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내 고성과 야유, 팻말시위 등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의원이 악수하려는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는 등 항의 표시를 했다. 또한 다른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들은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대통령이 종지부를 찍으라”, “이념전쟁 안하는 것은 좋은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학폭 연루 의혹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적하는 등 쓴소리를 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는 맹탕 연설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일일이 통로 주변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에 악수를 청하자 대부분 악수를 했으나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천 의원을 한 번 쳐다본 뒤 악수를 청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면전에서 그만두라고 한 의원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윤 대통령 사퇴를 촉구해온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정연설 후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길래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했다고 썼다. 김 의원은 “국민을 두려워하고 그만두길 권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의원들에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의원들에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윤 대통령과 만난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에 쓴소리를 했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추모제에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 위로해주지 않은 것과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책임져야 할 경찰 간부 이름을 언급했다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백브리핑에서 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방류와 관련해 소병훈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정부가 지나치게 과학에 맹신하고 △과학계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 ‘현재로서는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라고 소개한 뒤 ‘앞으로 미래에 다가올 위험성에 대해 대비하면서 정부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고 홍 원내대표는 전했다.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양평 고속도로 문제에 대해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종점 변경에 김건희 여사 처가 땅이 존재해 특혜시비가 불거졌는데, 이 논란을 대통령이 직접 마무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대통령이 이념전쟁 그만하겠다는 건 좋은데,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육사 흉상 등을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고 홍 원내대표는 전했다. 김철민 교육위원장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학폭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조기에 진상규명을 하고 밝힐 것은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두고 야당은 맹탕이라고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맹탕’ 시정연설에 국정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국민의 절박한 삶과 위기 극복의 희망은 없었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반성한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국정운영 기조는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었다. 민생을 챙기겠다던 대통령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국정 실패에 대해 변화와 쇄신을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다”며 “민생실패,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과 쇄신없이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아집투성이 연설이고, 꼭 있어야 하고 필요한 말은 없었던 맹탕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 깎아내리기라고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손을 외면하는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서도 끝까지 다가가 손을 붙잡고 예산안의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며 “민생을 해결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장 원내대변인은 “다행히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 야유와 피켓시위를 했던 야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시정연설이 끝나자마자 민생과 미래를 포기한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진심을 깎아내리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전 비공개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 현장이 너무 어려우니 정부부처는 이런 점에 좀더 신경쓰며 정책을 집행해달라”고 말했다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생 앞에 여야가 없다. 민생이 어려운 만큼 예산안은 법정기한 내에 처리되어야 한다. 낭비성 예산, 퍼주기 예산은 과감히 정리하고 약자복지를 두텁게 하고, 서민경제를 위한 예산을 강화하자”고 말했다고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이 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만나 진심어린 사과를 해달라 △대통령 거부권을 그동안 너무 많이 썼는데, 이제 더 이상의 거부권은 안 되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일상적인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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