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야권 이사들이 3일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가 KBS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을 추진하면서 위법하게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라며 “방통위는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이사 10명 중 야권으로 분류되는 다수 이사 5명(이상요, 김찬태, 류일형, 정재권, 조숙현)은 방통위가 지난달 25일 남영진 이사장 해임 건의 절차를 추진하면서 밝힌 △법인카드 의혹 △구속된 이사의 해임건의안이 이사회에서 부결된 책임 △경영평가 부당개입 △방만 경영 방치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사유를 전부 반박했다. 위 사유가 “근거와 타당성을 결여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이사들은 먼저 남 이사장 ‘법인카드 의혹’에 대해 7월 중순경 시작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남 이사장에 대한 대면조사나 직접적인 해명 청취 등 핵심적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권익위의 핵심적인 조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근거로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남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방통위원이 권한을 남용한 위법적 행위에 대해 조사받아야 마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남 이사장의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집행률은 2021년 38.3%, 2022년 63.8%로, 사용을 가급적 억제하려고 노력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잘못 사용된 내역이 있다면 권익위가 정확하게 조사를 한 뒤 그에 합당한 조처를 내리면 될 일”이라고 했다.

▲KBS 이사회. 사진=KBS
▲KBS 이사회. 사진=KBS

‘TV조선 재승인 의혹’으로 구속됐던 윤석년 이사 해임건의안을 이사회가 부결시킨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두고는 “방송법이나 방송법 시행령, KBS 정관, KBS 이사회 운영 규정 등 그 어디에도 ‘이사 해임건의’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며 “기소가 되었다는 사정을 이유로 해임을 하겠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에 반하는 행위이다. 방통위의 주장은 KBS 이사회가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는 해임건의안을 가결했어야 한다는 것으로, 불법을 조장하는 해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위가 ‘경영평가 부당개입’이라 규정한 사안은 “‘KBS 경영평가 지침’에 위배된 내용의 수정을 의결”한 것이라고 했다. 2022 사업연도 경영평가 보고서 작성 당시 김백 경영평가위원이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시민단체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서에 추가하려 했던 사례를 말한다. 야권 이사들은 경영평가 지침상 인용 가능한 자료는 연구기관·학술전문가단체·언론기관 등 평가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사들은 “A 위원은 불공정 보도 사례를 모니터링한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바, 문제가 된 자료를 인용하는 것은 위원 제척사유에 해당될 여지마저 있다. 아울러 특정 시민단체의 자료가 객관적 검증없이 무분별하게 인용될 경우, 경영평가 보고서의 신뢰성과 객관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제대로 된 사실확인조차 없이 ‘부당개입’으로 단정하고 해임 사유로 삼는 것은 위법한 권한 남용 행위”라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야권 이사들은 ‘KBS의 방만경영 방치’를 했다는 사유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 이사회가 승인한 2021년 KBS 임금인상률(2.4%)은 동종업계(MBC 2.8%, SBS 3.8%)보다 높지 않고, 당해 직원 연차휴가 보상수당을 삭감했다고 했다. 업무상 비연고지로 전출하는 직원 대상의 전세자금 대여제도는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로 볼 수 없고, 무주택 직원에 대한 전세금 대여제도는 이미 폐지됐다고 했다. KBS에 대한 ‘인력 과잉’ 비판에 대해서는 “2023년 KBS 현원은 4164명으로 5년 전인 2018년(4706명)에 견줘 550명 가까이 줄었다. 특히 법원의 판결 등으로 비일반직 사원 256명을 일반적으로 전환했던 2019년(4975명)과 비교하면 800명 이상 감소했다”며 “인원 축소와 임금인상 억제로 KBS의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20년 36.8%에서 2022년 31.2%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사회가 KBS의 방송용 사옥 신축계획 무단 중단, 직제개편안·정원변경안 이행 등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보고서 등을 근거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사들은 이어 “법원은 KBS 이사에 대한 해임처분은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하여 볼 때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KBS 이사를 ‘임기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오고 있다.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방통위가 밝히고 있는 해임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며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방통위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아울러 KBS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경영 합리화를 달성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이사회가 더욱 애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남 이사장을 비롯한 현 12기 이사들은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7명의 야권 이사 중에서 지난달 12일 윤석년 이사가 해임됐고, 같은달 25일 방통위가 남 이사장 해임건의 절차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오는 9일 해임 추진 사유에 대한 남 이사장 청문을 진행한 뒤 16일께 전체회의에서 남 이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이후 두 이사 해임으로 빈 자리에 여권 보궐이사가 임명되면 여권 이사가 6명, 야권 이사가 5명으로 KBS 이사회가 재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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