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가 이강택 전 대표이사와 방송인 김어준씨에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박노황 TBS 이사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김어준씨와 전 경영진에 대한 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TBS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강택 전 대표이사 및 현재 폐지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에 대해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이번 소송으로 경영책임자 이 전 대표와 다수의 법정제재 및 사회적 논란으로 TBS 지원조례 폐지 및 출연금 삭감을 초래한 김어준씨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TBS는 김어준씨가 유튜브 방송 이름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라고 지어 자신들의 채널 이미지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TBS는 “뉴스공장 상표권과 관련, 1억 원의 권리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제기했다”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TBS의 기존 프로그램명과 유사해 시청자들에게 혼동을 일으켜 채널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TBS는 이 전 대표이사에게 권한남용 및 배임행위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이사가 김어준씨에게 출연료를 많이 지급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TBS는 “지역공영방송의 통상적인 수준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출연료를 지급했다”며 “이 전 대표이사는 프로그램 공정성 논란이 반복적으로 발생함에도 편성 및 진행자에 대한 조치 없이 상황을 악화시켜 TBS 존립을 위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TBS는 보도자료 상당 부분을 이미 폐지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TBS는 “김어준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방송에서 발언해 TBS 법정제재가 다수 발생하고 편파방송 논란 등을 야기해, 출연금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가 폐지되고 출연금이 전년 대비 88억원이나 대폭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TBS 지원조례를 폐지한 건 서울시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다.

TBS는 “2016년 9월 이후 TBS FM의 제재 건수는 총 150건으로, 이 중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받은 제재가 120건으로 가장 높다. 객관성과 공정성 관련 규정에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공영방송으로서 콘텐츠 품위 유지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태익 대표이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전 진행자 김어준으로 인해 추락된 TBS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지역공영방송으로서의 TBS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TBS 이사장으로 임명된 박노황씨(전 연합뉴스 대표이사)는 취임인터뷰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이사장은 “김어준은 거짓 뉴스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거짓 뉴스로 돈을 벌었다. 시민의 세금이 지급된 것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든, 시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박 이사장은 김어준에게 거액의 출연금이 지불됐다면 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이번 소송은)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정례회의에서 집요하게 요구하던 것들”이라며 “막 취임한 신임 이사장이 인적 쇄신 거부 의사를 밝힌 대표를 압박해 ‘미션 클리어’를 하는 것 같다. 프로그램 외부 진행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방송사의 제작 자율성과 편성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TBS 구성원들의 목숨줄을 볼모로 한 폐지조례안과 출연금 삭감의 최종 목적이 결국 김어준에 대한 공격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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