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YTN 장악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동관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임명을 강행 전례를 보면 이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YTN 전·현직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넘어 분노에 휩싸여 있다. 이동관 시절 MB 청와대에서 YTN과 관련된 언론장악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YTN은 ‘MB 언론장악 1호’였다. 

이 씨는 1985년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정치부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중앙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MB정부 첫번째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당시 청와대의 주요 타깃은 방송사였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① YTN의 수난, 시작은 돌발영상 삭제 파문

YTN은 KBS·MBC와 함께 청와대의 집중 압력을 받았다. 시작은 YTN 돌발영상이었다. YTN 돌발영상은 2008년 3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을 발표하기 한 시간 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해명하는 것을 풍자하는 방송( ‘마이너리티 리포트’편)을 내보냈다. 이후 청와대가 홍상표 YTN 보도국장(이후 MB정부 홍보수석으로 임명.)에게 항의했고, 방송이 삭제되는 파문이 벌어졌다. 노조 반발 후 영상은 하루만에 복구됐다.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돌발영상은 권력자에게 눈엣가시였다”며 “(돌발영상 삭제 사건 이후) 집권 세력은 YTN을 불쾌하고, 없애야 할 방송사로 본 것 같다”고 했다.

2008년 5월 MB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가 YTN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노동조합이 구 전 사장 취임을 강력반대했으나 같은 해 7월 임명이 강행됐다. 한 달 뒤 조선일보 출신의 신재민 문체부 차관은 “기업이 갖고 있는 YTN 주식을 모두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2만 주 가량은 이미 팔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YTN 주가가 요동치자 신 차관은 국회 문체위 업무보고에서 “정보제공차원의 발언이었으며 (주식폭락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고한석 지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상당한 압박이었다. 정권 말을 안 들으면 YTN을 팔아버리겠다는 뜻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동관 청와대 체제에서의 YTN 사건사고. 편집=미디어오늘.
▲이동관 청와대 체제에서의 YTN 사건사고. 편집=미디어오늘.

② 구본홍 사장 임명 후 33명 징계… 지부장은 구속

이후 노동조합의 구본홍 사장 퇴진 요구가 본격화됐다. YTN지부는 릴레이 단식 등 구본홍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고, 구 사장은 징계로 맞대응했다. 2008년 10월 구 사장은 직원 33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당시 노조 지부장 노종면 기자를 비롯해 우장균(현 YTN사장),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등 기자 6명이 해고됐고 임장혁 돌발영상팀장 등 6명이 정직 중징계를 받았다. YTN 탄압의 시작이었다. 구 사장은 노종면 지부장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 중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YTN기자가 2017년 8월28일, YTN에 복직해 출근하기까지 3249일이 걸렸다. 

조승호 전 YTN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청와대가 언론장악을 주도·기획했고, 집행자는 이동관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다른 정권은 언론과 마찰이 있으면 조율에 나섰지만, MB정부는 부정적 기류가 있으면 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YTN 구성원을 향한 압박이 구 사장 개인의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노종면 전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YTN 낙하산 사장이 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회사가 구성원들을 때려잡는 쪽으로 움직일 때 이동관은 그걸 옹호했다”고 했다.

▲노종면 전 YTN 기자가 구속영장실질심사 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노종면 전 YTN 기자가 구속영장실질심사 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듬해 3월 노종면 지부장이 전면파업 하루 전 구속됐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권기훈 판사는 올해 7월 사법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학계와 법조계에선 “파업을 앞둔 노 지부장이 도주할 우려는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해 9월 이동관 대변인은 초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취임했다. 후임 대변인은 박선규 서울과기대 교수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었다.

③ 국무총리실 YTN 사찰 의혹, 홍보수석실은 YTN 보도 문건 작성

2010년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노조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원충연 수첩’ 사건이었다. 2009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YTN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문건을 작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본홍 사장이 돌연 사퇴한다. 당시 ‘비고’에는 “BH하명”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청와대에 관련 보고가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후 배석규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그해 9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은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배석규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1개월여 만에 노조의 경영 개입 차단,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및 좌편향 보도국장 교체, 돌발영상 담당 PD 교체, 좌편향 앵커진 대폭 교체, 친노조 성향 간부진 교체 등 ‘개혁’ 조치를 계속함”, “신임 대표는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우수한 경영능력 보유자임에도 前 정부 때 차별을 받아온 자로서, 現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2010년 5월 홍보수석실은 정권에 비판적인 YTN 보도를 문제로 꼽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2011년 1월 이동관 씨는 언론특별보좌관으로 취임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YTN 보도리스트 문건(위)과 원충연 사무관이 작성한 문건 리스트(아래). 자료=뉴스타파, 민주연구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YTN 보도리스트 문건(위)과 원충연 사무관이 작성한 문건 리스트(아래). 자료=뉴스타파, 민주연구원.

이동관 씨는 ‘언론장악 의혹’으로 압축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또 그는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또 장악해서도 안 된다,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YTN 전현직 구성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조승호 전 기자는 “이동관은 당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현 정부가 그런 사람을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고 ‘고양이가 잘 지켜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조 전 기자는 “해직이나 대량 징계 사태와 같은 불상사는 다시 벌어지면 안 되는데, 걱정된다”며 “이동관이 높아진 우리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④ 후보자 지명에 구성원 반발 “학폭 가해자 선도부장 임명”

고한석 지부장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상식인데, 가해자를 선도부장으로 임명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이동관 체제 청와대가 YTN 보도를 문제로 분류한 것은 기록물로도 나와 있다”고 했다. 또 고 지부장은 “YTN 대주주 공기업 지분 매각이 실제 이뤄진다면 방통위가 대주주 자격 등 명확한 기준을 내세워야 하는데, 우려가 크다”고 했다. 

현재 YTN은 KBS·한겨레 등과 함께 이동관 씨에 대한 의혹보도에 주도적이다. 이 씨는 YTN의 배우자 인사 청탁 의혹 보도에 대해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 등 가용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고, YTN지부는 1일 성명을 내 “인사청문회도 하기 전에 ‘이동관표 방송장악’이 시작됐다. YTN의 인사 검증 보도를 놓고, 법적 대응 운운하며 겁박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YTN 취재진은 미디어오늘에 “국민을 대신해 후보자를 검증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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