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 운반선 17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는 대통령실 언론 브리핑을 두고 이미 한 달 전에 이미 ‘수주에 성공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있다는 반박이 나와 논란이다. 

대통령 성과를 부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주 보도가 한달 전 보도가 다 나왔는데, 마치 이번 순방에 의해 처음 나온 것인 양 브리핑했다며 대통령이 고백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미디어오늘에 양측의 협상이 대통령 순방을 목표로 진행한 것이며, 카타르에너지 사장이 에너지부 장관을 겸직하는 구조여서 양국 정부의 협상 지원이 있었다면서 숟가락 얹기 아니냐는 식의 비판엔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도 민간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25일(현지시각은 24일 저녁) 카타르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이번 카타르 국빈방문을 통해 46억불 이상의 수출 수주 성과가 예상된다…HD 현대중공업은 카타르에너지와 39억불 규모의 LNG운반선 17척 건조계약을 체결한다”며 “단일 계약으로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YTN 등 대부분의 매체가 LNG선 5조원 사상 최대 계약 등의 요지로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약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17척 건조 합의각서 체결)을 이미 한 달전 KBS와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이 보도했다. 이 시기는 윤 대통령의 순방 전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17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17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유튜브 영상 갈무리

KBS는 지난달 30일 <뉴스9> 울산지역 자체방송 ‘HD현대重, 5조 원 규모 LNG선 17척 수주’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조선업계가 카타르에서 발주한 LNG, 즉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대부분을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HD현대중공업이 17척, 5조원대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KBS울산은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카타르에너지사와 LNG운반선 17척을 39억 달러, 우리 돈 5조3000억원에 건조하는 합의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도 지난 3일자 13면 <HD현대 카타르서 LNG 운반선 17척, 5조원규모 수주할듯>에서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타르에너지의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서 중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2차 수주를 따낼 전망”이라며 “계약 규모만 17척, 39억달러(약 5조28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카타르에너지가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과 LNG운반선 17척 건조 계약에 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며 “사실상 공식 계약만 앞둔 단계”라고 썼다. 카타르에너지는 “HD현대중공업과 17척 계약은 2차 발주의 시작”이라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KBS가 지난달 30일 뉴스9 울산지역방송에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대 규모의 LNG운반선 17척 수주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울산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달 30일 뉴스9 울산지역방송에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대 규모의 LNG운반선 17척 수주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울산 영상 갈무리

한국경제도 4일자 13면 <HD현대중공업, 카타르서 LNG선 5조 수주 임박>에서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카타르에너지로부터 5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사실상 수주했다”며 “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카타르에너지와 지난달 27일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계약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맺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회사 관계자가 “최종 계약에 서명하면 공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상목 경제수석의 브리핑을 두고 “그런데 이 기사는 바로 올해 9월30일, 벌써 울산KBS가 보도했다”며 “현대중공업이 LNG선 17척, 5조원 대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고 다 보도(가) 나왔는데, 마치 처음인 양 그곳에서 브리핑을 했으니, 우리 언론들이 이렇게 받아썼고, 국민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그래도 일부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그 언론들을 또 압수수색할까 걱정이 태산”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이거 국민 앞에 고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23년 10월3일자 17면
▲조선일보 2023년 10월3일자 17면

대통령실과 현대중공업은 정부의 협상 지원이 실제로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성택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은 30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업들이 협상을 할 때 대통령 등 고위급 순방을 계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해왔다”며 “시한이 없으면 협상 진도도 안나가고 동력이 없다. 그래서 순방을 목표로 오래전부터 협상해왔다고 한다. 순방을 앞두고 큰 틀에서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카타르에너지 사장이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을 겸한다”며 “수차례 회담했고, 대사와 공무원도 접촉해서 (현대중공업과 카타르에너지의) 협상 지원 노력을 사실상 많이 했다”고 밝혔다.

KBS가 보도한 합의각서 또는 MOA(기본합의)를 두고 박 비서관은 “그 당시 카타르발로 언론발표가 된 것은 사실이며…큰 틀에서 기본 합의는 이뤄졌지만 MOA(기본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최종 계약이 중요하며, 합의해도 세부쟁점이 많다. 남아있는 쟁점을 최종 계약 전날까지 협상해 (당일 최종적으로) 계약 체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9월말에 보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마치 다 된 협상을 대통령이 숟가락 얹기했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경제 2023년 10월4일자 14면
▲한국경제 2023년 10월4일자 14면

‘순방을 목표로 협상했다는 얘기는 경호사항인 대통령 순방 일정이 사전에 기업들에 알려진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박 비서관은 “협상 중에 대통령의 카타르 순방이 가시화된 후 서로 협상의 속도를 올려 타깃을 삼고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라며 “물론 대통령의 해외 일정을 따로 공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업들이 상대 기업이 정부인 상대를 협상하다보면 언제쯤이면 고위급이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건의 경우 고위급의 중요 (회담과 같은) 계기가 있을 경우 협상 타결, 계약 체결할 수 있다고 보고, 논의 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는 현대중공업의 성과냐 윤 대통령의 성과냐는 질의에 박 비서관은 “양국 정부가 수차례 회동했고, 현지 대사도 뛰어다니면서 쟁점을 거들어주는 일을 했다”며 “대통령이 1도 역할하지 않았다는 것은 폄훼이자 억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현대중공업의 수주 성과를 대통령 성과로 둔갑시키거나 부풀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박 비서관은 “발목잡기이자, 매우 부적절한 비판”이라고 밝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순방을 계기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17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이미 한달전에 KBS 울산이 보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순방을 계기로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17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이미 한달전에 KBS 울산이 보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번 수주의 당사자인 HD 현대중공업측도 정부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HD 현대그룹 계열사인 HD 현대중공업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HD 한국조선해양의 홍보팀 관계자는 30일 저녁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지난 9월 27일 HD현대중공업과 카타르에너지는 LNG운반선 17척 선박 건조 계약을 위한 합의각서(MOA)에 서명했다”며 “MOA 체결 후 양사는 본계약 체결 관련 세부사항을 조율했으며, 지난 25일 정식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홍보팀 관계자는 “카타르는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가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각 기업의 경영활동이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민간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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