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동관 후보자를 임명하자 다수 매체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권과 한목소리로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방송 개혁의 적임자’라는 관점의 기사나 사설도 상당수 나왔다. 언론관 등을 이유로 이 위원장의 임명을 우려한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였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 시도, 자녀의 학교폭력 관련 의혹 등을 이유로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과 재송부 시한인 24일을 넘기자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실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의혹이 해소됐다고 했고, 여당은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한국일보는 26일 사설 <이 방통위원장, 진영 넘는 ‘진짜 공정방송’ 추구해야>에서 “이 신임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면서 이 위원장을 둘러싼 의혹이나 적격성보다는 공영방송 개혁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공영방송의 편향성을 정파적 관점에서 바로잡을 수 없으며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26일 한국일보 사설
▲ 26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공영방송의 편향성이나 경영상 문제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나, 시스템으로 해야 할 일이지, 정파적 차원에서 바로잡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 정부 역시 방송을 진영의 전쟁터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 뒤 “차제에 이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영국 BBC나 일본 NHK처럼 신뢰받는 공영방송을 가질 수 있도록 인사를 포함한 공정한 제도 틀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소 중도 입장을 표방한다고 알려진 한국일보의 이러한 논조는 주목할 만하다.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 과정에 정부·여당 등 정치권이 개입하는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는 방식으로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 절차를 바꾸는 건 공영방송의 핵심 개혁 과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 시도를 볼 때 이 위원장이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앨 적임자가 아니라 오히려 언론장악을 시도할 것이란 주장이 그의 임명을 반대하는 근거다. 한국일보는 이 위원장의 언론장악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이를 건너뛴 채 이 위원장을 ‘공정한 제도 틀을 구축할’ 개혁 주체로 전제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끝부분에서 “이 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며 “정쟁의 격화도 한 원인이지만 논란이 많은 인사의 지명과 청문보고서 미채택, 임명 강행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건 국회의 존립 근거를 흔드는 큰 문제다. 청문회의 유명무실화에 대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나 방송 개혁이 아닌 인사청문회 제도의 한계로 글을 마무리한 것이다. 

조선일보에는 이날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바로잡는 게 이 위원장의 주요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경제지들도 이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경제는 사설 <새 방통위원장 임명, 공영방송 공정 보도와 경영 쇄신 계기 돼야>에서 “새 정부 출범 1년 3개월여가 지나서야 대통령과 철학이 맞는 방송통신 정책의 수장이 들어선 만큼 방송 정상화와 개혁 등을 서둘러야 한다”며 “(해외 공영방송과 같이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이 위원장은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에 대한 다짐을 조속히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2인 체제로 ‘6기 방통위’ 출범 공영방송·포털뉴스 개혁 첫발>이란 정치면 기사에서 “포털 알고리즘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개선방안을 마련해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이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한국경제는 정치면 기사 제목을 <닻 올린 ‘이동관 방통위’…공영방송·포털 개혁 속도낸다>로 뽑고 “오는 28일 이 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송 개혁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라며 “공영방송 개혁 및 민영방송 규제 완화 등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26일자 한국경제 기사
▲ 26일자 한국경제 기사

 

▲ 26일 한겨레는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명장을 받는 모습을 사진기사로 보도하며 "권력 앞에 '폴더 인사'"란 제목을 달았다
▲ 26일 한겨레는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명장을 받는 모습을 사진기사로 보도하며 "권력 앞에 '폴더 인사'"란 제목을 달았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윤 대통령의 이동관 임명 강행, 기어코 ‘방송장악’할 텐가>에서 “이 위원장이 방송 독립성·중립성 보장,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에 부적격자임은 여러 증거로 뒷받침됐다”며 그가 지난 1일 정부 비판적인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표현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또 이 위원장이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은 권력·자본이 아니라 노조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거나 “(KBS 등이) 정파적 보도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시스템을 먼저 교정하겠다”는 발언을 인용한 뒤 경향신문은 “정권편향적 언론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며 “이명박 정권에서 방송장악과 여론조작 공작을 주도했던 그가 반성은커녕 더 퇴행한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 26일 경향신문 사설
▲ 26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 위원장은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자유로운 정보 유통 환경 조성’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역점 과제로 꼽았는데 이를 명분으로 공영방송 체제 흔들기, 극우 담론의 포털 전면 배체, 비판언론 탄압에 나선다면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그 책임은 윤 대통령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에서 “15년 전, 공영방송을 황폐화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흑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겠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다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 징계, 강제전배 등 고초를 겪은 ‘엠비식 언론장악’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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