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보도 투쟁을 했던 노조 간부 출신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노동조합을 탄압한 혐의를 산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연합뉴스 노조는 “법원이 합법으로 노조를 무력화할 무기를 쥐여준 꼴”이라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노동조합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노황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연합뉴스 법인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배 판사는 박 전 사장이 피해자로 지목된 직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2012년 103일간의 ‘공정보도 쟁취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당시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과 이주영 전 지부장을 2015년 3월 취임 직후 지방으로 발령냈다. 검찰은 이를 노조 활동을 한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했다.

배 판사는 이에 “회사 규정에 근거하면 전문성, 교류성 등을 이유로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도 지방으로 발령할 수 있고 사례도 상당수 있다”며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지방 발령을 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추진한 ‘지역·본사 인력 교류 활성화’ 정책에 따랐다는 박 전 사장 주장도 받아들였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 연합뉴스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 ⓒ 연합뉴스

 

배 판사는 박 전 사장이 취임 2개월 뒤 노조를 ‘암적 존재’로 표현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달 편집회의에서 말한 ‘일부 간부가 사익을 위해 노조를 이용한 것은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다. 묵과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사용자의 ‘의견 표명 자유’ 범위를 넘지 않았다고 봤다. 

배 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적용된 임금 체계 전환도 “인사 규정에 따르면 (노측에)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했다고 볼 수 없고, 처음부터 의도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8월 부장급 이상 간부 직원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했다. 검찰은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필요한 근로기준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를 기소했다. 

연합뉴스지부(지부장 박성민)는 이날 성명을 내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로 면죄부를 줬다”며 “박 전 사장이 언론계와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치 않고 인사권 등 사장의 재량권을 이처럼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노조 간부 출신 직원의 지방 발령에 대해 “전례가 없었던 매우 이례적 인사였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갑자기 지방으로 쫓아내 가족과 떨어져 살도록 한 것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인사권 행사로 포장해준 재판부에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지부는 이어 “공정보도 수호라는 기본적 양심을 지키는 기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광범위한 인사 재량권’을 활용하라고 언론사 사주들에게 알려준 거나 다름없다”며 “경영진이 몇 가지 발뺌할 핑계만 준비하면 합법으로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준 꼴”이라 비판했다. 

또 “박 전 사장이 재직 동안 인사권을 거침없이 휘두르면서 무자비하면서 교묘하게 노조를 탄압한 일은 연합뉴스 내부뿐 아니라 언론계에 널리 알려진 명백한 사실”이라며 “검찰은 즉각 항소해 진실과 정의를 밝혀야 한다. 2심 재판부는 올바른 판단으로 정의를 세워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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