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 전 KBS이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남영진 전 KBS이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월14일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건의를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했다. 남 전 이사장 해임 사유는 △KBS 방만 경영 방치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구속된 윤석년 이사 해임건의안 부결 및 경영평가 내용 부당 개입 등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업무추진비 등 공금 사적용도 집행 금지의무 위반 등이었다. 남 이사장은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집행정치 신청에 나섰지만 서울행정법원 제2부(신명희 부장판사)가 지난 11일 기각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신청인(남영진)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해임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가 MBC 대주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피신청인(방통위)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방문진 이사회의 운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선뜻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결정문을 통해 “신청인 잔여 임기(2024년 8월)가 단기간이란 사정은 효력 정지로 말미암아 해임처분이 위법 여부에 관한 본안 판단 이전에 이미 사실상 무의미하게 될 수도 있는 양면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해임처분을 취소 여부는 본안 소송에서 충분한 주장·입증 기회를 부여한 후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 요구된다”고 했으며 “훼손된 명예와 사회적 신뢰는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신청인이 잔여 임기 동안 직무를 수행할 경우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의·의결 결과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 공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이 사건 해임처분으로 인하여 신청인이 입게 될 손해와 위와 같은 공익을 서로 비교할 때 전자를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하여야 할 필요가 크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결정문에서 “이사의 임기를 법률이 명시적으로 보장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신청인이 방문진 이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는 손해는 참고 견딜 수 없거나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무형의 손해로서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연합뉴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연합뉴스

이 같은 법원 판단의 차이를 두고 남영진 이사장과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사유가 다르고, 해임 사유에 대한 이들의 해명도 달랐던 결과로 보인다.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대부분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이었고, 이에 따라 법원도 “신청인(권태선)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방문진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안에 대해 이사 개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남 전 이사장은 개인 법인카드 문제가 있었고, 경영실적 악화 책임을 KBS이사회에 물을 수 없다는 식의 변론을 펼친 것이 ‘기각’ 사유가 되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KBS는 2022년 약 11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속적인 방송광고 수입 하락과 최근 시행된 수신료 분리 징수로 장차 손실이 확대될 것이 우려되고 있으며 2017년, 2021년, 2023년 감사원으로부터 인건비 절감을 권유하는 감사 결과를 받았다”며 “KBS이사회는 KBS의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청인이 KBS 이사로 약 2년간 재직하면서 위와 같은 경영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명시적인 안건을 심의·의결했다는 자료가 없고, 더욱이 신청인은 이 사건에서 KBS 이사회는 경영진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신청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이 대목을 해임 사유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권태선 이사장도 ‘경영손실 방치’가 해임 사유 중 하나였지만 권 이사장의 경우 적극적으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또 “이사회에서 새로운 이사장이 선출된 반면, 신청인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해임처분의 효력이 정지 될 경우 KBS 이사회의 심의·의결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의·의결 결과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이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방문진의 경우 이사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권태선 이사장은 현재 법인카드 문제로 권익위 조사를 받는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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