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8일자 메인뉴스에서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움직임에 대응하는 리포트를 주요하게 배치하며 자사 입장을 보도하자 ‘뉴스 사유화’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파를 사유화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신청에 나섰다.

▲8일자 KBS '뉴스9' 뉴스화면 갈무리.
▲8일자 KBS '뉴스9' 뉴스화면 갈무리.

KBS는 이날 메인뉴스 첫 꼭지 <김의철 KBS 사장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하면 사퇴하겠다”> 리포트를 시작으로 <대통령실 “분리 징수는 별개”…‘온라인 투표’로 충분했나?>, <수신료 변경 근거 합당한가…‘공정성·경영 능력·콘텐츠 경쟁력’>, <재난방송 등 공적 책무를 위한 수신료 제도>,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나 축소?…사실은?>이란 제목의 분리 징수 관련 리포트를 연달아 다섯 꼭지 배치했다. 

KBS는 앵커멘트에서 “KBS는 그동안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또 국민이 주신 수신료를 가치 있게 써왔는지, 다시 한번 겸허히 돌아보겠다”고 밝힌 뒤 관련 리포트에서 “KBS는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의 노력으로 수신료의 가치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 수신료 통합 징수에 대해 국민의 넓은 양해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앵커멘트에선 “전기요금과 떼더라도 수신료는 내야 한다고 방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는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 뿐 결국엔 내야 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KBS는 이날 리포트에서 “대통령실의 (분리징수) 추진 근거는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한 토론과 투표”라며 “국민제안 심사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활동은 비공개로 돼 있고, 온라인 투표는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중복 투표가 가능해 절차상의 문제점이 제기돼왔다”고 보도했다. 또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를 바꾸는 데 핀란드는 4년, 독일은 10년이 걸렸는데, 30년간 유지해온 징수 방식을 단발성 온라인 토론과 투표로 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 납부는 징수 비용 수천억 원이 오히려 낭비될 뿐, 대통령실이 언급한 방만 경영에 대한 해법은 결코 되지 않는다”고도 보도했다.

KBS는 또 다른 리포트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난방송,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채널 운영은 모두 수신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KBS는 앞으로도 인공 지능과 전국적인 재난 감시 민관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더 신속 정확하게 재난방송 주관사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BS는 공신력 있는 여러 매체 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1위를 줄곧 놓치지 않고 있으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있었다. “영국 등 수신료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디지털 기기 등에도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에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은 부당하지만 메인뉴스를 통해 자사 입장을 대변하고 반론을 펼쳐선 안 된다. 이건 뉴스의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리포트에는) 정작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담지도 않았다. KBS에게 수신료 문제는 말해야 하는 사안이지 들어야 하는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지적한 뒤 “KBS 구성원들이 느낄 부당함과 억울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청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KBS 사장도 분리 징수 저지가 아니라 시민의 수신료 불만 해소에 직을 걸고 임하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의 이해가 걸린 일에 대해 5꼭지나 연속적으로 보도한 것은 방송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해선 안 된다는 방송심의 규정 제9조 제4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의 입장은 철저히 무시하고 모든 보도가 일방적으로 분리징수를 반대하는 KBS의 입장으로 채워졌다”며 “(8일 보도는) 사회적 쟁점을 다룰 때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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