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속인 천공의 관저 이전과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을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천공이 관저 이전 후보지를 다녀가지 않았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라며 뉴스토마토 기자들에 대해서는 허위인식과 비방목적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기자들은 천공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경찰발표에 의문이 있다며 법정에 가게 되면 CCTV를 증거로, 천공을 증인으로 신청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기자는 이것이 대통령의 소통이며 화합이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 아니라며 명예훼손 대상은 김용현 경호처장과 관저 이전 TF직원들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뉴스토마토 최병호 신태현 박주용 한동인 기자 등 6명을 지난달 31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앞서 지난달 28일 언론에 “CCTV 등 객관적 자료, 다수의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 및 국방부 서울사무소에 다녀간 사실이 없을을 확인하였”다며 “법리검토 결과, 금주 내 피고발된 8명 중 6명을 송치하고 2명을 불송치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자 공지를 출입기자들에 보냈다.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5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소의견 송치 사실이 맞는다고 확인했다. 

다만 같은 의혹을 제기한 한국일보 기자와 방송에서 인터뷰한 김어준 방송인에 대해서는 송치하지 않았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두 언론인이 빠진 이유를 두고 “법리 검토 결과 차이 있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기자들의 구체적인 송치사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원론적으로 허위의 인식 있고, 비방목적 있다고 인정했다. 자세한 내용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실확인 노력(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봤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해당 건만 놓고 얘기하지 않아도 판례에서 나오는 얘기로, 당연히 이 부분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무속인 천공이 지난해 4월19일 천공의 정법강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구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법시대 영상 갈무리
▲무속인 천공이 지난해 4월19일 천공의 정법강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구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정법시대 영상 갈무리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교수가 관저 이전 후보지를 다녀간 것은 사실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백 교수가 다녀갔다는) 보도에 우리가 정정보도 요청을 안하지 않았느냐”며 사실상 시인했다. 그는 “이미 백 교수에 대한 고발이 됐다고 보도가 다 됐을 정도로 사정 변경도 있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보도내용이 누구를 명예훼손한 것이냐는 질의에 “김용현 처장과 관저 이전 TF 직원들”이라고 답한 뒤 ‘그럼 대통령은 대상이 아니냐’고 묻자 “고발 자체가 대통령의 명예훼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경찰의 명예훼손 기소의견 송치가 권력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고 언론통제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찰이 단정적인 표현을 쓴 점을 문제삼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조사 받을 때 수사관이 기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라는 표현이나, ‘누구의 증언에 의하면 뒷차량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고 말했다’라고 보도해 단정적 표현을 썼다고 오해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며 “우리는 복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해 허위는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고 하니 유감스럽다”며 “부승찬 전 대변인 말만 듣고 쓴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실확인 노력이 부족했다(상당성 결여)는 경찰 입장에 최 기자는 “증언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고, CCTV와 같은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복수증언을 통해 충분히 사실로 믿을 수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단정적인 표현을 쓰고자 했다면 더욱 철저히 확인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에 최 기자는 “충분히 확인노력을 했으나 (그런 의견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비방 목적이 있었다는 경찰 판단에 최 기자는 “누구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미 지난해 12월, 스픽스TV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나온 내용을 보고, 뒤늦게 고발장을 입수하면서 제보자는 찾는 과정에서 취재가 시작됐고, 부승찬 전 대변인의 실명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최 기자는 “뉴스토마토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장을 보면, 명예훼손 대상이 누구인지 없었다”며 “대체 고발인이 누구이고,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느냐고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는데, 경찰 수사과정에서야 경찰이 김용현 처장과 이전TF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얘기해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재권 교수가 관저 후보지에 다녀간 것을 천공으로 오인했다는 경찰 판단에 최 기자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했다. 최 기자는 “백 교수를 천공으로 착각했을지 의문”이라며 “군 보고체계가 그것을 착각했을 리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달 여 동안 과연 관저 후보지 등에 허가없는 다녀간 사람이 백 교수 뿐이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며 “재판까지 가게 된다면 CCTV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고 천공과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KBS가 지난 7월21일 뉴스9에서 관저이전 후보지인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 교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 7월21일 뉴스9에서 관저이전 후보지인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천공이 아닌 풍수학자 백재권 교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고발한 언론사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 자체에 대해 최 기자는 “언론보도에 반론을 청구할 장치가 있는데도 2월2일 보도이후 다음날 다짜고짜 고발부터 했다”며 “이런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과 소통이고 화합이냐”고 반문했다. 최 기자는 “보도위축과 언론통제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첫 보도 이후 천공이 왔다는 다른 제보자들 얘기를 추가로 보도하려 했으나 대통령실 고발로 제보자들이 입을 다 닫았다. 이런 게 간접적 언론통제 효과 아니냐”고 말했다. ‘입을 닫은 게 아니라 제보자들이 신중하게 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최 기자는 “제보마저 못하게 막는 것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닫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이 같은 언론 법적 대응을 두고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한 괘씸죄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대통령 비판에 대한 괘씸죄, 언론보도 통제 목적을 위한 무리한 법적용이 아니냐’는 언론계 비판에 “오랜 기간 법리에 맞춰서 결론을 냈으며 다양한 판례가 있다”며 “한 줄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허위의 인식과 비방 목적이 인정됐다고만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왜 끝내 천공과 김용현 처장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다 서면조사를 했다”며 “이들을 조사 안하려 한 것이 아니라 참고인이고, 서면조사를 통해 충분히 조사했다고 봤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언론과 기자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소송 등의 억압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한다”며 “헌법의 가치를 되새기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며 무분별한 소송이 아닌 대화로 의혹을 해소하고 소통하는 것이 성공하는 정부로 가는 바른 길임을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 뉴스토마토지회도 성명에서 “언론을 옥죄는 대통령실과 경찰을 규탄한다”며 “향후 검찰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외압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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