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이에 따라 야권 추천 심의위원이 다수였던 방통심의위 구도가 여권 다수로 바뀔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KBS 사장에서 해임한 구차스런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했다며 “15년 전처럼 기록과 법적 대응으로 무도한 윤 대통령 집단과 다시 싸워야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언론에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안을 보고받고 재가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 위원장은 내년 7월까지 임기였으나 해촉이 확정됐다.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위촉 권한이 있어 해촉 권한도 있다고 해석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는 지난 10일 정연주 위원장, 이광복 부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김진석 사무총장이 업무추진비 1인당 식비 단가 3만 원 집행기준을 위반한 후 사실과 다른 지출결의서를 작성했다며 ‘경고’ 처분했다. 또한 위원장에게 업무추진비를 선수금으로 적립·집행하거나 지출결의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는 등 관련규정 등을 위반한 점에 관해 ‘주의’를 요구했다.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이 9시 이후 출근하고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한 기록이 빈번하다며 ‘복무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1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나를 구차스러운 방식으로 KBS에서 해임했다. 역사는 다시 뒤집어져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해임했다”며 “방통위에서 급조된 별동 감사팀이 만들어져 한 달 넘게 집중 감사를 한 뒤 내놓은 결과물은 어느 기자의 독백처럼 ‘태산명동 서일필’, 허술하고 누추했다. 15년 전처럼 ‘기록’과 ‘법적 대응’으로 무도한 윤석열 대통령 집단과 다시 싸워야겠다”고 했다. 

▲ 지난 2월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 지난 2월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정 위원장은 “1975년 3월, 자유언론을 위해 싸우다 동지들과 함께 동아일보에서 해직됐다. 그때 우리들을 집단 해고한 권력의 핵심 박정희 대통령은 그 뒤 저격당해 세상을 떠났다.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은 나를 KBS에서 해임했다. 그는 결국 감옥에 갔다”며 “2023년 8월,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를 방통심의위 위원장 자리에서 해임했다. 그의 운명은 이미 보인다. 3년 8개월짜리 대통령이 진시황 노릇하는 그 결말은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너무 자명해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마음에 안드는 언론 보도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다며 정권 출범 내내 정치적 외압을 가하며 (심의위를) 흔들어대더니, 방통위가 ‘꼬투리 잡기 감사’에 나서고 윤 대통령이 속전속결로 해촉시켰다”며 “‘지각 대통령’이 민간기구 수장의 출퇴근시간 등 빈약한 근거로 임기가 1년이나 남은 방통심의위원장을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때는 KBS에서 사장에서 부당해임하더니, 윤석열 정권에선 정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을 방통심의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꼬투리 해촉'을 자행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 홍보수석으로 언론장악 설계자 비판을 받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등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와 꼭 닮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DNA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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