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영화가 ‘일시 정지’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9일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승인 심사를 보류한 것이다. YTN 구성원들은 방통위 결정이 나오자 사옥 앞에 모여 ‘YTN 사영화 작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YTN지부는 29일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유진그룹 YTN 최대주주 심사 보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YTN 구성원 수십 명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불법매각 중단하라”, “YTN 지켜내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고한석 YTN지부장은 “내일이나 모래,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인데, 이동관을 탄핵해 YTN 매각 시도를 끝까지 막아야 한다. 시민이, 역사가 힘을 합치면 YTN 매각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 지부장은 “YTN이 보도를 못 하거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유진그룹에 (지분을)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고용 안정과 공정방송이다. 이 두가지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박경준 YTN 기술인협회장은 “지금이 YTN 입사 후 가장 큰 위기”라고 규정한 뒤 “우린 외환위기를 겪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싸워왔다. 그때도 틈만 나면 민영화를 하겠다고 겁박했지만, 지금 정권은 진짜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 권력과 정권이 힘으로 YTN 지분을 자본에 던져주니, 참담하다”고 했다. 박 협회장은 “YTN은 정권에 맞서 싸우며 지켜온 터전”이라면서 “누가 이 터전에서 주인 행새를 하는가. 이 무도한 짓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따지고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종원 YTN 기자협회장은 “우선 보류 결정이 나서 다행”이라며 “YTN이라는 공적소유 구조의 방송사를 민간 기업에 넘기는 일인데, 심사 신청부터 오늘까지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진이 어떤 기업인지 알 수도 없는데, 새 사주를 맞이할 위기에 있었다”고 했다. 이 협회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후속절차를 감시하겠다. 법적대응 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김우성 YTN라디오 지회장 출마자는 “흔히 라디오를 가로등, 신호등에 비유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도 항상 켜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가로등과 신호등을 민영화하겠다고 할 수 있는가. YTN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를 팔겠다는 결정으로 라디오 구성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출마자는 “라디오가 24시간 깨어있는 것처럼, 우리도 동참하겠다. YTN을 넘보지 마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불법·날치기 매각’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없다”며 “YTN을 민간 자본에 팔아넘기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불법·졸속·대국민 사기 매각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방통위가 YTN 사영화를 멈추지 않는다면 싸움을 끝내지 않겠다면서 “이동관 탄핵안은 YTN 사영화 책임을 묻는 첫 번째 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11월29일 YTN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사진=미디어오늘.

YTN지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 <YTN 사영화, 끝내 이루지 못할 것이다>에서 “23일 심사위원회가 꾸려지고 나흘 만에 심사를 마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말이 안 됐다”며 “일반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심사 때도 제출 서류가 책으로 서너 권인데, 승인 신청 하루 만에 기본계획을 의결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그 짧은 기간 유진그룹이 YTN 주주 자격을 입증할 자료를 제대로 만들었을 리 만무하다”고 했다.

YTN지부는 “방통위가 서류들을 봤는지조차 의문”이라며 “당신들에게는 행정 절차에 불과한 일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일터가 흔들리는 일”이라고 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에 “오너의 ‘검사 뇌물’에 계열사 부당지원과 사회적 책임 지수 꼴찌, 노조 탄압까지,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졸속 심사·날치기 매각은 방통위의 재량권 남용이 명백하고, 불법적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은 이동관 탄핵으로 인해 모두 무효가 될 것”이라며 “언론장악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쓰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지분 인수를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 11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공익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방송사의 대주주 변경 심사는 지금까지 기본계획 의결에만 최소 27일에서 92일이 걸렸고, 본 심사까지 포함하면 수개월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게다가 유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과 노조 탄압 등 온갖 추문에 휩싸인 회사다. 그런데 이런 회사에 YTN 을 단 8일 만에 팔아넘기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오늘의 소동은 왜 이동관이 탄핵되어야 하는지를 만천하에 알린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동관 위원장이 어차피 탄핵당할 몸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며 “YTN 날치기 매각의 대가는 ‘이동관 탄핵’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끓어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어 정권의 몰락을 부채질할 것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YTN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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