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한 달 만에 의결·공포된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수신료 고지 방식에 대해 한국전력과의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KBS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기능을 지키기 위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방송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확인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KBS는 방통위가 공개적 토론이나 이해관계 조정절차 없이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고, 입법예고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한 뒤 방통위원 2인이 중요안건을 처리한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이어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규율돼야 할 수신료 제도 관련 사항을 시행령으로 추진한 것이 ‘법률유보 원칙’ 위반, 1994년 이래 지속될 거라 여겨져 온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폐지한 것은 ‘신뢰보호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재원 급감이 예상되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적책무 등 방송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는 ‘방송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관련 입장문에서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국민들은 여전히 수신료 납부의무를 가지고 있다.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납부해야 할 금액이 가산되고, 체납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법원, 헌법재판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수신료 통합징수제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거듭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방송법 시행령은 이미 11일자로 공포됐고, 수신료 징수를 담당하는 한전은 전기요금과 수신료 분리 납부를 신청받기 시작했다. 한전이 KBS에 공문을 보낸 10일 이후 양측은 분리징수 업무 관련 요구사항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사옥. 사진=KBS

박연 KBS 경영본부장은 12일 KBS 이사회에서 “한전은 (고지서에) 전기요금 금액을 납부하면 수신료가 미납되어도 전기공급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겠다고 한다”며 “방송법 64조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달라지지 않으며 체납 시 가산금이 부과되고 국세체납처분례에 따라 징수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징수방식을 위해 한전과 성실하게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김의철 사장이 선포한 ‘비상경영’ 방안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장은 지난 10일 사내 입장문에서 공사 신규 사업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사장이 총괄하는 비상경영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언제 비상경영 세부안을 보고 받을 수 있느냐는 이사들 질문에 “(한전으로부터) 통합징수를 몇 달간 한다는 문서가 왔고, 납부자들께서 분리납부를 신청하면 들어준다고 하니까 그런 것들의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늦지 않은 시기에, 지금은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여권 권순범 이사는 “구체적인 것이 결여가 돼 있다. 말을 심하게 하면 ‘성명서’ 수준 같기도 하고 내용이 없다”며 “아직도 안을 안들고 있다는 말이 참 답답하다”고 했다.

야권 조숙현 이사도 “가안인 상태에서 모든 것을 공유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구성원들의 불안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논의되는 상황들이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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