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를 들러봤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발장을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아 논란이다.

국회에서는 ‘김용현 경호처장의 개인 명예훼손을 공적 기관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왜 고발을 하느냐’, ‘개인 명예훼손이라며 공적기관에서 나서느냐’는 질타가 나왔다. 김 실장은 법률 지식이 없어서 고발장을 못 쓴다고 했다. 경찰은 미디어오늘 질의에 이 사건의 명예훼손 피해자를 김용현 경호처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관 2024년 대통령비서실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천공의 대통령실 관저 의혹 제기 보도를 고발한 사건의 피해자가 김용현 경호처장으로 돼 있는데, 고발인은 누구로 돼 있으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김 비서실장은 “아마 저로 돼 있는 모양이죠”라고 되물었다. 김 의원이 ‘김 비서실장이 했는데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느냐’, ‘고발장 누가 썼느냐. 직접 썼어요 누가썼느냐’는 질문에 김대기 비서실장은 “그거 하는 변호사가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알아봐 드리겠다”고 답했다.

‘직접 안썼지 않느냐’고 되묻자 김 비서실장은 “저요? 법률지식도 없는데 못쓰죠”라고 실토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천공 관저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해 자신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나 고발장을 쓰지는 않았다고 시인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천공 관저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해 자신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나 고발장을 쓰지는 않았다고 시인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김병주 의원이 “이게 문제다. 개인의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을 대통령실 공적기관이, 김대기 실장 이름으로 고발하는 게 가능하느냐”고 지적하자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 관계는 제가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본인이 고발해놓고 (정보가) 왜 없느냐’, ‘고발 내용도 모르고 있느냐, 뉴스토마토를 비롯해 6명이나 고발했잖느냐’, ‘고발해놓고, 본인이 고발장도 안 쓰고, 개인이 명예훼손으로 공권력 기관에서 한 거다. 위법한 것’이라는 김 의원의 쏟아지는 질타에 김 비서실장은 “위원님도 해보셨겠지만, 이런 게 있다는 걸 아는거지, 제가 어떻게 이걸다 고발장을 쓰고 그러겠느냐”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 보좌 (기관이) 조직해서 하는 거냐. 언론 재갈물리는 거다. 통치행위를 어떻게 법적으로 하느냐. 해명을 하면 되지. 개인 명예훼손을 대통령실 기관이 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건 제가 다시 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에 “비서실장 명의로 고발장을 처장 관련해서 냈다고 하는데, 김병주 의원 본인 스스로도 제보받은 거라도 얘기를 한다. 사실 검증이 안된 것”이라며 “고발장을 고발인이 직접 볼 수 없다. 고발 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김 의원이 단순 제보받고 사실 확인 안하고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사실 자체가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 살펴보고 확인절차를 거쳐달라”고 말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제가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살펴보고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주혜 의원은 김병주 의원이 말한 어떤 내용이 허위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지목하지는 않았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뉴스토마토 최병호 신태현 박주용 한동인 기자 등 6명을 지난 8월31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월2일자 <(단독)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육참총장 ‘천공·김용현, 공관 둘러봤다’ 말했다”>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를 결정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부승찬 전 대변인의 인터뷰 내용 등을 보도해 대통령실과 보수단체의 고발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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