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원장께서는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더라면 5대에 걸쳐 영화를 누린 유자광을 뛰어넘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박지원 전 국장원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과 관련해 한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유자광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간신이다. 다섯 왕을 섬긴 ‘처세의 달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2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MBC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들도 손보려고 방통위에서 이미 시작했더라. 재미있는 게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오기 전에 싹 정리해버리고, 진짜 센 것 같다”라며 “나쁜 의미로도 인지도를 굉장히 높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대통령 후보 나오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제6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지난 1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인근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소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지난달 28일 제6기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지난 1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인근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소로 출근해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어 “이동관 후보가 한국에도 BBC NHK 같은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분이 안 오면 만들어진다”며 “그분의 본심은 우리나라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 같다고 했는데,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은 곧 그분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라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정부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청와대 홍보수석실 언론 장악 문건’에 대해 “저는 그 문건을 조금 봤다.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내놔라 내파일’(정보공개청구 운동) 이런 걸 해서 검출하면 원장한테 보이게 되어 있다. 직접 보지만 얘기를 할 수 없고, 관계자들한테 보내주면서 (비실명처리 했다). 자꾸 국정원을 나쁘게 볼 필요 없다. 그때 국정원은 했다. 그 문건을 일부 의원들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2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했다. 사진=MBC 유튜브채널 갈무리.
▲2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했다. 사진=MBC 유튜브채널 갈무리.

신장식 진행자가 “이동관 수석은 본인은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고 하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거기에 있는데 없다고 하면 안 되죠”라고 했다.

그러자 이동관 후보자 측은 방통위 사무처를 통해 3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오늘 모 방송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동관 후보자가 MB정부 홍보수석 재직 당시 국정원에 요청한 문건을 직접 보았다고 말했다”며 “거듭 밝히지만 저는 그러한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동관 후보자 측은 “박 전 원장의 발언은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무책임한 카더라식 발언일 뿐”이라며 “박 전 원장이 봤다고 주장하는 문건 작성을 직접 지시했거나 실행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면 약 1000여명의 관계자가 수사를 받고, 200여명이 구속된 문재인 정권 하의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게 제가 무사할 수 있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동관 후보자 측은 “저는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방송사 간부들로부터 ‘이동관이 시켰다는 진술을 하나만 해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를 직접 듣기도 했다”며 “박 전 원장은 무책임한 카더라식 폭로 뒤에 숨지말고 당당히 물증을 제시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이동관 후보 측은 “무엇보다 방송에서 ‘대통령 후보 나오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대통령과 참모 사이를 이간질한 데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저는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이 저의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야권과 일부 언론이 저를 흠집내기 위해 무책임한 의혹을 증폭시키다 못해 이제는 이런 치졸한 공작을 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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