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10일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포함한 간부 4명이 업무추진비 1인당 식비 단가 3만 원 집행기준을 위반한 후 사실과 다른 지출결의서를 작성했다며 ‘경고’ 등 처분했다. 이날 방통위는 ‘방통위, 방심위 회계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4명의 간부는 사실과 다른 지출결의서 작성이 자신들의 비서 탓이라고 해명했다. 

방통위가 방통심의위 정기검사 후 이례적으로 구체적 검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이를 근거로 정연주 위원장 해임을 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지난 2월2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연주 위원장. 사진=방통심의위.

방통위가 공개한 검사 보고서를 보면 정연주 위원장은 13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1인당 집행단가가 업무추진비 기준 상한액(3만 원)을 초과했다. 정연주 위원장 비서 D씨는 13건 중 4건은 정 위원장으로부터, 9건은 비서실장이나 수행 비서로부터 영수증을 받아 1인당 집행단가 상한액을 준수한 것처럼 인원을 실제보다 많게 기재해 11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를 작성해 관련 담당팀에 제출했고, 담당팀은 이를 근거로 지출결의서를 작성했다.

이광복 부위원장은 9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1인당 집행단가가 업무추진비 기준 상한액을 초과했다. 이광복 부위원장의 전직 비서 G씨와 현직 비서 H씨는 9건에 대해 이광복 부위원장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아 1인당 집행단가 상한액을 준수한 것처럼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많이 기재해 6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를 작성한 후 담당팀에 제출했고, 담당팀은 지출결의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다.

황성욱 상임위원은 24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1인당 집행단가가 업무추진비 기준 상한액을 초과했다. 전직 비서 J씨와 현직 비서 K씨는 황성욱 상임위원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아 1인당 집행단가 상한액을 준수한 것처럼 참석인원을 실제보다 많이 기재해 총 15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를 작성한 후 담당팀에 제출했고, 역시 지출결의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

김진석 사무총장은 2회에 걸쳐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 1인당 집행단가가 업무추진비 기준 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을 직접 결제했다. 비서 M씨는 2건에 대해 1인당 집행단가 상한액을 준수한 것처럼 참석인원을 실제보다 많게 기재해 담당팀에 제출했고, 사실과 다른 지출 결의서가 작성됐다.

방통심의위는 업무추진비를 규정에 맞지 않게 선수금으로 적립한 사실도 발각했다. 선수금으로 적립된 비용으로 방역지침 제한 인원을 위반하거나 1인당 집행단가 기준을 위반했음에도 사용내역서 등을 사실과 다르게 썼다. 이 외에도 과도한 음주를 하거나 통상적 점심 시간을 지나 오후 1시30분 이후까지 직원들과 식사를 한 사례들도 다수 적발됐다.

방통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및 사무총장에게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경고’ 처분했다. 또한 위원장에게 업무추진비를 선수금으로 적립·집행하거나 지출결의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는 등 관련규정 등을 위반한 점에 관해 ‘주의’ 요구를 했다. 방통위는 전 부속실장에게 ‘문책 요구’를 했으며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은 자신들의 비서가 작성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에 ‘참석 인원수가 잘못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은 비서에게 참석 인원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서 중 4명은 위 사람들이 알려주는 대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 상호 진술이 배치돼 위 사람들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고위직인 자신들이 반복적으로 1인당 업무추진비 집행단가 기준을 초과해 집행한 후 아무런 지시 없이 비서들에게 참석 인원 등을 알려주지 않으면 비서들은 1인당 업무추진비 집행단가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서의 참석인원 등을 임의로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사실과 다른 지출결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어 “업무추진비 집행의 주체로서 모임에 직접 참석해 참석 인원수와 식사 금액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방통심의위 지침으로 규정된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단가에 맞게 집행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업무추진비 집행 주체로서 업무추진비를 적정하게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방통위는 방통심의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이 9시 이후 출근하고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한 기록이 빈번하다며 ‘복무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이 외에도 △대외직무활동비 등 지급 문제 △과다한 유급휴일 운영 △사업추진비로 내부직원 간담회비 집행 △지원 임차보증금의 용도외 사용 △유연근무제 직원들의 출퇴근 입력 감독 부실 등을 적발해 ‘주의’ 또는 ‘관련업무 개선’을 통보했다.

검사 결과에 정연주 위원장은 입장을 내고 “식사 인원과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적힌 인원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총 사용 건수 341건 가운데 13건”이라며 “이 가운데 9건은 부속실 법인카드여서 본인은 그 세부 사정과 집행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며, 본인이 사용한 법인카드 건은 모두 4건으로, 본인이 음식값과 영수증 내역을 세세히 확인하지 않는 터여서, 식사 인원수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정연주 위원장은 “두 경우 모두 방통심의위 예산집행지침 상 업무추진비 1인당 집행 한도인 3만 원에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실제 참석인원과 서류상 참석인원이 불일치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본인 불찰”이라고 했다.

업무추진비 지침에 따라 결제가 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한 경우 자신의 개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본인이 음식값과 영수증 내역 총액이 방심위 내부지침을 초과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을 경우에는 지침에 따른 액수를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초과 부분은 본인 개인카드로 결제했다”며 “본인이 음식값과 영수증 내역을 확인하여 방심위 내부지침 위반을 사후에 인지했을 경우에도 법인카드 집행을 취소하고 본인 개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출퇴근 시간 문제와 관련 정연주 위원장은 “위원장 등 상임위원 3인에 대한 ‘복무 관리’ 규정이 없다”며 “그럼에도 일반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일부 출퇴근 상황은 본인의 불찰이다. 2019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상임위원 복무 기준을 참고하여 방심위 상임위원의 업무에 맞도록 복무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시30분 이후까지 직원들과 식사를 한 문제에 관해선 업무 간담회 성격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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