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사옥.
▲서울 상암동 MBC사옥.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를 해임 청문 개시 통보에 항의하며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는 위법한 처분이므로, 해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방통위가 통보한 권태선 이사장 해임 사유는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방문진 임원 부적정 파견으로 MBC 감사 업무 독립성 침해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지원서 허위 사실 기재한 후보자가 최종후보자 3인에 선정되도록 방치 △공공기록물 폐기 및 무단 유출에 따른 법 위반 △감사 방해 및 감사 지연에 따른 법 위반 등이다. 

방문진 이사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방통위가 해임사유로 적시한 사안들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정당하게 수행한 업무이거나 현 이사회 재임 기간 이전에 발생한 사안으로서, 이사회는 위 사안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했으며 방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3년 2월 사장 선임 절차는 시민평가단을 거쳐 이사회에서 논의‧진행한 것으로 특정 이사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 옵서버 파견은 사장 선임 책임이 있는 방문진으로서 MBC감사 동의와 협조로 진행했으며 MBC 감사업무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회는 또 “감사원법 위반 및 공공기록물법 위반은 근거 없는 일방 주장에 불과하다”며 “감사원 감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에 불과한 사유를 해임 사유에 포함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날 방문진 이사 9인 중 임정환 이사(사퇴), 김기중 이사(불참)를 제외한 7인이 참석한 가운데 김도인‧지성우 이사는 이사회 차원의 공식 입장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사회 도중 퇴장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이날 “부패방지법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위법 감사에도 적극 참여했는데 감사원은 내게 감사 방해 혐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 MBC 자료를 방문진이 대신 받아주지 않아서라고, MBC가 우리에게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니 직접 받으라고 한 게 감사 방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 감사, 방통위 검사‧감독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는 해임 절차 통지문을 보냈다. 이런 것이 자유와 법치를 말하는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문진 감사는 3월부터 6개월째 진행되고 있고, 방통위 검사‧감독은 7월 초 시작해 어제(7일)까지 실지조사를 진행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3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는 모습. ⓒ정철운 기자

강중묵 이사는 “방통위에게 공영방송 이사 임명권은 있지만 해임권까지 있는지는 늘 논란이 있었다”며 “전례를 보면 지금까지 해임은 모두 무효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한 뒤 “방통위의 해임 청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나 방통위 검사‧감독이 종결도 안 됐는데 해임 절차를 통보하는 게 맞냐”고 되물은 뒤 “설령 해임 사유가 있다 해도 이사장이 이사회를 대표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사회 결정 사안을 책임질 일인가. 문제가 있다면 이사회 전체 책임”이라고 말했다. 

박선아 이사는 “이사회는 경영손실 문제에 대해 관련자 법적 조치나 사후 대안 등을 추궁했고, 부당노동행위 관련해선 고용노동부 감독 상황 등을 확인했다”며 “(방통위의) 해임 사유 모두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했던 사안이다. 방치를 했다는데 기록상 (방치로) 나타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사들 간 논의를 통해 심의‧의결한 사안을 특별 이사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다수 이사들의 요구에도 이사장이 하지 않았을 때가 방치”라며 해임 사유 대부분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김석환 이사는 “‘내가 깡패라고 하면 깡패야’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방통위가 예단하고 들이대는 것 같다”며 “방문진이 MBC 자료를 대신 받아 제출할 의무가 있나. 우리가 생성하지 않은 (MBC) 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있나”라고 되물은 뒤 “처벌할 거면 의결에 참여했던 이사들을 다 같이 처벌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능호 이사는 “올해 시민평가를 비롯해 충분히 강화된 사장 후보 검증 절차를 거쳤는데 부실했다는 사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7일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이 부당하다며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항의에 나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의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7일 방통위의 방문진 검사감독이 부당하다며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항의에 나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의 모습. ⓒ언론노조 MBC본부

김기중 방문진 이사의 직접적인 해임 사유로 알려진 MBC 특별감사 옵서버 파견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권태선 이사장은 “옵서버가 조사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티타임을 통해 진행 과정을 들은 것 정도”라고 밝혔다. 윤능호 이사는 “옵서버 파견은 정당과 노조에서 안 사장 조사 요구가 있어 특감을 하고 있었는데 사후 보고만으로 부족할 것 같아 결정 한 것”이라고 했다. 박선아 이사도 “옵서버 파견은 감사 방해를 위한 구속적 행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성우 이사는 “방문진 역사상 MBC가 내부적으로 특감을 하고 있는데 방문진에서 이사를 파견해 어떤 식으로든 감사 과정을 지켜본 역사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올해 초) 사장 후보자를 3인으로 줄이는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사장 선임 검증 과정에서도 개인의 여러 문제가 발견돼 더 검증해보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의결로 결정했다”며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회가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거부함으로 인해서 여러 조치가 더 앞당겨진 것 같아 유감”이라며 방문진이 해임 절차를 자초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도인 이사는 “권태선 이사장은 KBS 이사 시절 고대영 KBS 사장 해임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부메랑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으며 “언론노조 MBC본부가 2017년 방통위에 방문진 검사‧감독 주장한 바 있다”며 최근 방문진 검사‧감독을 비판한 MBC본부가 “내로남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동안 방문진 이사회 운영이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했다면, 진영논리 때문에 MBC 경영진을 감싸지 않았다면 오늘날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은 “고대영 사장 해임 이전에, (MB정부가) 정연주 KBS 사장을 훨씬 더 폭력적으로 몰아냈다. 기자들을 거리로 내쫓았다. 왜곡된 언론환경을 바로잡으라는 것이 당시 국민적 요구였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임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되풀이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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