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도민일보 표세호 기자가 토론해볼만한 주제라며 내부소통망에 ‘경남도민일보는 포털에 기사를 전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다. 상상만해도 아찔한 질문이다. 그런데 불과 얼마 뒤 진짜 ‘탈포털’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봐야 할 일이 일어났다. 포털 다음이 22일부터 뉴스 검색이 되는 기본 설정을 기존 전체 언론사에서 '콘텐츠 제휴 언론사'(CP사)로 변경한 것.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뉴스 유통 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는 탈포털이 당면 과제로 다가왔다.

포털에 기사를 전송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국 언론사 이름을 대면 단번에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어야 할테다. 그래야 언론사 홈페이지든 유튜브 채널이든 찾아보지 않곘나. 동료 기자들은 ‘그래서 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반면 나는 ‘누구한테 팔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는 편이다. 타깃층을 좁혀서 집중 공략하는 주의다.

경남도민일보는 최근 퀴어취재팀을 꾸렸다. 경남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계기로 성소수자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기로 했다. 나는 경남도민일보가 진보적 의제를 많이 다루는 매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성소수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타깃층이라고 봤다. 특히 나는 지면 디자인에 집중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을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서 온라인에 공유해서 입소문을 타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 기본적인 구상은 1면을 한겨레 토요판처럼 표지 스타일로 만들어서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고, 또 가능하면 독자들에게 1면을 함께 만들었다는 효능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지면이 11월24일 자 1면이다.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응원하는 사람들’ 300여 명 이름을 지면에 공개했다. 경남 곳곳에 숨어있는 성소수자들에게 ‘당신들과 연대하는 도민들이 여기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이 지면을 배포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회자가 됐다. 물론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타깃층의 사람들을 모아간다는 뿌듯함이 크다. 앞으로도 퀴어 의제는 꾸준히 다룰 계획이다.

▲ 경남도민일보 11월24일 1면
▲ 경남도민일보 11월24일 1면

[관련기사 : 경남도민일보) 차별·편견·혐오 없을 내일로‘모두’에게 띄우는 퀴어축제 초대장]

타깃층을 좁혀두면, 지치지 않는다. 가끔 지역신문사 뉴미디어부 기자들이 모일 때가 있다. 저마다 똑같은 고충을 털어놓는다. 의욕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니 눈치가 보이고 스스로도 지친다고. 서울 대형언론사에서는 미디어전략·마케팅 전담팀이 있고 관련분야 전문가도 배치하겠지만 지역 사정은 다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신문사들은 뉴미디어부에 기자를 배치하고, 이 기자가 유튜브 영상 촬영, 뉴스 유통, 마케팅 등을 도맡는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일을 익힐 수밖에 없다. 뉴스 유통이나 마케팅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저런 말에 휘둘리기도 쉽다. 간단하게 ‘타깃층을 좁히자’ 하나만 기억하는 게 낫다.

무엇보다 타깃층 없이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만들면, 돌아봤을 때 남는 게 없다. 허공에 콘텐츠를 흩뿌리는 느낌이랄까. 타깃층을 일단 좁혀보자. 이제는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힐 듯한 사람들에게 집중하자.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닷페이스’는 타깃층을 예리하게 잘 좁힌 대안 미디어였다. 좁은 타깃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해가면서 점점 타깃 범위를 넓혀간 모범적인 사례다.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터전을 옮긴 닷페이스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영상을 주로 만들면서 20대 여성에게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내가 숏컷을 하는 이유’, ‘생리대는 왜 꼭 검은 봉투에 담아야 할까?’, ‘여자를 꽃이라고 하는 게 왜 여성혐오일까? 등의 영상이 그 예시다. 닷페이스는 조회수가 잘 나올 것 같다는 이유로 트렌드를 쫓지 않았다. 오히려 조회수가 안 나올 것 같은 콘텐츠도 타깃층에게 닿을만 하면 제작했다. 이후 장애인 권리, 기후위기, 퀴어, 차별과 평등 등 주제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게다가 닷페이스가 개최한 온라인퀴어퍼레이드는 8만 6000여 명이 참가해 화제가 됐고, 후원회원은 2000여 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떠오르는 타깃층이 있는가? 없다면 일단 스마트폰 메모장에 회사의 이미지를 낱말로 나열해보자. 최근 좋았던 보도는 무엇이었는지 스크랩도 해보자. 너무 막막하면 회사 SNS 계정에 ’경남도민일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와 같은 식으로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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