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위원장 호선을 위해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의 해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법률대리를 맡은 정민영 위원의 회의 참여 여부에 대한 공방만 벌이다 끝났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법률대리와 위원장 호선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위원장 호선을 위한 회의 진행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정 위원이 스스로 회피해야한다며 야권 추천 위원들이 의도적으로 호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28일 위원장 호선을 안건으로 상정한 전체회의를 열었다. 정족수 미달로 세 차례 회의를 열지 못한 후 개회된 회의로, 이날 전체회의엔 류희림 위원 포함 심의위원 8명이 참석했다.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이 해촉된 후 국회의장 추천 자리인 이 부위원장 자리가 공백인 가운데 회의는 8인 체제로 열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심의위 회계검사 결과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문제가 드러났다는 이유로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을 해촉했다. 황성욱 국민의힘 추천 상임위원도 방통위로부터 경고 처분과 주의 요구를 받았지만 해촉되지 않았고,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현판.

황 직무대행은 이날 안건 논의를 시작하기 전 정민영 위원의 위원장 호선 참여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민영 더불어민주당 추천 비상임위원은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의 해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정민영 위원은 법률대리와 위원장 호선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정 전 위원장과 이 전 부위원장 해촉에 대해 위원회 한 사람으로서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소송을 대리하는 것과 8명의 위원이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 호선에 대해 의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건”이라며 “제척, 회피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위원의 제척·기피·회피)에 따라 정 위원이 스스로 회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지인 변호사에게 물으니, 전임 위원장 해촉이 부당하다고 소송 대리를 맡아놓고 신임 위원장 임명에 투표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로펌에 검토를 요청한 결과, 심의위원이 한 쪽 당사자를 위한 소송대리를 맡는 것은 독립성 및 중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정민영 위원은 전임 위원장 등의 해촉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대리하는 입장이므로, 독립적이고 중립적 의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힘들어 제척·회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대답했다”며 “정 위원은 소송 대리인을 그만두고 회의에 들어오든지, 아니라면 위원장 호선에 대해 스스로 회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추천 위원들은 정민영 위원의 법률대리가 제척·기피 등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어느 규정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거나 소송대리를 하면 제척 등 사유가 된다는 규정이 없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야한다면 객관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소송 대리 업무와 위원장 호선 업무는 전혀 별개의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권 추천 위원들은 위원장 호선은 시급한 문제라며 야권 추천 위원들이 의도적으로 호선을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우석 위원은 “국회 국정감사 등에 대비하기 위해선 급히 호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검증을 한다며 계속 늘어지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연회 위원도 “‘의도적으로 지연을 하려고 하나, 왜 저렇게 시간 끌기를 하려고 하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유진 위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 해촉 이후 이뤄진 회의 진행 과정을 열거하며 반박했다.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의 위촉 직후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 개회를 강행해왔다. 위원장 호선을 위한 전체회의는 22일 오전 회의가 회의 공개 여부 공방만 벌이다 끝난 후 22일 오후, 23일 오전, 24일 오전 세 차례 열렸는데, 세 번 모두 비상임위원들에게 회의 참석 가능한 날짜와 시간에 대한 사전 문의 없이 통보됐다.

세 번의 회의 모두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열리지 못했는데, 회의에 참석한 여권 추천 위원들은 참석하지 못한 위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

김유진 위원은 “이거야말로 참석하지 못하는 위원들이 마치 위원장 호선을 회피하는 것처럼 그림을 만드려는 의도 아닌가”라며 “황 직무대행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회의 소집 등 위원회 운영을 해야한다. 위원들은 야권 추천 위원들을 대상으로 ‘의도가 있다, 위원장을 호선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끈다’는 등의 무례한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호선 자체에 반대하며 국회의장 추천 몫 신임 위원 위촉을 촉구했다. 윤 위원은 “정연주, 이광복 위원의 해촉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해촉으로 정당성이 없다. 인사혁신처가 독립된 심의위원회의 해촉 권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대통령이 해촉한다고 하더라도 위원회 의결을 통해 대통령께 해촉을 건의했어야 한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평등의 원칙 위반이다. 상임위원 3명이 동일한 사유로 경고를 받았음에도 왜 2명만 해촉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회의를 폐회했다. 황 직무대행은 정민영 위원의 위원장 호선 의결 참여에 대한 법률 자문 여부를 사무처, 법무팀과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엔 14건의 심의가 예정돼있었지만 모두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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