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이자 MBC 관리 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2인에 대한 해임 절차에 나서며 MBC 경영진 교체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현 국면을 두고 “어떠한 위법행위를 해서라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MBC를 장악해보겠다는 몸부림”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권 이사장은 이날 감사원의 소환 조사 통보로 감사원에 출석했다. 

방통위에 의하면 권 이사장 해임 추진 사유는 MBC 경영 감독을 제대로 못 하고, 차명 주식 문제가 불거졌던 안형준 MBC 후보를 사장으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김기중 이사의 경우 안 사장 관련 MBC 특별감사 당시 참관인(옵저버)으로 참여한 점이 해임 사유로 알려졌다. 두 사람에 대한 청문이 이르면 14일경 진행되고 16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해임안이 의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해임이 이뤄질 경우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현 방문진 이사 구도가 기존 여야 3대6에서 5대4로 바뀌며 현 경영진 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방통위에서 이사 해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도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장과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을 통보했다”며 “이러한 무리수는 어떠한 위법행위를 해서라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MBC를 장악해보겠다는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위법행위 의혹이 있는 사장을 선임했다는 것이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 의혹은 조사를 통해 사실이 밝혀진 뒤 책임을 묻는 것이지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더라도 MBC 사장은 시민평가단과 이사회 투표로 선임한 것으로, 특정 이사의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방통위의 해임 사유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예정된 수순에 따라 해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MBC 감사 옵저버 파견에 대해선 “MBC 감사가 MBC 사장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를 하는데 사후 보고만으로는 MBC 관리‧감독 책임을 다할 수 없다고 여겨 감사 절차에 (방문진 이사가) 옵저버로 참여하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펴보는 것은 방문진 고유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옵저버로 파견된 이사는 방문진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역시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정철운 기자
▲감사원. ⓒ정철운 기자

권태선 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방문진 국민감사에 대해서도 “과정 전체가 위법이다. 부패방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 감사를 실시했고 행정절차법 등을 지키지 않아 절차적으로도 위법하다”고 한 뒤 “감사 진행 중에는 법에도 없는 확인서를 강요하고 직원에겐 진술서 서명도 강요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에) 필요한 자료는 다 줬는데 감사원은 나를 감사 방해 혐의로 몰고 있다”며 “해임을 위한 꼬투리 잡기”라고 주장했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은 국민감사 청구사항 6개 항과 관련 있는 120여 항목, 300여 개 파일을 제출했고 출석조사도 성심껏 임했다. 국정감사에도 제출하지 않았던 비공개 속기록은 이사회 승인까지 받아 제출했고, 감사 청구사항과 무관한 자료까지도 제출했는데 감사원은 MBC 자료를 대신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방해를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문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자료까지 MBC로부터 받아서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권 이사장은 “방통위는 감사원 감사가 18일까지 진행되는데도 법적 근거가 희박한 검사‧감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 등이 실시된 사안에 대해서는 중복감사를 금지한 공공기관법이나 방통위의 자체 감사기준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법으로 점철된 감사원 감사와 검사‧감독을 실시하면서도, 그 결과를 자신할 수 없으니, 우선 해임부터 해놓고 보자는 것이 이 정부가 말하는 ‘법치’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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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권 이사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해임조차 법원은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지금처럼 무조건 해임하겠다는 결정을 우리 법원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방통위가 해임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선 “이동관 위원장 취임 전에 이런 (방송장악) 문제를 처리함으로써 이동관 취임 이후에 문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답했다. 권 이사장은 “이런 무도한 방식으로 해임 청문절차를 시작할 거라 생각 못했다. 공직사회가 이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 못했다”며 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방안을 모두 찾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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