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사태’가 충격적인 일이었다.” 김예현 백마초 교사는 ‘이루다 사태’를 계기로 인공지능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루다 사태’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향한 이용자들의 성추행, 이루다가 쓴 혐오표현, 이루다 챗봇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용자 개인정보 침해 논란 등이 불거진 사건이다. 

김예현 교사는 지난해 초등학생을 위한 인공지능 윤리교육 수업안을 직접 만들어 교육을 진행했다. 그가 만든 수업 지도안은 ‘인공지능의 의미 이해’ ‘미래사회의 인공지능의 필요성’ ‘딥페이크 기술의 이해’ ‘인공지능 창작물과 저작권’ ‘안면인식 기술의 명암’ 등으로 구성된다. 그는 수업의 목표에 관해 “인공지능이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을 하면서 이용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 기술 자체를 배척하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기 보다는 기술을 올바르게 이용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선 ‘코딩 교육’은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인공지능 윤리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교사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 김예현 교사는 “코딩교육은 6학년 ‘소프트웨어’ 차시가 있어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인공지능 윤리를 다루려면 교사가 정말 흥미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며 “교육현장에 이 분야가 부족하다 보니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교사 입장에서 부담이기도 하다. 교과 외의 의무적인 교육이 많다. 지원이 같이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김예현 백마초 교사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고양시 백마초에서 만났다.

- 지난해 인공지능과 관련한 교육을 했다. 계기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이루다 사태’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인공지능이 아이들에게 일상이 된 상황에서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비판적으로 보는 눈을 길러주는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교육 튜터 사업에 참가해 수업안을 개발하게 됐다. 역시 이루다 사태를 계기로 경인교대 디지털미디어교육 전공에서 석사 과정을 하게 됐다.”

- 어떤 내용으로 인공지능 수업을 했나.
“인공지능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수업이었다. 마침 우리 학교가 AI선도학교에 지정돼 잘 됐다 싶었다. 4학년을 대상으로 7차시 정도 수업을 했다. 원래는 더 길게 구성했는데 시간 한계가 있어 다 하지는 못했다. 우선 1~2 차시 때는 인공지능이 어떤 것인지 얘기하고, 아이들이 반감을 갖지 않게 접근하려는 교육을 했다. 그래서 빅스비나 시리 등 스마트폰에 장착된 인공지능과 대화해보는 수업을 했고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 하는 건 무엇이 있는지 함께 얘기했다. 이후에는 딥페이크와 인공지능 저작권 문제를 다뤘고,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얘기하며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다.”

- 수업 때 했던 활동 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설명을 100번 하는 것보다 직접 써보는 걸 훨씬 좋아해줬다.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시리와 빅스비와 얘기해보자고 하는데 아이들이 재미있는 질문들을 많이 했다. 몇 살인지, 생일은 언제인지, 떡볶이는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딥페이크 영상 만들기 수업은 사실 걱정하면서 준비했다. 학교폭력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해보니 사진 하나만 집어넣으면 캐릭터가 춤을 추는 등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니 아이들이 재밌어하더라. 인공지능 그림 만들기도 키워드만 몇 개 넣으면 결과물이 뚝딱 나오니 아이들이 신기해 했다.”

▲ 김예현 교사가 만든 수업 지도안 목차.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 김예현 교사가 만든 수업 지도안 목차.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 챗GPT를 활용한 수업도 했나.
“4학년 대상 인공지능 윤리 수업과 별개로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챗GPT를 활용한 시 쓰기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6학년 1학기 1단원에 ‘시 쓰기’가 있다. 시를 바로 쓰게 하면 막연하고 어려우니, ‘인공지능과 함께 시를 써볼까’라고 제안하면서 챗GPT에게 시를 써달라고 요청하고, 보여주면서 했다. 봄, 사자 등 키워드를 넣으면 챗GPT가 시를 작성했고 이를 참고해 아이들이 시를 쓸 수 있었다. 무언가를 배웠다기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을 써봤다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 거 같았다.” 

- ‘인공지능이 공정한가’를 다루는 수업도 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수업인데 생각보다 이야기를 깊게 나눌 수 있었고, 적극적인 토론이 이뤄져서 좋았다. 주제는 ‘인공지능 판사’와 ‘인간 판사’를 비교하면서 ‘여러분이라면  누구에게 재판을 받을 것인지’ 토론했다. 사실 기존에 이뤄진 인터넷 조사 결과를 보면 선입견이 없는 인공지능 판사에게 재판을 받겠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어야 했는데, 아이들은 20대 2로 인간 판사를 더 신뢰했다. 그래서 이 결과에 관한 대화를 나눴는데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인간 판사에게 재판을 받으려는 이유는 그냥 인간이라서요’. 처음엔 적절한 이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나름대로 그 친구의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거니까.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인공지능의 공정성 여부보다는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문제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 ‘인공지능의 이해’ 수업 중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비교하기’ 수업도 있었다.
“실제 수업을 할 때 질문지를 주고 학생들에게 체크해보라고 했다. 대통령, 판사, 청소부 등 직업 분류를 제시해 리스트를 짠 다음 모둠별로 토의를 해서 인간이 잘 할 것 같은 일과 인공지능이 잘할 것 같은 일을 각각 다른 색으로 칠하게 했다. 이후 인공지능이 무엇을 잘하고 사람이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을 했다.” 

- 관련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제가 이루다 사건 당시 충격을 받았다 보니,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관한 선입견은 갖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이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을 하면서 이용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 기술 자체를 배척하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게 보다는 기술을 올바르게 이용하게 하려는 것이다. 재미난 활동을 통해 관심을 갖게 하려고도 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처럼 사람들이 잘못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어떤 기술은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 점에 관해 아이들에게 얘기를 한번 해주고 싶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미래사회에 많이 쓰일 텐데 사람들이 좋게만 사용하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 아쉬운 점과 잘 됐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나름 노력해서 준비했는데 아이들에게 잘 와닿았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아무리 수업을 해도 아이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걱정이다. ‘인공지능 미술’ 수업의 경우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토론한 점은 의미가 있었지만, 저작권 문제가 나오면서 아이들이 어려워해 깊게 못 들어가 아쉽다. 좋았던 건 아이들이 말을 많이 했다는 점이다. 많은 대화를 나누게 돼서 의미 있었다. 토론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말을 정말 잘한다. 의견도 많이 낸다. 포스트잇에 글을 쓰게 한 경우도 있는데, 조용한 아이들도 다양한 의견을 낸다. 오히려 글로 깊은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 초등학생 대상 인공지능 교육을 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을까.
“제가 ‘인풋’을 넣은 걸 아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걱정일 수밖에 없다. 고민을 하면서 딥페이크 포르노 이야기를 살짝 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하면 아이들이 이를 악용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부터 든다. 초등학생들을 교육하면서 힘든 지점이다. 혹은 내가 소개해준 프로그램을 잘못된 용도로 쓰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 앞으로 또 인공지능 관련 수업을 한다면 어떤 교육을 시도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알고리즘에 관한 수업을 하고 싶다. 논문 주제도 그쪽으로 잡았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숏폼 영상을 많이 본다. 제가 느끼기에는 요즘 아이들의 모든 유행은 숏폼 영상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숏폼 서비스는 일반 유튜브에 비해서 영상의 선택권 자체가 없고 넘기는 대로 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유해한 영상이 많이 뜨는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 과연 숏폼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우리의 자유 의사에 따른 선택인가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알고리즘이 오히려 아이들의 취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과, 알고리즘을 내가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알고리즘의 패턴을 이해하고, 이 영상을 보고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싫어요를 누른다거나 신고를 한다거나, 알고리즘의 설정을 바꾸게 하는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 

- 교사로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든다. 그나마 우리 학교가 인공지능 선도학교로 지정이 됐지만 보통은 교육할 기회가 잘 없다. 현재 초등학교 5~6학년은 인공지능과 관련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코딩교육 위주로 전개된다. 6학년엔 소프트웨어 차시가 있다. 이는 반드시 교육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전에 있던 학교에선 코딩 전문 강사를 불러서 수업을 했고 지금 학교에선 제가 수업을 하고 있다. 관련 온라인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서 아이들이 단계별로 할 수 있게 돼 있다. 코딩 교육은 무리 없다고 본다.”

- 인공지능 윤리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떤가.
“인공지능 윤리를 다루려면 교사가 정말 흥미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그러지 않는 이상 다루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윤리나 리터러시 교육은 교사 개인이 흥미와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전혀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 인공지능 윤리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미디어를 다루는 ‘매체’ 과목이 마련되고,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이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교육현장에 이 분야가 부족하다 보니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교사 입장에서 부담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들어오면 들어오는대로 새로운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들도 많다. 저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부담이 안 되니 괜찮은데 ‘이런 교육이 정말 필요한가’, ‘가정에서 풀어야 할 영역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을 수 있다.” 
“교과 외의 의무적인 교육이 많다. 친구 사랑의 날 행사, 환경교육, 통일교육, 흡연예방 교육 등 법적 의무로 학기당 특정 시간 이상 해야 하는 교육이 있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교육을 하기 어렵다. ‘창의적 체험활동’ 이라고 교사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이 시간에도 해야 하는 법적 의무 교육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리터러시나 윤리 수업을 하려면 국어나 사회 교과를 재구성하는 등 교사 스스로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지원이 오지 않는 이상 수업할 거리만 늘었다고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에 이와 관련한 변화와 지원이 같이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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