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8월21일 해임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11일 오후 방문진 사무실에서 사무처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21일 만의 복귀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권태선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권 이사장은 이날 오후 4시경 방문진에 복귀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방문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해임의) 절차적‧내용적 위법 사실을 인정해주셨다.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해 이전처럼 책임 있게 MBC의 독립성을 지키고 MBC가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저뿐만 아니라 방통위에서 최근 공영방송 이사 다섯 명을 해임했고, 오늘은 김기중 이사 해임 청문 절차도 있었다”며 “이사 해임으로 공영방송을 정권의 뜻에 맞는 방송으로 바꾸겠다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왔는데 나를 계기로 그 역사가 끝나기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에 항고 의사를 밝힌 방통위를 향해서는 “가슴이 아프다. 공직자는 권력에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여당의 뉴스타파‧MBC 기자 무더기 고발 건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으로서 복귀해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MBC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MBC를 지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 상암동 MBC사옥.
▲서울 상암동 MBC사옥.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법원 결정에 성명을 내고 “권 이사장 해임 처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탄원에 무려 1300여 명의 MBC 구성원들이 참여했을 정도”라며 “행정의 안정성을 이유로 행정처분의 집행정지 판단이 통상 보수적이란 점을 감안하면, 법원의 이번 결정은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얼마나 비상식적인 것이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오늘의 결정이 “방통위가 내세우는 해임 사유에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권 이사장을 무리하게 해임하는 것이 되레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신청인의 남은 임기, 처분 사유의 내용, 본안 판단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도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야권 이사 해임을 위한 또 다른 사유를 찾고자 감사원과 국민권익위 등을 총동원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MBC본부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고려한다면 김기중 이사 해임 의결을 당연히 중단해야 할 테지만, (방통위가) 권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해임 처분 집행정지가 될 걸 감수하면서까지 김 이사를 해임하고 곧바로 보궐이사를 임명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며 “지금보다 더한 광기로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방송장악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불법적 폭압의 정도가 심해질수록 법적‧역사적 심판은 더욱 가혹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권태선 이사장 몫으로 방통위가 임명한 김성근 보궐이사에 대해 권태선 이사장이 제기한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오는 13일 심문기일이 잡혀있다. 방문진법에 따라 방문진 이사는 9명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10명인 기이한 상황이다. MBC본부는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김성근 씨는 지금이라도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권태선 이사장 후임 김성근 이사는 그 자체로 원천 무효”라며 현 상황을 가리켜 “방송장악에 혈안이 되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이동관씨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이사장 해임 사태를 두고서는 “5인 합의제 방통위에서 여권 추천 2인으로 내린 결정은 그 자체로 무효였다. 방통위가 내건 해임 사유도 엉성하고 억지 투성이었다. 절차도 내용도 부적절하다고 이미 수차례 경고했지만, 방통위는 눈 가리고 아웅 하듯 해임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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