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가 리얼리티쇼, 라이브 체험 등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자 원작이 갖고 있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오는 6일 미국 LA에서 열리는 ‘오징어게임: 트라이얼’(Squid Game: The Trials).
▲ 오는 6일 미국 LA에서 열리는 ‘오징어게임: 트라이얼’(Squid Game: The Trials).

넷플릭스는 오는 6일 미국 LA에서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오징어게임: 트라이얼’(Squid Game: The Trials)을 연다. 현금으로 가득찬 돼지 저금통, 영희 인형, 하얀 기숙사 등 원작 소품을 모방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유리 다리 건너기’ 등 6가지 게임도 원작에 충실한 모습이다.

티켓 가격은 39달러이며 50달러에 운동복을 구입할 수 있다. 드라마 속 VIP들처럼 호화로운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체험은 100달러다.

오징어게임 IP를 확보한 넷플릭스가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라이브 체험 외에도 넷플릭스는 지난달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를 공개했다. 영국에서 제작됐으며 미국, 유럽 등 세계에서 8만 1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여기서 추려진 456명의 참가자가 상금 456만 달러(약 59억 원)를 놓고 경쟁하는 방식이다.

▲ 지난 2일(현지시간) NYT "넷플릭스,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리며 ‘오징어게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기사.
▲ 지난 2일(현지시간) NYT "넷플릭스,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리며 ‘오징어게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기사.

오징어게임 드라마 캐릭터와 겨루는 비디오게임 출시까지 앞둔 상황에서 다양한 각색 프로그램이 원작 의미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넷플릭스,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리며 ‘오징어게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기사에서 “원작은 한국의 계급 투쟁과 현대 자본주의의 글로벌 불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며 “황동혁 감독의 암울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쇼가 꼭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리얼리티쇼 ‘더 챌린지’를 놓고 NYT는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폭넓은 비판이 모든 시즌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미란다 뱅크스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드라마의 반자본주의적 메시지를 고려할 때 터무니없어(absurd) 보인다”고 했다.

▲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미란다 뱅크스 교수는 “오징어게임은 한국 드라마이고, 한국 문화 정치성이 반영돼 있다”며 “각색 프로그램은 단순히 장르를 바꾸는(translation) 게 아니라 한 국가를 바꾸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시도로 친자본주의적 꿈이 실현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실은 꽤나 웃기는(hilarious) 일”이라고 비판했다.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콘텐츠 총괄은 NYT에서 “IP가 있을 때 너무 많은 것을 하면 IP가 희석될 수 있다”며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한 가지는 원작의 DNA와 사람들이 그 원작을 좋아하는 이유에 충실하면서 그 연결을 확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스 확장으로 유명한 마블은 최근 ‘앤트맨과 와스프: 퀸텀매니아’, ‘더 마블스’ 등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 NYT는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과 DC 코믹스 영화 ‘플래시’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며 “한 편의 영화가 속편을 낳고, 테마파크의 놀이기구가 소비재 제품 라인을 낳는 식이다. 관객들은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