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이 TBS 이사장으로 언론계에 복귀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연합뉴스 사장으로 있었던 박 이사장은 ‘불공정·편파 보도’ 논란을 불러온 인사다. 박 이사장이 연합뉴스에 있을 당시 구성원 수백 명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18일 미디어재단 TBS 이사장으로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을 선임했다. TBS는 박 이사장 선임 소식을 알리는 보도에서 “연합뉴스의 경영 효율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정통 언론인으로 평가된다. 재단 운영에 대한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TBS의 실효성 있는 혁신안 마련과 신뢰받는 방송 이행, 시의회 소통, 수익원 다변화를 통한 자체 수입 확대 등 TBS의 시급한 현안 해결을 지원할 적임자로 기대되고 있다”고 했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노황 이사장은 TBS와 인터뷰에서 구조조정과 ‘김어준의 뉴스공장’ 구상권 청구를 거론했다. 박 이사장은 “비대해진 조직을 구조조정 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김어준 씨는 거짓 뉴스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거짓 뉴스로 돈을 벌었다. 시민의 세금이 지급된 것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든, 시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김어준 씨에게 거액의 출연금이 지불됐다면 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TBS가 새로운 이사회와 함께 과거의 편파방송 논란을 딛고 공영방송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 시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재도약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노황, 5년 만에 언론계 복귀… 재직 중 숱한 논란 만들어

지난 2018년 연합뉴스 사장을 끝으로 언론계를 떠난 박노황 이사장은 5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박 이사장이 연합뉴스에 있던 당시, 그는 구성원들의 원성을 들어 왔다.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 때문. 2017년 8월 연합뉴스 사원 421명은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시사인이 보도한 ‘장충기 문자메시지’에서 삼성과 연합뉴스 간부의 유착이 드러나면서 내부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2016년 7월 조복래 당시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보도가 나오자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천박한 기사는 다루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씨는 “정치적 위기 국면 때마다 뉴스타파나 디스패치가 센세이셔널한 기사를 내놓는데, 그 배후가 더 의심스럽다”고 했다. 조 씨는 그해 4월 장충기 전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창섭 당시 연합뉴스 편집국장은 장 씨에게 문자를 보내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다. 평소에 들어 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 모두 박노황 이사장이 연합뉴스 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 기자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삼성에 사역한 언론사의 기자가 돼 있었다”(30기), “연합뉴스는 정권 코드에 맞춘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파업 관련 보복 인사, 부당 해고, ‘장충기 문자’까지 독선으로 가득찬 경영진의 행보에 휘청거렸다”(28기), “박노황 사장과 경영진은 우리의 자부심을 짓밟았다”(33기)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박노황 이사장을 ‘언론부역자’ 명단에 넣었다. 박 이사장을 두고 편집권 독립의 상징인 ‘편집총국장제도’를 무력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 탄압 논란도 있다. 박 이사장은 노사 편집위원회에 편집인 참석을 막고, 보복성·압박성 지방발령과 인사 결정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 박노황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2015년 3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기게양식은 박 사장의 취임 직후 일정으로 지나친 ‘애국 코드 맞추기’라는 안팎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노황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2015년 3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기게양식은 박 사장의 취임 직후 일정으로 지나친 ‘애국 코드 맞추기’라는 안팎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또 박노황 이사장은 2015년 5월 간부 워크숍에서 “(연합뉴스) 노조는 언노련(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결돼 있지 않나. 분명히 말하지만 ‘암적인 요소’는 반드시 제거한다”고 말하고, 같은 달 편집회의에서 “특정인이 노조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거기에 일부 간부들이 기대고, 개인이 이익을 위해 노조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노조는 박 이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2021년 박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으로 맺은 편집총국장제 등 공정 보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파기하고, 103일 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위원장과 지도부를 지방으로 보복성 발령을 내며 실행으로 옮겼던 자”라고 비판했다.

▲박노황 이사장과 전임 연합뉴스 경영진이 나눠 가진 감사패와 문진. 사진=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박노황 이사장과 전임 연합뉴스 경영진이 나눠 가진 감사패와 문진. 사진=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내외부의 비판을 받던 박노황 이사장은 2018년 2월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의욕을 갖고 연합미디어그룹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진정성이 여러분에게 미치지 못했던 점은 몹시 안타깝다. 나의 부족함으로 여러분들에게 남긴 상처와 좋지 않은 기억은 모두 내 탓”이라고 했다. 이후 박 이사장이 전 경영진들과 만나 감사패·순금 25돈짜리 문진을 나눠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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