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뉴스타파 기자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뉴스타파 구성원들. 김용진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14일 뉴스타파 기자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뉴스타파 구성원들. 김용진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언론인 압수수색’이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다.”(언론개혁시민연대 6일 논평)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위해 기자에 이어 언론사 대표까지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한겨레 7일자 사설) 검찰이 6일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9월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전 언론노조위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시작된 일명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가 3개월을 넘어선 가운데 검찰은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언론사 대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으로부터 신학림 전 전문위원이 억대 금품을 받고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뉴스타파에서 허위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보고있다. 대통령 선거 3일 전이던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는 ‘2021년 9월 신학림-김만배 대화 녹음파일’을 최초 공개하며 김만배측이 과거 윤석열 검사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리고 신학림 전 전문위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배임수재 혐의는 무시무시한 ‘국기문란죄’로 바뀐다. 9월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를 “가짜뉴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중대범죄 국기문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9월7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뉴스타파 기자 1명과 전직 JTBC기자(현 뉴스타파 기자) 1명, MBC 기자 4명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MBC 기자들은 단지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은 특수수사 부서인 반부패3부, 명예훼손 전담인 형사1부, 선거 전담 공공수사부까지 포함된 10여명 규모의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을 구성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뉴스타파 보도가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일 수 있다며 대대적 이슈몰이에 나섰다. 다음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극단적 편향 언론이 투표 며칠 전 조직적으로 허위 뉴스를 퍼뜨렸다면, 그것이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한 의도였다면, 당연히 중대범죄”라며 거들었다. 

▲일명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일지. ⓒ미디어오늘 
▲일명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일지. ⓒ미디어오늘 

9월13일 국민의힘은 뉴스타파 신학림-김만배 인터뷰를 사실처럼 전제하고 방송해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주진우‧최경영 기자까지 형사 고발했다. 이윽고 9월14일 검찰 특별수사팀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와 봉지욱 전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두 사람 모두 대선 당시 ‘윤 대통령 후보의 검사 시설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는데, 허위 보도로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보도 한 건으로 검찰이 언론사들과 기자들의 압수수색을 군사작전 하듯 나서는 법치 국가가 전 세계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미쳐 날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압수수색 비판 성명을 냈지만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10월11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혐의는 앞선 기자들과 같았다. 10월26일에도 검찰은 이효상 경향신문 기자와 손구민 전 경향신문 기자(현 MBC 기자), 전직 뉴스버스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세 사람 모두 2021년 말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비리를 은폐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보도했다. 이윽고 12월6일, 검찰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언론사 대표 압수수색은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처럼 압수수색 당한 언론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보도 피해자’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언론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공직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6개월)가 지난 상황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명예훼손죄는 검찰청법상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지만 검찰은 신학림-김만배 배임수재 혐의와 기자들의 보도에 ‘직접 관련성’이 있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따른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임수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시민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6일 “검찰청법상 직접 수사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 명예훼손 혐의로, 그것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언론사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하는 것은 독재 시대에나 볼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보도한 기자를 넘어 언론사 대표로까지 강제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노골적으로 특정 언론사를 응징하겠다는 의도”라며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특수활동비 내역을 추적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복 수사”라고도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6일 “검찰은 ‘대선 개입 여론조작’이라는 이름으로 석 달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특별수사팀’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사 결과는 초라하다. 대선 개입 공모는커녕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사실조차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애당초 ‘수사 무마 의혹’은 허위라는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처벌불원 의사를 분명히 밝혀 사건을 종결하라”고 요구했다.

외신도 한국의 언론인 압수수색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9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눈에 띄게 언론의 자유를 벗겨내기 시작했다”며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장악에 대한 열의는 1980년대까지 지속된 한국의 군사 독재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1월10일 “검찰 수사 대상은 외국 스파이가 아니라 윤 대통령과 정부에 비판적 기사를 낸 국내 언론사”라며 “1990년대 한국이 민주화된 이후 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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