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뿅뿅 지구오락실2'(연출 나영석) 5월12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tvN '뿅뿅 지구오락실2'(연출 나영석) 5월12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tvN <뿅뿅 지구오락실2>(연출 나영석) 5월12일자 방송에서 나영석PD가 음식을 걸고 ‘당으로 끝나는 말 3개’를 물었다. 출연자 미미가 더듬거리다 외쳤다. “민주당! 맞지?… 새누리당!… 오오오… 공산당!” 촬영 현장은 초토화됐다. 뒤이은 자막은 ‘두려운 뒷감당’. 이후 등장한 유튜브 쇼츠 제목은 ‘3당 콤보로 한반도 통합시킨 미미’였다. 이 영상이 흥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슬픈 마음도 들었다. 얼마나 정치풍자를 찾기 어려우면 그저 당명을 외친 것 뿐인데도 이렇게 좋아할까, 싶어서였다.  

정치풍자는 제법 활발했다. KBS <개그콘서트>, 그중에서도 ‘민상토론’이 기억에 남는다. “친박 비박 대립하고 있는데 유민상씨 어느 편입니까?”(박영진) “아니야.”(유민상) “아니야? 야당 편이군요. 야당도 친노 비노 계파 갈등 심각합니다. 하나만 말씀해주십쇼.”(박영진) “아유 젠장.”(유민상) “제인장? 문재인 짱? 친노군요.”(박영진) 이런 식이었다. 이외에도 ‘사마귀유치원’, ‘횃불투게더’ 등 코너는 한국사회를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그콘서트>도 없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없고, MBC <무한도전>도 없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압도적 성대모사와 날카로운 풍자로 큰 인기를 끌었던 TBS <9595쇼> ‘백반토론’ 코너도 2018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이젠 지상파-케이블방송 할 것 없이 정치 풍자 예능은 씨가 말랐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SNL코리아>는 오늘날 쉽게 떠올리는 정치풍자대표주자다. 대선이 한창이던 시즌2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 부부와 이재명 후보 부부 등을 풍자하며 인기를 모았다. ‘주기자가 간다’도 인턴기자 주현영이 정치인들을 당황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SNL코리아> 시즌3 1편에선 한동훈 장관을 풍자한 ‘한동안 기자’가 출연해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며 앵커와 대립하는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키는….”(한동안) “연출이라는 의혹이 있어요!”(앵커) “저는 다 걸게요. 앵커님은 뭐 거시겠습니까. 저는 구체적으로 스카프, 안경, 가발, 아니 가발 아니고….”(한동안)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 한 장면.

그런데 한동안 기자의 활약은 2편부터 시즌3가 끝날 때까지 볼 수 없었다. 대신 일기예보 코너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이나 민주당 악재를 날씨로 표현하는 식으로 수위가 약해졌다. ‘주기자가 간다’도 대선 때와 달리 몸 사리는 모습이 종종 느껴졌다. <SNL코리아> 관계자는 “(압력은) 전혀 없다. 대선 시기와 달리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정치풍자에 대한 방청객 반응이 대선 때보다 약해 무게중심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3는 ‘MZ오피스’ 등이 호평을 받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한동안 기자의 부재가 아쉬웠다.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이상민씨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나 KBS <더라이브> 등에서 윤석열-이재명-이명박 등 정치인 성대모사로 눈길을 끌었다. 이씨가 <더라이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목소리로 “사면받게 될 줄 알았어”라며 노래를 불렀던 방송분은 유튜브에서 7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직 운동선수 혹은 연예인 가족들이 여행가고 밥 먹고 싸우는 걸 중계하는 가운데 정작 정치풍자는 설 곳이 없어진 모습이다. 혹자는 과도한 ‘정치 팬덤’으로 정치풍자 코너가 쇠퇴했다고 지적한다. ‘정치 팬덤’에 흔들리지 않는 제작진과, 그들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줄 시청자가 필요하다. 

<SNL코리아> 시즌4가 오늘 7월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SNL코리아>에 위축된 모습 없는 정치풍자를 기대해본다. 다른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곳곳에선 “민주당·새누리당·공산당”보다 ‘두려운 뒷감당’이 예상되는 장면에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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