하기 위해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설익은’ 주장만 나돈다.

하다못해 일거수일투족 여사 일정을 챙기기 바빴던 언론이 자취를 감춘 여사에 대해선 말이 없다. 이러니 정치 개입이라고 지적을 받을 정도로 말이 많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언론에서도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와서 잘 알지 못한다”고 한 답변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호소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같은 언론의 편을 들어달라는 얘긴 하지 않겠다. 그저 검찰의 주장과 저희의 보도 내용을 같은 잣대로 검증해달라. 그 결과 검찰의 주장이든 저희의 보도든 허점이 있거나 거짓이 드러나면 있는 그대로 비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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