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해 2년 근속을 한 달 남기고 계약 종료를 통보 받은 작가의 부당해고 소송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상당수 작가가 ‘무늬만 프리랜서’로 방송사와 단기간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는 방송 제작 환경에서 해당 작가의 갱신기대권이 성립하느냐가 쟁점이다.

서울행정법원 11부는 지난 18일 MBC 보도국에서 일하던 방송작가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MBC 뉴스외전 캡쳐화면.
▲MBC 뉴스외전 캡쳐화면.

앞서 MBC는 2021년 12월 보도국 낮뉴스 프로그램 ‘뉴스외전’ 작가 3명 전원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MBC와 연도 단위로 두 차례 계약을 맺고 일해왔다.

뉴스외전 작가 2명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근로감독이 없었다면 통상 계약이 연장됐을 텐데 근로자성을 인정 받자 MBC가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MBC에 근로 감독을 진행 중이던 고용노동부는 이들 작가가 ‘노동자성 인정 여지가 높다’는 사실을 회사에 전달했는데 MBC가 이후 이같이 통보해 고용책임 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같은 달 28일 노동부는 이들 작가를 포함한 지상파3사 작가 152명의 노동자성이 확인된다고 발표했지만 31일 잘린 이들 작가는 근로계약 체결 시정명령 대상에서 빠졌다.

노동위는 초심과 재심에서 2년 넘게 일한 작가 1명만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A씨에 대해선 기각했다. 중노위는 A씨가 1년 11개월 일한 기간제 노동자에 해당하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보도 작가 중 일부 계약 갱신 사례가 있기는 하나 종전 계약 관계 종료 후 상당기간이 지나 다시 체결한 사례들도 있는 등 근로관계 단절 없이 계약 연장된 사례가 다수라 보기 어렵다”며 “많은 사례에서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2021년 8월 기준 MBC 보도국 방송작가들에게 계약을 갱신할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동안 자발적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계약이 갱신돼 왔다는 것이다. 계약 기간 사이 공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늬만 프리랜서’가 임신과 출산, 병환 등으로 인한 각종 휴직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갱신기대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노지민 기자
▲지난해 2월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MBC '뉴스외전'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접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노지민 기자

공익소송으로 A씨를 대리하는 신고운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MBC와 1차례 이상 계약을 갱신한 방송작가들) 모두 뉴스 프로그램에 기용된 뒤로는 프로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계속 근로 제공할 것을 전제로 형식적으로만 계약을 갱신해온 것”이라며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사건 판정은 위법 부당하다”고 했다.

방송작가 A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2년 전 노동부가 지상파 3사 근로감독에 나섰을 때, 어쩌면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길이 열리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근로감독 결과 발표 직전 받은 해고 통보”라면서 “근로감독이 없었다면 MBC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는 작가를 해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A 작가는 “해고 이유도 ‘내년에 결방이 많으니 더 나은 곳으로 가도록 배려하겠다’는 황당한 얘기였다. (당시) ‘결방으로 월급이 줄어도 좋으니 더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MBC가 주장한 해고 사유는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대 방송사와 맞서는 두려움, 소송 건 작가로 소문 나 더는 일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포기하면 편하지 않을까 몇 번씩 생각한다. 그러나 뉴스외전에서 내가 만든 ‘정치맞수다’라는 코너명을 아직도 쓰고 있는 걸 보면서 꼭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선고는 오는 11월10일 낮 2시 서울행정법원 B208호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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