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방송통신위원회 차기 위원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계에서 이동관 이름 석자는 암흑 천지로 통한다. 이동관은 2008년 청와대 대변인으로 시작해 언론특보까지 재직하면서 벌인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 시절 언론과의 기싸움에서부터 우위를 점했다.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했을 때 청와대 관계자로 표기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뒤로 그는 자천타천 핵심관계자(핵관)으로 불리웠다. 자신이 아닌 청와대 관계자발 보도가 나오자 자신이 핵관이라며 화를 냈던 일은 유명하다.

청와대 대변인을 핵심 관계자로 익명 처리하는 관행은 대언론 소통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공식 대변인이 관계자가 되면서 톤을 다운하는 소위 ‘마사지’가 용이해졌다. 이동관은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를 남발했다는 평도 많았는데 언론이 그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방 좌지우지하는 이동관의 언론관도 문제지만 청와대 기자단이 그의 위세에 눌려 있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 2008년 2월27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한 후 나오자 수많은 취재진이 따라붙어 추가 질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8년 2월27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한 후 나오자 수많은 취재진이 따라붙어 추가 질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관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2008년 4월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노보를 통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계 동기인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결과 기사가 누락됐다고 폭로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통화에서 “이번 건을 넘어가 주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라고 했는데 그의 해명이 더욱 논란이었다.

그는 “언론사 입사 동기로 6개월 동안 산업 시찰을 다니고 교육을 받았던 친한 사이”라며 국민일보 편집국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외압이라고 하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하는 게 외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인지상정으로 기자생활 해본 상식과 도리로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머릿 속에 언론은 친분을 동원해서라도 통제해야 될 대상임을 자인한 꼴이다.

언론을 직접 고발한 당사자 신분이 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2008년 이후 이동관이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등을 지내면서 기자를 고소한 사례는 6건(민사 포함)에 이른다. 자신이 어떤 의혹에 연루됐다는 루머를 경향신문이 기사화하자 편집국장과 정치부장, 취재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지역을 폄훼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한 지역신문 기자도 형사고소했다. 비록 소를 취하하긴 했지만 검열 효과를 충분히 거둔 뒤였다. 

그에게 따라붙는 별명 중 스핀 닥터도 있다.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홍보 기술자를 스핀 닥터라고 부르는데 좋든 나쁘든 이동관은 MB정권의 스핀 닥터로 평가받았다. 현재 이동관이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서 수행한 업무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국정방향 수정과 언론에 비친 이미지 제고 대한 제언을 대통령에 직접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그가 온다는 것은 스핀 닥터로서 역할의 공을 대통령이 인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과거 정부의 언론장악에 중심에 섰던 그의 전력을 활용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집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면서 끊임없이 언론장악을 시도했다. 구체적으로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내세워 5단계에 걸쳐 공영방송을 장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영방송 이사 교체 등 사전 정지 작업→낙하산 사장 투입→간부 인사 단행→구성원 탄압과 징계→비판 프로그램 폐지 및 축소, 친정부 보도의 일상화 등 단계의 중심에 이동관을 빼놓을 수 없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예를 들어 이동관은 ‘좌편향 아이콘 연예인 퇴출’을 명시한 국정원 문건 등을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보고받은 당사자로 지목됐다. 이에 그가 내놓은 해명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 2년 차 이동관의 차기 방통위원장설은 정권이 방송을 확실히 통제하겠다는 협박에 가깝다. 이동관을 반대하는 것이 언론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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