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와 EBS에 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도 추진한다. 감사원의 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이사를 해임해 ‘공영방송 사장 교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이르면 오는 3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을 위한 청문을 통보하는 등 해임 절차에 나선다. 권태선 이사장 해임 사유는 MBC 경영에 관리 감독을 게을리한 점과 차명주식 의혹이 불거진 안형준 MBC 사장을 선임을 한 것이다. 김기중 이사의 경우 안 사장 주식 의혹에 관한 방문진의 특별감사 당시 참관인으로 참여한 점이 해임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 상암동 MBC사옥.
▲ 서울시 상암동 MBC사옥.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에 따르면 이상인 상임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2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권 이사장과 김 이사 해임을 건의했다. 

현재 방문진 대상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고 방통위의 검사도 최근 시작됐다.

감사원은 공정언론국민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를 일부 수용해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105억 원 손실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수익금 지급 지연 △MLB 월드투어 선지급 투자금 회수 난항 △MBC플러스 100억 원 이상 손실 △MBC아트 적자경영 방치 △대구MBC 사내근로복지기금 과잉 출연 방치 등을 감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권태선 이사장 소환을 통보해 오는 3일 출석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방통위는 오는 4일과 7일 방문진에 검사·감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안형준 MBC 사장 주식차명 보유 문제를 비롯해 방문진 법인 사무 전반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의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윤석년 KBS 이사를 해임한 데 이어 남영진 KBS 이사장,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권태선 이사장과 남영진 이사장의 경우 경영 사안이 해임 사유 중 하나인데 이와 같은 전례가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야권 이사를 2명 해임하고 보궐에 현 여권 이사를 임명하면 현 여권이 의석 다수를 점한다. 이후 두 공영방송 이사회 주도로 사장 해임과 선임이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방만 경영 방치 △구속된 이사의 해임건의안 부결 △경영평가 내용 부당개입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논란이 된 사안 중 거액의 지출은 명절 선물, 회식비라고 해명한 상태다. 다만 언론인, 학계 등 면담을 이유로 1인 당 3만 원을 초과해 결제하고 기념품에 1인 당 7만 원 이상 결제한 점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경우 해임에 이를 정도인지 판단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정권 교체 국면에서 해임된 공영방송 이사들 역시 ‘부당 해임’이라는 법적 판단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방통위는 신태섭 KBS 이사가 동의대에서 해임되자 결격사유인 ‘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에 해당된다며 해임했으나 이후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강규형 KBS 이사는 법인카드 유용 등을 이유로 해임된 이후  해임무효소송에서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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