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KBS·EBS) 수신료 분리징수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KBS를 두고 일부 채널이나 기능을 포기할 거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비상경영안을 둘러싼 여러 소문 가운데 클래식FM(1FM) 폐지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의철 KBS 사장이 비상경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10일 이후 온라인에서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KBS 비상경영 추진(안)’ 제목이 달린 지라시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명예퇴직, 연차촉진 등 인건비 감축방안과 지역국 광역화, 미니시리즈 및 드라마 폐지 등과 더불어 1라디오(시사)와 1FM 등 일부 라디오 채널 반납이 추진될 거란 내용이다. 

KBS는 해당 글이 ‘지라시’라고 일축했다. KBS 관계자는 17일 “‘블라인드’(익명 기반 커뮤니티)에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걸 기준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비상영경이라는 범주 안에서 여러 분야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은 관련해 외부에 알릴 상황이나 시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지라시 건처럼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KBS 클래식FM(1FM) 프로그램들. 사진=KBS 라디오 홈페이지
▲KBS 클래식FM(1FM) 프로그램들. 사진=KBS 라디오 홈페이지

실제 KBS 입장에선 주된 공적책무로 꼽아온 클래식 방송을 폐지할 명분이 약하다. 지난 4월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은 분리징수가 이뤄지면 “국가 안보나 공공 외교에서 중요한 대외 방송, 국제 방송, 장애인 방송, 클래식 음악 방송인 1FM처럼 특정 장르 방송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들의 공익사업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밝힌 바 있다. KBS 구성원들 사이에선 ‘누군가 그럴 듯한 이야기를 엮어서 만들어 돌린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이미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이 지라시가 확산되고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하면서 비상경영안으로 거론된 일부 방안이 정말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FM이 없어져선 안 된다는 반응들도 눈에 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12일 1FM 폐지설 관련해 게시한 트윗은 9478회 리트윗(공유), 65만8000회 조회됐다.

▲KBS 클래식FM 폐지설에 대한 트위터 반응 갈무리(계정 모자이크)
▲KBS 클래식FM 폐지설에 대한 트위터 반응 갈무리(계정 모자이크)

1979년 클래식·국악 전문 채널로 개국한 1FM은 ‘클래식FM’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면서 상업광고 없는 클래식 방송 편성, KBS교향악단과 KBS국악관현악단이 연주하는 무료 음악회, 신예 음악가 발굴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1위 수상자에 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경우 2013년부터 이어진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 데뷔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1FM ‘가정음악’ 진행을 맡았던 장일범 음악평론가(현 cpbc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는 17일 통화에서 “유치원 때 ‘장일범의 가정음악!’ 따라했던 아이들이 자라서 음악회에 오는 것을 봤다. 요즘은 클래식이 인기를 끌면서 ‘MZ세대’가 클래식 공연 보는 것도 트렌드”라며 “옛날 세대 분들도 생활 속에서 클래식FM을 틀어놓는 분들이 많다. ‘타다’ 같은 데에도 클래식FM을 틀어두더라. 클래식FM은 근본이기에 없어지면 안 된다. 논어 같기도 하면서, 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FM은) 영향력이 대중음악에 비해 숫자로는 작아보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듣고, 공연장에 가고, 산업을 창출하고, 그것이 선순환되어서 아이들의 교육과 어른들의 교양에 굉장히 전국민적인 좋은 영향을 끼치는 채널”이라며 “너무 소중해서 꼭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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